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보다 제휴사가 판 흔든다...독점 공식 깨진 'PLCC'

이나라 기자 2026. 5. 21.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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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스타벅스·컬리 잇단 제휴 변화...락인 효과보다 고객 확장 전략 부상
상업자전용표시카드(PLCC). / 연합뉴스

| 서울=한스경제 이나라 기자 | 카드업계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의 경쟁 공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한 카드사가 대형 제휴사를 독점해 고객을 묶어두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제휴사가 여러 카드사와 손잡거나 기존 제휴사를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BC카드는 지난달 30일 'BC 바로 컬리카드' 신규·추가·갱신·교체 발급을 종료했다. BC카드는 지난달 23일 공지를 통해 컬리카드 발급 종료 시점을 안내했으며, 기존 발급 카드는 유효기간까지 정상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컬리카드는 BC카드가 지난 2023년 4월 컬리와 손을 잡고 출시한 PLCC 상품이다. 컬리와 뷰티컬리 이용 고객을 겨냥해 컬리 적립금 혜택을 앞세웠고 출시 이후 10만좌 이상 발급되며 흥행 상품으로 꼽혔다. 하지만 양사 계약기간 종료에 따라 신규 발급이 중단되면서 PLCC가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내더라도 계약 유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

현대카드와 무신사의 PLCC 제휴도 지난달 종료 수순에 들어갔다. 현대카드는 지난달 25일 '무신사 현대카드'와 '무신사 현대카드 하이브리드'의 신규·교체·추가·갱신 발급을 종료했다. 무신사 현대카드는 지난 2021년 4월 출시된 패션 플랫폼 특화 PLCC로, 현대카드가 MZ세대 고객을 공략하는 대표 제휴 상품 중 하나였다.

무신사는 기존 현대카드 상품 발급 종료 직후 삼성카드와 새 제휴카드를 내놨다. 지난달 27일 출시된 '무신사 삼성카드'는 출시 1주일 만에 누적 발급 1만장을 넘겼다. 무신사에 따르면 신규 카드 발급 수는 과거 제휴 카드 출시 시점과 비교해 4배 이상 늘었다.

스타벅스 사례는 PLCC 독점 공식 변화의 상징성이 크다. 현대카드는 지난 2020년 스타벅스와 손잡고 '스타벅스 현대카드'를 출시했다. 이 상품은 스타벅스 리워드와 카드 결제를 결합한 대표 PLCC로, 이용금액에 따라 스타벅스 별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고객 충성도를 높였다.

그러나 현대카드는 지난해 10월 스타벅스 현대카드의 신규·교체·추가 발급을 종료했다. 이후 스타벅스는 삼성카드와 새 제휴카드를 선보였고, 우리카드와 신한카드까지 스타벅스 관련 혜택을 담은 상품을 내놓으면서 단일 카드사 중심의 독점 구조에서 복수 카드사 협업 구조로 이동했다.

▲ 흥행해도 계약 유지 장담 못해...제휴사 선택권 확대

PLCC는 카드사가 특정 제휴사의 브랜드를 카드 전면에 내세우고 해당 브랜드 이용 고객에게 특화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일반 제휴카드보다 브랜드 결합도가 높고, 카드사와 제휴사가 상품 기획·마케팅·데이터 활용을 함께 설계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됐다.

초기 PLCC 시장에서는 카드사의 제휴사 선점 능력이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현대카드가 스타벅스, 배달의민족, 무신사, 네이버 등과 잇따라 손잡으며 PLCC 시장을 키운 것도 이 같은 구조에 기반했다. 카드사는 충성도 높은 브랜드 고객을 회원으로 확보하고, 제휴사는 카드 혜택을 활용해 고객 락인 효과를 높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달라지고 있다. 컬리카드처럼 10만좌 이상 발급된 상품도 계약 종료로 신규 발급이 중단됐고, 무신사는 현대카드에서 삼성카드로 파트너를 바꾼 뒤 출시 초반 발급 속도를 끌어올렸다. 스타벅스 역시 현대카드 단독 구조에서 벗어나 삼성카드, 우리카드, 신한카드 등으로 협업 범위를 넓혔다.

이는 PLCC 시장의 주도권이 카드사에서 제휴사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대형 플랫폼과 유통사는 이미 자체 앱, 멤버십, 리워드 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카드사가 고객을 데려오는 구조라기보다 카드사가 제휴사의 고객 기반에 접근하기 위해 경쟁하는 구조가 강해진 셈이다.

▲ 독점보다 확장 택한 브랜드...카드사 혜택 경쟁 심화

제휴사 입장에서는 한 카드사와 독점 계약을 유지하는 것보다 여러 카드사와 협업하는 편이 고객 접점을 넓히는 데 유리할 수 있다. 특정 카드사 고객에게만 혜택을 제공하면 충성 고객을 묶어두는 효과는 있지만, 신규 고객 확장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복수 카드사와 제휴하면 카드사별 고객군을 나눠 공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타벅스의 소비자의 결제 접점이 이미 스타벅스 앱과 리워드 프로그램에 묶여 있는 만큼, 특정 카드사 한 곳에 의존할 필요성이 낮다. 여러 카드사와 손잡으면 카드사별 혜택 경쟁을 활용해 결제액과 방문 빈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

무신사 역시 무신사, 29CM, 오프라인 스토어 등 자체 소비 생태계를 넓히고 있는 만큼,  카드사와의 제휴가 많을수록 플랫폼 안에서 결제를 유도하고 프로모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신사 삼성카드가 출시 초기 빠른 발급 성과를 낸 것도 PLCC가 단순 카드 상품을 넘어 플랫폼 마케팅 도구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카드사 입장에서는 제휴사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대형 브랜드와 손잡으면 회원 유입과 이용액 확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독점성이 약해질수록 카드사가 얻는 락인 효과는 줄어든다. 같은 제휴사가 여러 카드사와 협업하면 고객은 카드사 자체보다 혜택 조건을 기준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PLCC의 차별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도 카드사에는 부담이다. PLCC는 원래 특정 브랜드와 카드사가 함께 설계한 독점 상품이라는 점에서 일반 제휴카드와 구분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브랜드 이름을 내건 카드가 늘고, 한 브랜드가 여러 카드사와 동시에 협업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PLCC와 일반 제휴카드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카드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도 커질 수 있다. 대형 제휴사를 유치하려면 적립, 할인, 프로모션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제휴사가 이미 강한 브랜드 파워와 회원 기반을 갖고 있을수록 카드사는 협상 과정에서 더 많은 혜택을 제시해야 한다. PLCC가 카드사 주도의 회원 확보 전략에서 제휴사 주도의 마케팅 수단으로 바뀔수록 카드사의 수익성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과거 PLCC는 카드사가 대형 제휴사를 선점해 고객을 확보하는 성격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제휴사가 여러 카드사와 협업하며 고객 접점을 넓히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카드사 입장에서는 제휴 효과와 비용 부담을 함께 따져야 하는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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