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 서프라이즈 발표한 엔비디아 주가는 시무룩…그래도 메모리는 간다

엔비디아 실적은 시장을 폭발적으로 흔들 만큼의 서프라이즈는 아니었다. 그러나 숫자보다 중요한 메시지는 분명했다. AI 인프라 투자는 멈추지 않았고 베라 루빈 플랫폼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메모리 쇼티지는 HBM을 넘어 일반 D램까지 확산되고 있다.
김장열 유니스토리자산운용 본부장은 엔비디아의 이번 실적을 두고 “실적과 가이던스는 컨센서스를 상회했지만 엔비디아가 원래 대부분의 경우 예상치를 넘겨왔다는 점에서 숫자 자체는 정상적인 수준”이라고 봤다. 매출은 시장 예상보다 약 3% 높았고 EPS는 5% 중반가량 상회했다. 다음 분기 가이던스도 예상치를 약 4% 웃돌았다. 그러나 김 본부장은 이를 두고 “서프라이즈라기보다 노멀한 상회”라고 해석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이미 저점에서 상당히 올라온 상황이었기 때문에 단순한 실적 상회만으로 시장이 크게 환호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한국 반도체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대목은 차세대 플랫폼인 베라 루빈의 양산 일정에 대해 기존 예상 경로를 유지했다는 점이다. 블랙웰이 GPU 중심의 이야기였다면 베라 루빈은 CPU인 베라와 GPU인 루빈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GPU 옆에는 HBM이 붙고 CPU 옆에는 일반 D램 계열 메모리가 붙는다는 점이다. HBM4 공급 일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HBM4에서 가장 앞선 위치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공식적인 퀄리피케이션 과정과 양산 스케일업을 둘러싸고 일부 우려가 제기됐다. 베라 루빈 플랫폼이 예정대로 움직이려면 HBM4 공급 안정성이 전제돼야 한다. 김 본부장은 엔비디아가 베라 루빈 양산 일정을 유지했다는 것은 HBM4 공급망에 대한 우려가 시장이 걱정한 수준보다 낮아졌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봤다.
더 중요한 변화는 일반 D램이다. 김 본부장은 베라 루빈의 베라 CPU 옆에 붙는 LPDDR 계열 메모리 수요가 기존 그레이스 블랙웰 구조보다 크게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CPU가 GPU를 보조하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CPU 자체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CPU 옆에 붙는 메모리 용량이 확대된다. 김 본부장은 “베라에 붙는 일반 D램의 메모리 사이즈가 세 배로 늘어난다”고 했다. 이 발언은 최근 D램 가격 전망이 빠르게 상향 조정되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노사 협상 이슈가 단기 주가의 가장 큰 부담이었다. 노사 합의안에서 성과급 재원이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로 정리되고 일부는 자사주로 지급되는 구조가 논의된 점도 시장이 새롭게 따져야 할 변수다. 김 본부장은 이 구조가 완전히 부정적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자사주 지급과 일정 기간 매도 제한은 충격을 분산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영업이익 일부가 성과급으로 배분되는 구조가 장기화되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익 전망을 다시 계산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올해와 내년에 벌어들일 이익이 크게 늘어나더라도 그 일부가 성과급으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밸류에이션이고 이익의 바닥이 과거보다 높아졌는지다. 삼성전자가 향후 10년 동안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을 유지할 수 있다면 과거처럼 낮은 PER을 적용할 이유가 줄어든다. 김 본부장은 “200조원 수준의 이익이 지속 가능하다고 보면 10배 이하의 멀티플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즉 시장이 삼성전자를 과거의 전형적 사이클 산업으로만 볼 것인지 아니면 AI 인프라 시대의 구조적 수혜 기업으로 재평가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여전히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그동안 덜 오른 만큼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의 캐치업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김 본부장은 하이닉스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가 과하게 눌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삼성전자가 하이닉스보다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HBM 경쟁력 측면에서는 하이닉스가 앞서 있지만 삼성전자가 가진 포트폴리오와 규모를 감안하면 이 격차가 계속 유지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변압기와 전력기기 업종에 대한 언급도 중요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되려면 GPU와 메모리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전력망과 변압기와 냉각 인프라가 함께 필요하다. 김 본부장은 변압기 업종이 최근 고점 이후 조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목표주가에 근접하며 안전마진이 줄어든 상태에서 금리와 매크로 불안이 겹치자 주가가 빠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낙폭이 커지면서 다시 안전마진이 생긴 구간도 있다는 해석을 덧붙였다. AI 인프라 투자의 흐름이 유지된다면 반도체뿐 아니라 전력기기와 인프라 업종도 함께 봐야 한다는 뜻이다.
김장열 본부장의 시각은 명확하다. 엔비디아는 시장을 놀라게 하지는 않았지만 AI 투자 흐름이 꺾이지 않았다는 확인을 줬다. 삼성전자는 노사 이슈라는 불확실성을 일정 부분 덜어냈고 SK하이닉스는 HBM과 메모리 쇼티지의 핵심 수혜 기업으로 남아 있다. 결국 2차 랠리의 조건은 하나다.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되고 메모리 가격 상승이 실적으로 확인되는가다. 지금까지의 신호는 아직 그 흐름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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