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선거판 '집값 공약'…전략적으로 '침묵' 택한 이유 [더 라이프이스트-공간 이야기]

선거철이면 늘 반복되던 장면이 있었다. 거리에는 집값을 잡겠다는 말, 자산 가치를 높이겠다는 약속이 내걸렸다. 부동산은 가장 직관적으로 표심을 건드리는 소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다르다. 집값 이야기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관심이 줄어든 게 아니라, 정치권이 의도적으로 이 주제를 피하고 있다. 이 변화는 가볍지 않다. 부동산을 둘러싼 선거의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다. 과거에는 집값을 말하는 것이 유리했다면, 지금은 그 말 한 마디가 오히려 부담이 되는 상황이 됐다.
지방정부가 좌우할 수 없는 구조
이유는 명확하다. 집값은 지방정부가 좌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핵심은 세금, 대출 규제, 금리다. 이 세 가지는 모두 중앙정부와 금융당국의 권한이다. 시장의 방향을 결정하는 축이 지방에 있지 않다는 얘기다.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정비사업 인허가 속도를 조절하거나 일부 개발의 흐름을 관리하는 정도다. 시장 전체를 움직일 힘은 아니다. 상승기에는 이런 한계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어떤 공약을 내놔도 결과적으로 가격이 오르면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누가 가격을 만들었는지보다, 무엇이 가격을 움직였는지가 더 분명해졌다. 유권자들도 이 구조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정치인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실현 가능성이 낮은 약속을 굳이 꺼내지 않는 방향으로 선거 전략이 바뀌고 있다.
건드리는 순간 갈라지는 표심
지금 시장은 더 까다로운 국면에 들어와 있다. 방향이 갈리는 시기다. 집값을 올리는 쪽으로 메시지를 내면 무주택자가 반발한다. 반대로 가격 안정을 강조하면 유주택자 불안을 자극한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선거를 치르는 입장에선손해가 발생하는 구조다.
한쪽의 이익이 다른 쪽의 손실이 되는 상황이란 얘기다. 예전처럼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시장이 아닌 것이다. 정치인 입장에서 이 문제는 매우 위험하다. 성과를 내더라도 절반은 불만을 갖게 되고, 결과가 좋지 않으면 책임은 온전히 정치인에게 돌아온다.
때문에 부동산은 선택하기 어려운 주제가 된다. 잘해도 큰 이득이 없고, 잘못하면 치명적 결과로 이어진다. 그래서 지금 선거판의 침묵은 회피가 아니라 '계산된 선택'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젠 가격이 아니라 도시를 봐야 한다
집값은 결과다. '도시의 구조가 만들어낸 값'이다. 교통이 좋아지면 이동 시간이 줄어들고, 이는 주거 선호도를 바꾼다. 일자리가 늘어나면 수요가 유입되고 지역이 살아난다. 생활 인프라가 갖춰지면 체류 만족도가 올라가며 그 변화가 가격으로 이어진다.
이 흐름은 느리지만 분명하다. 도시의 기반이 바뀌면 가격도 따라 움직인다. 반대로 가격만 억지로 건드리는 정책은 오래 가지 않는다. 수요와 기반이 받쳐주지 않으면 결국 다시 조정된다. 시장은 이미 여러 번 그 과정을 반복해왔다.
이번 선거에서 봐야 할 기준은 분명하다. 집값 자체가 아니라, 그 집값을 만들어낼 도시의 '방향'이다. 어떤 교통망을 만들 것인지, 어떤 일자리를 유치할 것인지, 어떤 생활 환경을 구축할 것인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지역의 미래를 결정한다. 그렇게 보면 집값 공약이 사라진 자리는 공백이 아니다. 그 자리에 더 '본질적인 선택 기준'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명재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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