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석에 최형우가 있는 시간, 100가지 수싸움이 진행되는 시간

안승호 기자 2026. 5. 2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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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최형우. 삼성 라이온즈 제공

삼성 최형우는 지난해 이전 KIA에서 뛸 때는 물론, 2000년대 중후반 삼성 중심타자로 파릇파릇하게 뻗어 올라오던 시절과 비교해도 타격폼의 변화가 잘 읽히지 않는다. 타석에서 방망이를 들고 있는 실루엣이나 스윙 궤도까지 거의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형우는 최근 그와 관련된 질문에 “밖에서는 어떻게 보실지 몰라도 저 스스로는 변화를 주면서 대응하고 있다. 달라진 것들이 많다”고 답했다.

강타자의 ‘영업비밀’에 해당할 영역을 제외하고, 진행된 대화로는 경기마다, 타석마다의 미세한 스탠스 변화가 있다. 마주하는 투수와와 타이밍을 체감하며 그때마다 스탠스를 조정한다고 했다. 예컨대 좌타자인 최형우는 오른발을 움직이는 스트라이드로 타이밍을 잡는데 그 폭을 때때로 바꾼다고 했다.

또 하나는 싸우는 방법의 확장이다. 경험이 쌓이면서 타석에 설 때마다 시야에 잡히는 것들이 많아졌다. 수싸움을 하는 방법도 그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인다. 신체 반응속도가 최고조에 있던 20대 청춘을 보내면서는 대략 ‘중타이밍’을 잡아놓고 예측불허의 구종과 구속에 대응하는 경우가 잦았지만 지금은 조금 더 타깃을 구체화하는 횟수가 늘어난 모양이었다.

삼성 최형우. 삼성 라이온즈 제공

‘노림수’ 적중 확률은 갈수록 늘어나는 모양이다. 야구 대표팀 류지현 감독은 해설위원으로 KBO리그 전체를 들여다보던 몇 해 전 “최형우는 우리 리그에서 변화구 타이밍을 가장 잘 읽으면서 가장 잘 대처하는 타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상대팀 벤치나 배터리 시선에서도 볼배합을 가져가기 정말 어려운 타자라는 설명이었다.

예컨대 주자 2·3루에 1루가 비어있는 상황이라면 상대 배터리 입장에서 정면승부를 굳이 할 필요가 없다. 때리기 좋은 공이 올 확률은 극도로 낮아진다. 치고 싶은 욕심에 자칫 유인구에 따라다니다 상대 배터리만 도와주는 흐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라면 조금 더 타깃을 좁힐 필요가 있다.

실제로 최형우는서둘지 않았다. 올시즌 2·3루에서 맞은 7차례 타석에서 볼넷 4개를 골라냈고, 그중 2차례는 고의4구로 걸어 나갔다. 나머지 3타석 중 한번은 희생플라이로 3루주자를 불러들인 가운데 2타수 1안타(홈런 1개)에 5타점이나 올렸다. 무안타 타수 처리된 한 타석에서조차 내야 땅볼로 3루주자를 불러들인 결과였다. 타석마다 무엇을 해야하는지 잙 읽고 실천한 것이 기록에 그대로 담겼다.

지난 3월31일 삼성 최형우의 역대 최고령 홈런 전광판 알림 메시지. 삼성 라이온즈 제공

최형우는 달라지지 않아 보이는 것을 두고 “아마도 늘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얘기를 조심스럽게 했다.

그러고 보면 늙지 않고 달라지지 않고 있는 성적이다. 최형우는 20일 현재 시즌 타율 0.354(3위) OPS 1.032(2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타자가 어떤 방식으로든 득점에 기여한 것을 산출한 ‘경기당 득점생산력(RC)’ 또한 10.89로 전체 2위에 올라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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