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시즌' 돌입한 행동주의 펀드, 피투자 기업은 반격 준비

신준혁 기자 2026. 5. 2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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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덴티움

정기 주주총회 후 막대한 이익을 얻은 행동주의 펀드들이 대외적인 공개 캠페인을 줄이고 전열을 정비하는 등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이들의 공세를 마주했던 피투자 기업들은 우호 지분 확보와 경영권 방어, 법적 대응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반격에 나섰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행동주의 펀드들은 주주 서한 발송과 표 대결을 멈추고 내부 전략을 다듬고 있다. 반면 피투자 기업들은 각사의 재무 상태와 지배구조 상황에 맞춘 방어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DB손해보험은 7일 얼라인의 주주서한 답변서를 공개하고 자본관리 프레임워크를 외부 전문 회계법인과 함께 수립하고 주주환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특히 보험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 배당가능이익 감소와 가이드라인 등 규제 환경 변화에 대응해 내부 유보와 주주 환원 간 조합을 도출하기 위한 자본배치 원칙을 제시했다.

다만 얼라인 측이 요구한 미국 포테그라 인수 거래 종결 전 주주환원 가이던스의 조기 제시 요구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선을 그었다.

포테그라 인수 후 연결 재무제표에 편입되면 당기순이익과 가용자본, K-ICS 비율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가이던스는 예측 가능성을 낮추고 시장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신 DB손해보험은 하반기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하고 자본관리 방향을 구체화하겠다고 답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가 3월 20일 DB손해보험 강남 본사 지하강당에서 열린 제5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안 관련 주주제안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 = 신준혁 기자 

에이플러스에셋과 얼라인파트너스 간 경영권 공방은 정기 주총 이후에도 전방위로 지속되는 양상이다.

한화생명과 DB손해보험 등 국내 주요 보험사 4곳은 지난해 12월 얼라인의 공개매수에 대응해 에이플러스에셋 지분을 지속적으로 매입, 10%까지 확대했다. 사업상 제휴 관계에 있던 대형 보험사들을 우군으로 대거 확보한 것이다.

덴티움과 얼라인 간 분쟁은 법적 소송으로 공식 비화됐다. 얼라인은 지난달 10일 수원지방법원에 주총 관련 증거 보전을 신청했다. 덴티움 측이 위임장 집계 과정에서 동일한 위임장을 중복 처리해 이중 사용하거나 위임장을 정상적으로 제출하지 않은 주주의 의결권을 행사한 정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얼라인은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해 에이플러스에셋과 덴티움의 전현직 임직원과 거래처, 업계 관계자,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제보 및 제언 센터'를 개설했다. 지분 매수 행위나 내부통제 미흡, 사익 편취 정황을 들여다보고 후속 캠페인을 위한 추가 논거를 확보하겠다는 속내다.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이 3월 26일 부산 문현동 부산은행 본점에서 열린 제1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개회사를 읽고 있다. / 사진 = 신준혁 기자

이와 달리 라이프자산운용은 인게이지먼트 펀드를 자처하며 조용한 압박 방식을 택했다. BNK금융지주 지분 4%를 보유한 주주로서 내년 주총에서 주주가치 제고 계획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는 주주제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주총에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도입과 보수 한도 조정을 제안했으나 표 대결 끝에 부결되면서 향후 과제로 남은 상황이다.

다만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기보다 비공개 협의를 통해 우군을 확보하고 BNK금융에 주주제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행동주의 펀드와 대비된다.

BNK금융도 라이프자산운용이 제안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수용해 사외이사 진용을 개편하는 한편 지역 중소벤처기업을 돕기 위한 대규모 M&A 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등 지역 경제 지원에도 나섰다. 주주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기업 고유의 성과 증명을 결합해 갈등이 아닌 협력을 택한 셈이다.

반도체 부품사 월덱스는 정기 주총에서 VIP자산운용의 반대에 막혀 이사 보수규정 제정 안건이 부결된 뒤 임시주총을 열고 이사 보수 규정과 보수 한도 안건을 다시 다루기로 했다. 임시 주총은 6월 29일 개최한다.

80억원 규모의 임원 임금 규정 제정안을 제1호 의안으로 재상정해 보수 체계의 투명성을 소명하기로 했다.

만약 부결될 경우를 대비해 대표이사 보수한도 20억원, 대표이사를 제외한 사내외이사 보수한도 50억원으로 안건을 분리해 표결에 부치는 제2호 의안을 배치하는 등 돌파구를 마련했다. 

앞서 논란이 된 안건에는 이사 보수 한도 확대와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으로 임기 전 해임될 경우 최근 3년 평균 연봉의 최대 20배를 특별퇴직위로금으로 지급하는 이른바 '황금 낙하산' 조항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주총이 끝났다고 행동주의 펀드와 기업 간 대치가 끝난 것은 아니다"며 "지금부터는 우호 지분 확보와 법적 공방이 이어지고 내년 주총을 준비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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