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의 역습…김관영·한동훈, 거대 양당 간판 뛰어넘는 존재감

김희선 2026. 5. 21. 11:1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관영, 민주당 텃밭 전북서 지지율 상승세
한동훈, 부산 북갑 3자구도 핵심 변수 부상
실적·서사 앞세워 양당 정치 균열 파고들어
김관영(왼쪽) 무소속 전북도지사 후보와 한동훈 무소속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 /사진=연합뉴스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거대 양당 구도를 흔드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공천 탈락자의 '패자부활전' 정도로 여겨졌던 무소속 후보들이 이제는 당 간판보다 개인 경쟁력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전북지사 선거에 출마한 현직 지사 신분 김관영 무소속 후보와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뛰어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다. 두 사람 모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거대 정당 밖에 서 있지만, 오히려 그 점을 강점으로 활용하며 선거판 중심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후보는 최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이원택 민주당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한 승부를 벌이고 있다.

한길리서치가 새전북신문 의뢰로 지난 16~17일 전북지역 거주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42.1%, 이 후보는 40.5%로 오차범위 내 초접전 양상이었다.

1995년 민선 1기 이후 민주당 계열 정당이 사실상 독점해온 전북에서 무소속 후보가 선전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김 후보는 출마 선언 당시 스스로를 "무소속이 아닌 도민 소속 후보"라고 표현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중앙당 공천이 아닌 지역 민심으로 승부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특히 그는 2036 전주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 도시 선정, 27조원 규모 투자 유치 등을 자신의 대표 성과로 내세우고 있다. "무면허 운전자에게 도정을 맡길 수 없다"며 경쟁 후보들을 겨냥하는 등 현직 프리미엄과 행정 경험도 적극적으로 부각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김 후보에게는 오랜 민주당 경력에서 비롯된 '지피지기 전략'도 강점으로 꼽힌다. 전북은 전국에서도 민주당 권리당원 비중이 높은 지역으로, 당심의 흐름이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곳이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지사가 민주당 내부 문화와 지역 조직 흐름, 당원들이 원하는 메시지와 정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김 후보는 민주당 출신 정치인으로 활동하며 지역 기반과 당 조직을 오랜 기간 경험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후보들이 어떤 전략과 메시지로 움직일지 예측할 수 있는 데다, 반대로 민주당 지지층이 피로감을 느끼는 지점이나 지역 민심이 원하는 포인트도 정확히 짚어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전북지역 관계자는 "전북은 민주당 색채가 강한 지역인 만큼 당심을 읽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김 후보는 민주당 후보만큼이나 민주당 문법을 잘 아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김 후보는 최근 친명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 대한 당원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그는 "외롭지만, 당당한 무소속의 길을 선택한 것은 민주당 정청래 지도부의 전횡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였다"면서 정 대표에 대한 대립각을 공고히 하고 있다.

전북지사 경선에서 안호영 민주당 의원을 지지했던 모임의 도움을 받으며 세 결집에도 힘쓰고 있다. 안 의원 지지 모임인 '호영호제'는 전날 "민주당의 공정이 무너졌다"고 성토하며 김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반면 한 후보는 자신만의 정체성으로 승부를 벌이고 있다. 그는 현직 프리미엄도, 강한 지역 기반도 없지만 부산 북갑 보궐선거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한 후보는 하정우 민주당 후보와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 사이에서 3자 구도를 형성하며 선거 구도 자체를 흔들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가 채널A 의뢰로 지난 17~19일 실시한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지도 조사에서 한 후보는 34.6%를 기록했다. 하 후보는 32.9%로 한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이었다. 박 후보는 20.5%로 나타났다.

그는 조직 기반이 약한 만큼 더욱 적극적인 현장 행보에 나서고 있다. 실제 한 후보는 부산 북갑 곳곳을 돌며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가리지 않고 직접 주민들을 만나고 있다. 시장과 골목 상권, 경로당, 학교 앞 등을 연이어 찾으며 지역 민심 접촉면을 최대한 넓히는 모습이다. 부산 북갑에 사는 한 50대 여성은 "사실상 동네 소통왕을 자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한 후보는 낮은 자세와 생활 밀착형 행보를 앞세우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과 육아 문제를 이야기하고, 청년층과는 취업·주거 문제를 논의하는가 하면, 노년층에게는 직접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장시간 대화를 이어가는 식이다.

한 후보의 이 같은 행보가 '외부 인사'라는 약점을 상쇄하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직 기반이나 지역 연고 대신 후보 개인의 화제성과 소통 능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이라는 정치적 결단 역시 한 전 대표만의 차별화된 서사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최근 유세에서 "정치 생명이 끝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자신의 선택을 정면 돌파하고 있다. 보수 진영 내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를 숨기지 않는 태도가 오히려 정치적 선명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공통점으로 '당이 존재감을 만든 인물'이 아니라 '스스로 존재감을 증명한 인물'이라는 점을 꼽는다. 김 전 지사에게는 도정 성과가, 한 후보에게는 탄탄한 팬덤과 자신만의 서사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변수는 남아 있다. 양당의 조직력과 지역 기반, 선거 막판 단일화 여부 등은 여전히 무소속 후보들에게 부담으로 꼽힌다.

한 야권 관계자는 "선거 막판까지 변수는 언제든 생길 수 있다"면서도 "이번 선거 국면에서 한동훈이라는 정치인이 보여준 건 결국 '개인 경쟁력만으로도 판을 흔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본인 스스로 화제성과 확장성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한길리서치 여론조사는 무선 전화 ARS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8.5%다.

리서치앤리서치 여론조사는 부산 북갑 지역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응답률은 10.0%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희선 한경닷컴 기자 gimme_sun@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