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데이터센터에 ‘님비’ 기류 심각… 최대 규모 건설 좌초 위기

이규화 2026. 5. 2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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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데이터센터 모습.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유타주 광활한 사막지대 들어설 예정이던 세계 최대 규모의 초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이는 미국 인공지능(AI)산업이 맞닥뜨린 새로운 병목현상이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IT전문매체 더버지는 20일(현지시간) 투자자 케빈 오리어리(Kevin O'Leary)가 추진 중인 초대형 데이터센터 단지가 유타 주민들의 조직적 저항에 부딪혔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리어리가 참여한 프로젝트는 유타주 남서부 약 4만 에이커(약 162㎢) 부지에 초대형 AI 데이터센터와 발전시설을 조성하는 계획이다. 이는 맨해튼 면적의 약 세 배에 달하는 규모로, 완공 시 세계 최대급 데이터센터 단지가 된다.

프로젝트 측은 AI 시대의 폭발적인 연산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규모 전력 공급망과 냉각 인프라, 첨단 서버 시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 확산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메타 등 미국의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미국 전역에서 데이터센터 확보 경쟁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유타 프로젝트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역사회 분위기는 냉담하다. 주민들은 "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Not in my backyard)"는 이른바 '님비'(NIMBY) 정서를 드러내며 프로젝트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막대한 전력과 물 사용량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수십만 개의 GPU 서버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특성상 도시 하나에 맞먹는 전력을 소비한다.

특히 냉각 과정에서 대량의 물이 필요해 이미 가뭄 문제가 심각한 미국 서부 지역에서는 생존권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유타 주민들은 데이터센터가 지역의 지하수와 전력망을 잠식하고 자연환경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버지는 이번 갈등이 단순한 지역 민원 수준을 넘어 미국 AI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AI 기업들은 지금까지 "더 많은 GPU, 더 많은 전력, 더 큰 데이터센터라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생성형 AI 경쟁이 격화되면서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가 지역사회 수용 능력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곳곳에서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반발이 커지고 있다. 버지니아에서는 데이터센터 증가로 인한 전력난 우려가 제기됐고, 애리조나와 네바다에서는 물 부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소음과 송전선 확대, 토지 가치 하락 등을 이유로 집단 행동에 나서는 사례도 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미국 AI 패권 전략에도 직접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건설이 주민 반발과 환경 규제에 가로막히면 AI 서비스 확장 속도 자체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에서는 신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승인 절차가 장기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전력망 연결 허가조차 수년씩 걸리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AI산업의 전력 소비 문제는 미국 정부 차원의 고민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AI와 데이터센터 확대로 미국 전력 수요가 향후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일부 연구기관들은 AI 데이터센터가 향후 미국 전체 전력 소비의 상당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따라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 확대 논의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들의 반대 역시 만만치 않다. 결국 AI산업의 성장과 지역사회 환경 보호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미국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유타 사례는 AI 경쟁이 더 이상 반도체와 알고리즘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점도 보여준다. 과거에는 더 뛰어난 모델 개발이 핵심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전력망, 용수, 토지, 송전 인프라 같은 물리적 자원을 누가 더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가 AI 패권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AI 시대의 '공장' 역할을 하지만, 그 규모가 지나치게 거대해지면서 지역 주민들의 일상과 충돌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이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려면 투자 확대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 설득과 에너지 인프라 확충, 친환경 냉각 기술 개발 등 보다 복합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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