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직원, 16년 만에 첫 감소…노조 “로봇 말고 사람 뽑아라”

정경수 2026. 5. 21.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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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사, ‘정규직 충원’ 견해차 뚜렷
노조 “퇴직자 자연감소분 정규직으로 메워야”
현대차 “미래산업 변화·공장 재편 고려해야”
직원 수 전년比 2539명 감소…2009년 이후 처음
아틀라스 등 로봇 투입 해외 거점부터 가시화
노조, 신규채용 늘리라면서 정년연장도 요구
현대자동차의 울산 1공장에서 작업자들이 아이오닉 5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 초반부터 신규 인원 충원안을 두고 뚜렷한 견해차를 보이면서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을 둘러싼 임금성 요구와 더불어 고용 구조 문제가 향후 교섭의 주요 쟁점으로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전날 열린 5차 교섭에서 단체교섭 별도요구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별도요구안은 임금 인상안과 별개로 노조가 교섭 테이블에 올린 고용·인사·복지 관련 추가 요구사항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별도 요구안으로 해고자 원직복직, 정년연장, 신규인원 충원 등을 제시했다.

지난 13일 오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밭에서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 투쟁 출정식을 열고 있다. [연합]

특히, 노사 간 입장차가 크게 드러난 안건은 신규 인원 충원이다. 노조는 이날 교섭에서 “퇴직자 증가에 따른 자연감소 인원을 정규직 대규모 충원으로 메워야 한다”며 “촉탁직 확대 문제와 신규채용 관련 단체협약 준수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노조가 근거로 드는 것은 단체협약 44조다. 정년퇴직 등의 이유로 결원이 발생하면 필요 인원을 정규직으로 충원한다는 내용의 조항이다. 노조는 사측이 정년퇴직자 감소분을 정규직 신규 채용으로 충분히 채우지 않고, 촉탁직과 기간제 인력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현대차 직원 수는 16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현대차의 지난해 말 기준 직원 수는 7만2598명으로, 2024년 7만5137명보다 2539명(3.4%) 줄었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 차례 감소한 이후 2024년까지 이어진 증가 흐름이 꺾인 것이다. 현대차 직원 수는 2013년 6만명, 2019년 7만명을 각각 넘어선 뒤 2024년 7만5000명대까지 확대돼 왔다.

노조가 더 문제 삼는 지점은 고용 형태 변화다. 현대차의 계약직 직원 수는 2019년 3564명에서 2024년 1만63명으로 늘었다. 5년 사이 182% 증가한 셈이다. 지난해에는 8744명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2019년과 비교하면 145%가량 많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정규직은 2019년 6만6468명에서 지난해 6만3854명으로 줄었다. 전체 인력 규모는 큰 폭으로 줄지 않았지만, 계약직 비중은 이 기간 5%대에서 13%까지 높아진 구조다.

현대차 직원 수 추이 및 비정규직 수 증가 추이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는 ‘시니어 촉탁제’가 꼽힌다. 현대차는 2019년부터 정년퇴직자를 일정 기간 계약직으로 다시 채용하는 시니어 촉탁제를 시행해왔다. 당초 이 제도는 정년연장 요구와 맞물려 퇴직 이후 소득 공백을 줄이고 숙련 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방안으로 논의됐다. 과거 노조도 정년퇴직자 재고용 확대를 사측에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제도가 확대되면서 신규 정규직 채용 여력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 입장에서는 정규직 신규 유입이 조직 유지와도 직결된다. 정년퇴직자가 계속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정규직 채용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현장 인력의 고령화와 조직 기반 약화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층 신규 채용 확대는 노조 내부에서도 중요한 요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 사측은 노조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견해다. 현대차는 교섭에서 “미래산업 변화와 공장 재편을 고려해 기존 조합원 고용을 우선 논의해야 하며 중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당장 부족한 인력을 채우는 차원을 넘어, 향후 생산 구조가 어떻게 바뀔지를 감안해야 한다는 취지다.

현대차는 현재 해외 생산 확대와 국내 공장 현대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는 현지 생산 능력을 각각 연 100만대 수준으로 키우고 있고, 국내 울산 1·4공장 라인은 전동화 전환을 위한 설비 개선 과정에서 생산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내년께 철거된 후 재건축에 들어간다.

울산 전기차(EV) 전용공장 신설도 진행 중이다. 이는 신규 채용 확대를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으로 꼽힌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적고 파워트레인 구조가 단순해 조립과 부품 공급망 전반에서 필요한 인력이 20~30% 적다.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 2026’에서 공개된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 [보스턴다이나믹스 제공]

여기에 생산 공정에는 로봇 활용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8년 미국에 연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 역량을 확보하고, 현대차·기아 생산 현장에는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2만5000대 이상 투입될 예정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 생산현장은 매년 2000명 안팎의 정년퇴직자가 발생하는 구조라 노조가 신규 채용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회사 입장에서는 디지털화, 로봇 도입, 전동화 전환을 모두 고려하면 과거처럼 정규직 인력을 대규모로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단기 교섭에서 끝날 사안이 아니라 2030년 전후까지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쟁점”이라고 덧붙였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미니 냉장고를 들어 옮기고 있다. 아틀라스는 팔과 다리, 몸통을 함께 활용해 무게를 분산하고 균형을 잡는 전신 제어 능력을 시연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제공]

노조가 신규 인원 충원과 함께 정년연장도 같은 교섭 테이블에 올린 점도 변수다. 현대차 노조는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동한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년연장이 이뤄질 경우 기존 인력의 근속 기간이 길어져 신규 채용 여력은 줄어들 수 있다.

최영일 현대차 대표이사는 정년연장과 관련해 “법제화 이후 도입 시기를 논의했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적 논의와 법 개정이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별 기업이 먼저 정년연장을 도입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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