전 세계 ‘수출 영토’ 99% 진출한 한국 제조업 “이젠 점유율 확대 등 내실 다질 때”

박홍두 기자 2026. 5. 2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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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 제공

국내 제조업이 전 세계 제조 품목의 96%, 시장가치 기준 99%에 달하는 시장에 진출하며 글로벌 외연 확장을 사실상 마무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적 성장이 정점에 도달함에 따라 이제는 시장 내 점유율을 높이고 교역 구조를 고도화하는 ‘질적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연구원이 21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국내 제조업계 수출의 중심축은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 맞춰 첨단·친환경 제품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2007년과 2023년의 상위 50개 수출 품목을 비교한 결과 총 16개 품목이 교체됐다. 과거 성장을 주도했던 범용 석유화학, 철강 소재, 가전 완제품 등은 순위권에서 밀려난 반면, 반도체 제조 장비, 2차전지 소재, 바이오 의약품, 전기차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면서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진화했다.

수출 시장 역시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최대 시장인 중국 비중은 2021년 27.0%에서 2023년 20.9%로 하락했다. 미국의 비중은 17.7%로 상승하며 격차를 좁혔다. 이어 베트남이 3위 주력 시장으로 안착하고 대만이 5위에 올라서는 등 공급망 다변화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외연은 넓어졌으나 내실 지표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개별 품목의 글로벌 실질 점유율은 2010년대 후반부터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며 2023년 3.5%까지 떨어졌다. 이는 단순한 신규 시장 개척을 넘어 기존 시장에서의 실질적인 지배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이 시급함을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특히 일부 첨단 품목에서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증가하는 구조적 취약성도 드러났다. 반도체 장비 부품, 태양광 셀 등은 글로벌 시장 성장에 따라 수출이 늘고 있으나 수입도 빠르게 증가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구조가 고착화되면 외부 충격 발생 시 공급망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가희 연구위원은 “일부 첨단산업 분야에서 수출과 수입이 함께 늘어나는 구조는 외부 변수에 취약해질 수 있는 만큼 공급망 안정성 측면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한국 제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세 가지 정책 방향을 제언했다. 먼저 기술·품질 경쟁력 제고를 통해 기존 시장 내 점유율을 확대하고, 수입 비중이 높은 첨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기술 내재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전략산업 중심의 공급망 협력체계를 구축해 핵심 소재의 안정적 조달을 보장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경제 블록화에 대응해 지역 경제협력체 참여와 기술 표준 협력을 아우르는 전략적 통상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박양수 대한상의 경제연구원장은 “글로벌 공급망 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라며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한 점유율 제고와 양자·다자간 경제협력을 통한 공급망 안정이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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