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적 없던 종(種)의 등장'…연상호의 새로운 좀비물 '군체' [종합]

[TV리포트=강지호 기자] 연상호 감독이 다시 한번 좀비 영화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단순한 재난을 넘어, 집단 지성과 진화를 거친 '새로운 종'이 탄생했다.
지난 20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21일 개봉을 한 영화 '군체'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배우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 연상호 감독이 참석했다.
영화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부산행'으로 한국형 좀비물의 새 지평을 열었던 연상호 감독은 전작 '반도' 이후 다시 한번 좀비 장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군체'는 기존 좀비물의 공식을 비틀며 전에 없던 형태의 감염자들을 내세워 기대를 모았고,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개봉 전부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이날 시사회를 통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군체'를 선보이게 된 연 감독은 "칸에 다녀왔는데, 길에 사람이 엄청 많았다. 정말 축제다. 그런 곳에서 영화를 선보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런데 오늘 보니 IMAX로 보는 게 더 좋은 것 같다"며 능청스레 입을 열었다.
'군체' 속 좀비(감염자)들은 단순히 빠르고 난폭한 존재가 아니다.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점액질을 통해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며 집단 지성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기존 좀비들과 차별화된다.
연상호 감독은 작품의 출발점이 오히려 AI에 대한 고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휴머니즘'과 '인간다움'에 관해 오랫동안 생각해 왔다"며 "AI의 작동 원리를 보면서 결국 인공지능이란 보편적 사고의 총합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 총합이 강해질수록 오히려 인간 개인의 개별성이 무력해지는 느낌이 들었다"며 "집단 지성이 모든 걸 지배하는 세상 속에서 가장 인간다운 건 결국 개별성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소수의 의견을 끝까지 내는 권세정이라는 인물을 중심에 두고 싶었다"며 "집단성과 진짜 연대의 차이를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또 연 감독은 "'군체'는 애초에 좀비 영화로 출발한 작품은 아니었다"며 "현대 사회가 가진 잠재적 공포를 고민하던 중 함께 작업한 최규석 작가가 좀비물로 풀어볼 가능성을 이야기했고, 그 과정에서 '서로 연결되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좀비'라는 아이디어가 탄생했다"고 전했다.

연상호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구교환은 극 중 감염 사태의 중심에 선 천재 생물학자 서영철 역을 맡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서영철은 인간과 감염자의 경계에 걸쳐 있는 듯한 독특한 움직임으로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구교환은 "서영철 역시 감염 사태를 통해 처음으로 '교류'의 상태를 경험하는 인물"이라며 "얼굴 근육부터 몸의 움직임까지 거칠게 사용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단 지성이 원활하게 연결된 상태에서는 오히려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표현이 가능했다"며 캐릭터의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얼굴 근육을 활용한 액션은 연상호 감독님이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디렉팅해주셨다"고 말했고, 이에 연 감독은 "나는 그걸 '마그네슘 부족 액션'이라고 불렀다"고 받아쳐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칸 영화제를 찾은 소감도 이어졌다. 구교환은 "상영이 끝난 후 새벽 3시쯤 걸어서 숙소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군체' 서영철이 맞냐고 물어봐 주시더라, 캐릭터의 이름으로 불리는데 너무 행복했다"며 자신을 알아봐 준 관객에게 '고마워요!'라고 인사를 전했다.
칸 영화제를 통해 글로벌 관객들과 작품을 먼저 만난 전지현은 "영화를 소개하러 간 자리였는데 오히려 더 큰 에너지와 용기를 받고 돌아온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동안 다양한 액션 작품에서 활약해 온 전지현은 이번 작품에서는 보다 절제된 움직임을 선택했다. 그는 "권세정은 생명공학 박사이기 때문에 갑자기 액션을 너무 잘하는 인물처럼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도를 지키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지현은 "권세정은 특별한 인물이 아니라, 관객을 이끌어야 했다"며 "자연스럽게 상황 속에서 따라올 수 있도록 관객을 돕는 것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강조했다.
연상호 감독 역시 '군체'에서 등장하는 권세정의 클로즈업 장면에 관해 덧붙이며 "관객이 흐름을 놓치는 순간 이야기를 따라가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권세정이 상황을 깨닫는 순간들을 문장의 쉼표처럼 반복적으로 보여주려 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전지현의 11년 만의 복귀작이자, 연상호의 '페르소나 군단'이 총출동한 새로운 좀비 영화 '군체'는 지금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강지호 기자 / 사진= 오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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