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성과급용 자사주 매입한다 [H-EXCLUSIVE]
특별성과급 10년간 자사주로 지급
총 31조 예상, 현재 보유량 역부족
“자사주 매입 주가 부양 요인 될 것”
노조, 22일부터 투표 ‘마지막 고비’
코스피 6% 급등 ‘30만전자’ 도전

삼성전자가 노사 잠정 합의에 따라 반도체 부문 임직원의 특별성과급을 향후 10년간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한 가운데 향후 자사주 매입에 나서 해당 물량을 충당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2·3·16면
반도체 및 증권업계는 최근 메모리 슈퍼사이클(장기 호황)로 삼성전자의 가파른 실적 성장세에 더해 대규모 자사주 매입 가능성까지 부각되면서 삼성전자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국내외 산업계가 우려했던 생산 차질을 가까스로 막으면서 삼성전자의 첨단 메모리 생산과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 활동도 다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노사 잠정합의안에 대한 노동조합 조합원의 찬반 투표를 남겨두고 있어 파업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상태다.
노조는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엿새에 걸쳐 조합원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투표에 조합원 과반수 이상이 참여해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잠정합의안은 최종 가결되며 이로써 총파업 관련 위기 상황도 완전히 종료된다. 반면, 조합원들의 찬성표가 과반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잠정합의안은 부결되고 삼성전자 창사 이래 두 번째 총파업은 다시 현실이 된다. 노사는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현 노조 집행부의 리더십도 흔들릴 것으로 보여 내홍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특별성과급용 자사주 31조원 수준…매입 불가피=21일 한국거래소와 삼성전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한 자기주식은 보통주 약 9180만주, 우선주 1360만주다. 이를 5월 20일 종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보통주 자기주식 규모는 약 25조원 수준이다.
이후 처분과 취득을 거치면서 지난달 24일 기준 삼성전자가 가진 자사주 보통주 규모는 약 8208만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가 향후 지급할 성과급 규모는 31조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성과급 전량을 자사주로 지급할 경우 현재 보유한 자기주식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사주를 대규모 지급하는 건 삼성전자로선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라도 부담이 크다. 자사주 매입이 불가피한 이유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수년간 자사주 소각 기조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약 8700만주의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미 지난 3월31일에는 보통주 약 7300만주와 우선주 1360만주 소각을 공시했다.
이 같은 추가 소각계획까지 고려하면, 자사주 보유 잔량은 예상보다 더 줄어들 전망이다. 여기에 노사 합의에 따른 특별성과급 지급을 위해 대규모 자사주 확보가 필요한 만큼 자사주 매입 규모는 예상을 크게 뛰어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필요하면 자사주 매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자사주로 특별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한 삼성전자 노사 합의가 주주가치 제고 전략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임직원 보상과 주가를 연동해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추가 자사주 매입을 통해 유통주식 수 감소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어서다.
보호예수를 걸어놨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성과급으로 지급한 주식의 3분의 1은 즉시 매각할 수 있지만 나머지 3분의 1씩은 각각 1년간·2년간 매각이 제한된다. 향후 이 시기에 맞춰 발생하는 오버행(Overhang·잠재적 대량매도 물량)은 주가 하락요인이 될 수 있다.
황보원경 메리츠증권 여의도리더스센터 영업이사 상무는 “성과급에 따른 자사주 매입은 올해만 해당되는 일회성이 아니라 10년 계약”이라며 “중장기로 주가 부양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조 찬반투표…‘파업 리스크’ 해소 마지막 고비=삼성전자는 노사 극적 타결에도 불구하고 ‘파업 리스크’ 완전 해소를 위해 노조 찬반 투표라는 마지막 산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합의안을 두고 완제품(DX)부문 임직원들의 반발이 있지만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의 80% 가량이 반도체(DS)부문 소속임을 고려하면 통과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DS부문 전체 인력은 7만8000여명인데 이 중 메모리사업부 직원이 2만7000여명, 공통 조직이 2만8000여명으로 알려져 있다. 사내에서는 메모리사업부와 공통 조직을 중심으로 합의안에 대한 찬성 의견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건은 시스템LSI와 파운드리사업부 조합원들의 표심이다. 벌써부터 이들 사이에선 불만 섞인 의견이 나온다. 비메모리 사업의 전략적 육성을 위해 희생했지만 이번 보상에서는 배제됐다는 주장이다.
합의안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추산했을 때 메모리사업부 직원이 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 직원보다 약 3배 많은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DS부문의 영업이익 10.5%를 ‘부문 40%·사업부 60%’로 배분하기로 했다.
비메모리 사업부의 한 직원은 “성과급 배분율을 보니 메모리사업부 더 챙겨주기에 치중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실망스럽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른 직원도 “적자 사업부에 대한 성과급 지급이 당연한 건 아니라는 사측 주장을 받아들인다”면서도 “더 이상 회사를 지탱하는 인재로 존재하지 못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6% 가까이 급등, 7600선을 회복했다. 양대 시장에서 매수 사이드카가 잇따라 발동됐다. 김현일·홍태화·이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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