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에 최형우가 또 있네? 눈물젖은 사연도 '닮은꼴' 못지 않다 "야구 그만두려 했는데…" [인터뷰]



[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1군에 처음 왔을 때 너무 기가 죽었던 것 같다. 요즘은 자신있게 치려고 한다. 1군 투수의 공보다 팬들의 함성이 더 무섭다."
육성선수 출신 25세 거포 내야수. 데뷔 첫 홈런이 138.7m 초대형 장외포.
KIA 타이거즈가 박재현에 이어 또한명의 보물을 찾은 걸까. 비록 최형우(삼성 라이온즈)는 떠났지만, 새로운 최형우를 찾은 것 같다.
박상준(25)이 그 주인공이다. 20일 광주에서 만난 박상준은 거듭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행운은 실력으로 입증할 준비도 만반이었다.
이범호 KIA 감독은 박상준에 대해 "오른손 투수 상대론 상당히 강하고, 좌투수는 아직까진 경험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도 "데이터가 쌓이면 좌투수 상대로도 잘칠 거다. 스윙 자체가 굉장히 빠르고, 선구안도 좋다. 앞으로 더 발전할 선수"라며 폭풍 칭찬을 쏟아냈다.

아직 1군 무대 15경기 54타석에 불과하지만, 타율 3할1푼1리(45타수 14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870으로 제법 매서운 방망이를 자랑한다.
특히 지난 19일 광주 LG 트윈스전에서는 LG 에이스 톨허스트를 상대로 선제 솔로포를 터뜨렸다. 비거리도 거리려니와, 184.7㎞라는 타구 속도 또한 메이저리그에서나 볼법한 수치다. 프로 5년만의 1군 무대 첫 손맛이었다. 홈런 포함 3안타를 몰아치며 14대0 대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홈런에 대한 물음에 박상준은 "퓨처스에서도 자주 보던 타구다. 잘 맞긴 했다. 치는 순간 홈런인건 알았다"며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실력으로 쳤다고 보긴 좀 어렵다. 운이 좋았다. 마침 존 설정을 몸쪽에 해놨는데 딱 좋아하는 코스로 공이 왔고, 배트 중심에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타를 의식하기보단 내 존을 설정하고, 거기 들어오는 공을 배트에 정확히 맞추는게 우선이다. 앞으로도 내 플랜대로 경기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3안타 중 하나는 왼손투수인 LG 조건희 상대로 친 것. 그는 "감독님이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좌투수 상대로도 잘할 수 있다. 원래 퓨처스에선 우투수보다 좌투수에 더 강했다"라며 의욕을 드러냈다.
"1군에 처음 왔을 때 변화구에 깜짝 놀랐다. 그래서 변화구를 노렸더니 직구 대처가 안되더라. 2군 가서 직구에 맞추면서 변화구에 대처하는 법을 익히고 다시 올라오니 야구가 잘되는 것 같다."
발은 빠르지 않다. "한준수 형보다는 그래도 내가 빠르다"고 수줍게 답할 정도다. 아직 수비가 부족하다는 점을 절실히 느낀다고.

야구 유니폼의 벨트가 멋있어서 처음 야구를 시작했다. 세광고 시절 최형우를 처음 봤고, 이후로는 삼성 출신 코치를 통해 최형우의 타격폼은 그대로 복사하고자 노력했다. "체격도 비슷하고, 스타일도 잘 맞았고, 결과도 좋았다"는 설명. 강백호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팔로 스루와 피니시 동작이 닮았다.
누가 봐도 '타고난 거포'라는 소리. 박상준은 "어릴 땐 이게 다 살이었다. 사회복무요원을 하면서 웨이트를 열심히 했다"며 멋쩍어했다.
최형우는 2002년 2차 6라운드(전체 48번)로 삼성에 입단했지만, 실질적인 커리어는 2008년에야 시작된다. 한번 방출됐다가 군복무를 마치고 다시 삼성에 재입단, 부단한 노력 끝에 지금의 위치에 올라선 '리빙 레전드'다.

박상준 역시 세광고 졸업 후, 그리고 강릉영동대 졸업 후 잇따라 드래프트 미지명의 아픔을 맛본 선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육성선수로 KIA에 입단했고, 5년차인 올해 마침내 빛을 발하고 있다.
"그땐 야구를 그만둘 생각이었다. 테스트를 볼 생각도 없었다. 다른 스포츠에 도전할까 고민하던 차에 KIA에서 테스트 있으니까 한번 해보라고 전화를 주셨다. 야구를 더할 수 있다는 자체로 기분이 좋았다. 그 전화 덕분에 오늘의 영광이 있는 것 같다."
광주=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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