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한계 뛰어넘은 ‘170시간 노동’… 산업계, 피지컬AI 영토 선점 사활[‘피지컬 AI 혁명’ 현장을 가다]
美 ‘피겨AI’ 택배분류 모습 공개
하루 2만8000개 이상 물품처리
고위험 환경서 인간 노동력 대체
저출산·고령화發 인력부족 해소
시장규모 9조→158조 팽창 전망
기업 생존의 필수 전략 자리매김


최근 전 세계 산업계의 이목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진일보된 활동에 주목하고 있다. 먼저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피겨 AI’가 물류 창고에서 일하는 로봇을 실시간으로 공개했다. 사람의 개입 없이 170시간 넘게 스스로 판단하며 택배 물류 작업을 수행하는 모습이다. 피겨 AI 유튜브에서는 지금 이 시간에도 평균 3초마다 소포 1개를 처리하며 하루 2만8000개 이상의 물품을 분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일정 시간이 지나면 충전 중인 다른 로봇과 자동으로 교대하며 3교대로 24시간 일한다.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냉장고를 통째로 들어 올리는 영상을 지난 18일 선보였다. 무릎을 반쯤 굽힌 뒤 양팔을 사용해 23㎏에 달하는 소형 냉장고를 옮기는 모습이다. 냉장고를 든 상태에서도 균형을 유지하며 최대 45㎏ 무게를 옮기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오는 2028년 연 3만 대의 아틀라스 생산 체계를 갖추고 우선 2만5000대 이상을 현대차그룹 생산 현장에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장면은 디지털 세계에 머물던 인공지능(AI)이 물리적 실체를 입고 현장에 뛰어드는 ‘피지컬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피지컬 AI로의 산업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거시적 흐름이다. 시장조사기관 코히어런트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피지컬 AI 글로벌 시장규모는 2026년 64억 달러(약 9조6499억 원)에서 2033년 1049억5000만 달러(158조2436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피지컬 AI는 산업 현장의 생산 연속성을 보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노사 분쟁이나 인력 부족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는 최소한의 생산과 운영을 유지하게 해주며, 특히 고위험 환경에서 인간 노동을 안전하게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만성적 구인난과 숙련공 은퇴에 직면한 국내 주요 기업들에 피지컬 AI는 단순한 혁신 기술을 넘어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산업계를 이끄는 주요 기업들도 일찌감치 현장 혁신을 주도하며 피지컬 AI 생태계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스마트폰을 이을 미래 사업으로 피지컬 AI를 점찍고 휴머노이드 상용화와 이를 통한 제조 생산성 향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4년 말 신설한 미래로봇추진단은 계열사인 레인보우로보틱스와의 시너지를 통해 기술 개발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 중이다. 최근 로봇의 정밀 조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담 조직인 ‘핸드랩(Hand Lab)’을 신설했으며, 제조형 로봇 선행 개발 후 홈·유통 분야로 발전시킨다는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기술 고도화를 위해 외부 협력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투자·인수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SK그룹은 SK텔레콤을 필두로 제조 현장의 AI 적용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가상 환경에서 생산 공정을 미리 구현·검증하고 로봇에 사전 학습시키는 ‘디지털 트윈’과 로봇 트레이닝 기술을 결합, 변수가 복잡한 제조 혁신의 속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엔비디아 ‘옴니버스(Omniverse)’를 기반으로 한 이 플랫폼을 통해 신규 설비 도입 전 운영 시나리오를 사전에 검증하며, 향후 반도체와 배터리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모빌리티 기업에서 로보틱스 기업으로 변신 중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1년 11개월의 리노베이션을 마친 서울 양재 사옥을 거대한 ‘피지컬 AI 실험실’로 탈바꿈시켰다. 공용 공간에 관수 로봇 ‘달이 가드너’, 배송 로봇 ‘달이 딜리버리’, 의전·보안용 4족 보행 로봇 ‘스팟’ 등 3종을 투입해 사람과 로봇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며 업무를 돕는 인간 중심의 피지컬 AI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LG 역시 장기간 축적해온 고품질 산업 데이터와 LG AI 연구원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무기로 피지컬 AI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로보티즈 지분 투자와 로보스타 경영권 인수를 비롯해 최근 미국 베어로보틱스 경영권 확보와 중국 휴머노이드 제조사 애지봇 전략적 투자 등 글로벌 피지컬 AI 시장에 전방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AI를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인프라’로 재정의하고, ‘목표 지향적 AI 전환(Mission-oriented AX)’ 전략을 통해 그룹 차원의 대전환을 본격화했다. 철강 부문에서는 제선·제강 등 핵심 공정을 지능화하고 고위험 작업의 로봇 자동화를 추진하며 AI와 로봇, 작업자가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자율제조 현장을 속도감 있게 구현해 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던 알고리즘이 철강을 주조하고 반도체를 나르며, 택배를 분류하는 시대. K재계가 써 내려가는 피지컬 AI의 역동적인 현장 혁신 속으로 문화일보 독자 여러분을 안내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SK, 포스코, 롯데, 한화, 이마트, KT, CJ, 대한항공, 카카오, 네이버
이용권·김호준·최지영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李, 무신사 저격 “사람 탈 쓰고 이럴 수가”
- [단독]SK하이닉스 하청, ‘N% 교섭’ 소송 움직임… 노란봉투법 등에 업고 ‘기세등등 노조’
- [속보]삼성전자 노사협상 결렬…노조, 내일부터 총파업 “사측이 조정안 거부”
- 영월서 카누타다 ‘변사체’ 발견…지난해 말 실종된 20대 추정
- 삼전 주주단체 “파업땐 노조 전원에 손배”
- “부산서 1원도 써주지 말자” BTS팬들의 분노 이유
- “실적 없는데 성과급 왜 주나” - “우리 노력 왜 무시하나”… 노노갈등 심화
- [속보]코스피 2%대 급락, 7100선 붕괴…美시장금리 급등 영향
- [속보]李 “네타냐후 체포영장 발부, 판단해보자” 말한 까닭은
- [속보]삼성전자 노사, ‘벼랑 끝’ 협상 재개…노동장관 직접 중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