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이 바꾸는 금융결제 생태계 [태평양의 미래금융]

윤주호 2026. 5. 2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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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취득한 A금융사
B사는 스테이블코인 결제구조 검증
제휴 구도의 해체와 재결합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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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생성형AI

결제 인프라가 바뀌면 금융 생태계의 판도가 바뀐다. 최근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이 블록체인 기반 결제망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싸고 잇달아 새로운 제휴를 맺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글로벌 카드사, 블록체인 재단, 핀테크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협력의 대상과 방식이 빠르게 다변화되고 있다.

아직 제도의 틀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금융회사들의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흐름의 배경과 현행 법률 환경을 짚어보고, 금융회사들이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제휴 구도의 해체와 재결합

기존에 은행과 가상자산 거래소의 관계는 단순했다. 거래소 이용자의 실명 확인과 자금세탁방지 규제 준수를 위한 실명계좌 제공이 전부였다. 은행은 일종의 ‘문지기(gatekeeper)’ 역할에 머물렀고, 두 업권 간 실질적인 사업 협력은 제한적이었다.

이 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A금융그룹은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운영사의 지분을 취득해 유의미한 주주로 올라섰다. 주요 시중은행이 대형 거래소의 전략적 주주가 된 것은 처음이다. 이 거래의 핵심은 지분 취득 자체보다 거래소의 블록체인 인프라와 유통망을 사업적으로 연결한다는데 있다. 해외송금·은행 간 정산 효율화와 전통 금융자산·디지털자산의 통합 관리 서비스까지,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에서의 포지션을 미리 확보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

B금융그룹은 방향이 다르다. 글로벌 카드망 및 블록체인 재단과 손잡고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 결제·정산 구조를 검증했다. 수천만 명의 카드 회원을 기반으로 국제 결제망과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연결하는 구조로, 결제 인프라를 이미 갖춘 쪽에서 디지털 자산 레이어를 얹는 방식이다.

C금융그룹은 상용화 측면에서 가장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핀테크 기업·블록체인 재단과의 공동 기술 검증(PoC)을 통해 오프라인 QR결제와 해외 계좌 송금을 실제로 구현했다. 기존에 수 시간에서 수일이 걸리던 해외송금 과정을 대폭 단축하고 수수료도 크게 절감하는 결과를 보였다.

세 금융그룹이 선택한 경로는 다르지만, 공통된 논리가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경쟁력은 토큰 발행 자체가 아니라 유통망, 결제 인프라, 블록체인 기술력의 조합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제휴 구도를 해체하고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는 과정이 지금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행 법률 환경과 규제 공백

출처: 연합뉴스

금융회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반면, 제도적 기반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현행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2024년 7월 시행)은 예치금 보호, 불공정거래 규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의무 등 1단계 이슈에 집중돼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및 유통 구조 규제,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 마련 등 핵심 쟁점은 2단계 입법 과제로 남아 있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 「은행법」, 「외국환거래법」과의 정합성 문제도 실무상 과제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기능하는 경우 전자금융업 규제 적용 여부, 준비자산의 성격에 따른 건전성 규제 적용, 국경 간 이동 시의 외환거래 규제 해석이 모두 불확실한 상태다. 규제 공백이 사업 기회이기도 하지만, 불확실성 자체가 리스크가 된다.

 지금 준비해야 할 것

제도가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것은 답이 아니다. 금융회사들은 지금의 제도 공백 속에서도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사업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첫째, 제휴 계약의 구조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지배구조상 영향력이 제한된 소수 지분 관계에서 수익 모델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정보공유·공동 서비스 개발 과정의 금융 규제 이슈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규제 환경 변화에 대비한 사업 구조 수정 조건과 재협상 트리거를 미리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2단계 입법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의견 제출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 발행 주체 자격, 준비자산 적격 기준, 결제망 접근 방식은 사업 모델 전체를 좌우하는 변수인 만큼, 입법 논의 단계에서 시장 참여자로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다.

셋째, 현행 규제 프레임워크와의 정합성을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 특정 사업 구조의 전자금융업 해당 여부, 외환거래 신고 의무, 건전성 규제상 자본 처리 방식은 지금도 확인 가능한 쟁점이다. 불확실한 영역은 당국과의 비공식 협의(non-binding consultation)를 통해 선제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경쟁은 단순히 새로운 디지털 자산을 누가 먼저 발행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결제 인프라의 근본적 재편,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반되는 금융 생태계 전반의 제휴 해체와 재결합이라는 구조적 변화다. 제도의 틀이 갖춰지기 전에 포지션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이미 시작된 만큼, 사업 전략과 법률 준비를 함께 가져가는 접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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