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 2세 트로피 출전 선수들 위해…국왕 전세기 띄우는 모로코 왕실
故 하산 2세 국왕이 만들어 올해 50주년 맞아
선수·캐디·가족 위해 경찰 에스코트 지원까지
모로코, 골프를 국가 브랜드 핵심 수단으로 활용
물레이 라시드 왕자 연맹 회장 취임하며
'골프 생태계' 구축으로 한층 발전
[라바트(모로코)=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미국 마이애미에서 선수와 캐디, 가족까지 모두 태우고 오는 왕실 개인 전세기를 띄워줍니다. 최고급 호텔 숙박은 물론 식사, 현지 이동 시 경찰 에스코트까지 전부 지원하죠. 이런 대회는 또 없습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북서단, 유럽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모로코는 매년 이맘때면 전 세계 골프 거물들의 집결하는 무대가 된다. 모로코 왕실이 주최하는 하산 2세 트로피(총상금 250만 달러)가 열리기 때문이다.
두 선수가 가장 인상 깊게 꼽은 부분은 모로코 왕실의 파격적인 환대였다. 모로코 왕실은 스포츠, 특히 골프를 국가 브랜드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골프 스타들을 국빈급으로 대우하며 모로코의 이미지와 관광 경쟁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방식이다.
무스타파 진 모로코왕립골프연맹(FRMG) 제1부회장은 20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50회를 맞은 하산 2세 트로피는 반세기가 넘는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대회”라며 “오랜 세월 국제적인 위상과 명성을 쌓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회는 모하메드 6세 국왕의 후원 아래, 물레이 라시드 왕자의 실질적인 주재로 열린다”며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를 넘어 세계에 열린 모로코의 모습과 골프가 지닌 고유한 가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사”라고 강조했다.
대회 명칭에 들어간 ‘하산 2세’는 현재 국왕인 모하메드 6세의 부친이자 선대 국왕이다. 생전 골프 애호가로 유명했던 하산 2세는 골프를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서방 세계와 교류를 확대하는 외교 수단으로 활용했다. 그의 강한 의지 아래 1971년 창설된 대회가 바로 하산 2세 트로피다.
모로코 왕실에 이 대회는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다. 선대 국왕의 철학과 유산을 계승하는 상징적인 프로젝트에 가깝다.
특히 2018년부터 물레이 라시드 왕자가 모로코 왕립골프연맹을 실질적으로 이끌면서 모로코 골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현 국왕의 친동생인 몰레이 라시드 왕자가 연맹 회장과 대회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 자체가 대회의 위상을 보여준다.
왕실 핵심 인사가 직접 대회 운영을 총괄하다 보니 국왕 전세기 제공, 경찰 에스코트, 최고 수준의 의전 지원 같은 ‘초특급 대우’도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하산 2세 트로피는 물레이 라시드 왕자의 주도 아래 단순한 골프 대회를 넘어 국가 프로젝트로 발전했다. 프로 스포츠 육성은 물론 △주니어 골퍼 교육 △관광 산업 활성화 △일자리 창출 △국가 이미지 제고 등을 아우르는 ‘골프 생태계’ 구축이 목표였다.
그 결과 모로코는 2024년 ‘아프리카 최고의 골프 목적지’로 선정됐다. 단순히 아름다운 코스와 좋은 기후뿐만 아니라 △수준 높은 골프 시설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 △모로코 관광청의 지속적인 국제 홍보 전략 등이 복합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는 분석이다.
대회가 열리는 ‘로열 골프 다르 에스 살람’ 역시 왕실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하산 2세의 지시 아래 세계적인 코스 설계가 로버트 트렌트 존스가 설계한 이 골프장은 수천 그루의 나무와 정교하게 가꿔진 정원으로 둘러싸여 있다. 원래는 왕실 가족과 외국 국빈들을 위한 공간이었지만, 현재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미디어에 개방되고 있다.
모로코 왕실은 대회를 글로벌 흐름에 맞춰 지속적으로 진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남녀 대회의 동시 개최다. 하산 2세 트로피와 같은 기간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LET) 랄라 메리엠 컵이 함께 열린다.
랄라 메리엠은 현 국왕의 누나인 공주의 이름이다. 왕실 여성 이름을 국제 여자골프 대회에 내세운 것은 개방적이고 양성이 평등한 현대적인 이슬람 이미지를 세계에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인 행보로 해석된다.


주미희 (joom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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