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인가 ‘New Game’인가…AI 기본법 앞의 한국 게임산업 [BKL 게임&비즈리포트]

2026. 5. 2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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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AI가 바꾸는 게임의 문법
한국 게임산업은 지금 거대한 전환점 앞에 서 있다. 문제는 단순히 기술 변화가 아니다. 인공지능(AI)이 게임 제작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고, 동시에 한국에서는 세계 최초의 포괄적 AI 규제 체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데, 법은 어디까지 이를 따라갈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 게임산업은 기회를 얻게 될까, 아니면 스스로 족쇄를 차게 될까.

올해 1월 시행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AI 기본법”)은 한국 AI 정책의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AI 산업 진흥과 신뢰 확보를 동시에 목표로 내세우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특히 게임업계는 다른 산업보다 훨씬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게임은 원래부터 AI 기술과 가장 밀접하게 결합돼 온 산업이기 때문이다.

과거 게임 속 AI는 정해진 행동 패턴을 반복하는 NPC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생성형 AI 시대 이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제 게임 속 캐릭터는 이용자와 실시간으로 자연어 대화를 나누고, 이용자 선택에 따라 스스로 퀘스트와 스토리를 생성한다. 게임 음악과 음성, 캐릭터 디자인은 물론 운영 과정에서의 고객 응대까지 AI가 담당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AI가 만든 게임”이라는 표현 자체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가 올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현행 법체계가 이러한 변화를 충분히 예정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의문이 있다는 점이다.

선의의 규제, 부메랑 된 법안
대표적인 것이 AI 생성물에 대한 표시 의무 문제다. AI 기본법은 일정한 경우 AI 생성 결과물에 대한 표시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제정됐다. 물론 이용자 보호와 투명성 확보라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게임산업에 이를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현실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게임 내 NPC 대사의 상당 부분이 생성형 AI를 통해 실시간 생성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어디까지를 “AI 생성물”로 보고 어떤 방식으로 이용자에게 표시해야 하는가. 이용자가 AI 생성 여부를 항상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면 게임 몰입 자체가 깨질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실시간 상호작용 기반 게임에서는 기술적으로도 표시 의무를 완벽하게 이행하기 쉽지 않다.

고영향 AI 규제 문제 역시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현재 AI 기본법은 국민의 권리와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에 대해 별도의 의무를 부과하는 체계를 예정하고 있다. 그런데 향후 게임 AI가 청소년 행동 패턴 분석, 소비 성향 예측, 맞춤형 과금 유도 등에 활용될 경우 일부 영역은 예상보다 넓게 해석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 추천 알고리즘, 행동 유도 설계와 결합되는 경우 규제 논의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제미나이]
이미 해외에서는 게임과 AI의 결합이 새로운 법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생성형 AI 학습 과정에서 기존 게임 그래픽이나 음성 데이터가 활용된 경우 저작권 침해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AI가 생성한 캐릭터나 스토리의 권리 귀속 문제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AI 학습 데이터 투명성 요구가 강화되는 흐름도 나타난다. 한국 역시 이러한 국제 규범 경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다만 여기서 경계해야 할 것은 ‘규제의 선의’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게임산업은 본질적으로 시행착오 산업이다. 수많은 프로토타입 제작과 테스트, 이용자 반응 분석을 반복하며 성공작이 탄생한다. 그런데 AI 활용 과정마다 법적 리스크 검토와 규제 준수 비용이 과도하게 발생한다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대형사가 아니라 중소 또는 소규모 개발사가 될 것이다. 결국 혁신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일부 기업만 살아남게 되고 산업 생태계 다양성은 줄어들 수 있다.

특히 한국 게임산업은 지금 글로벌 경쟁 압력이 매우 큰 상황이다. 중국 게임사는 막대한 자본과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AI 기술을 빠르게 게임에 접목하고 있고, 미국 빅테크 역시 강력한 AI 기술을 기반으로 게임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강한 규제 논의가 먼저 부각되는 모습이다. 물론 이용자 보호는 중요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빠른 사전 규제 중심 접근은 자칫 산업의 실험 기회 자체를 줄일 수 있다.

골든타임 10년, 예측이 혁신이다
법률가의 관점에서 보면 결국 핵심은 ‘예측 가능성’이다. 기업이 무엇을 하면 위법이고, 무엇까지 허용되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투자와 혁신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AI 규제 논의는 선언적 개념이 많고, 실제 게임산업 현장에서 어떤 기준으로 적용될지 불분명한 영역이 적지 않다. 산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AI 시대의 게임산업은 단순한 콘텐츠 산업이 아니다. 데이터 산업이고, 플랫폼 산업이며, 동시에 AI 기술 경쟁의 최전선이다. 한국이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규제 필요성만큼이나 산업 현실에 대한 이해 역시 중요하다.

한국 게임산업은 과거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시대를 세계 누구보다 빠르게 선점했던 경험이 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기술 경쟁력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어떤 법과 제도를 설계하느냐에 따라 산업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AI 기본법은 시작일 뿐이다. 이제 진짜 중요한 것은 그 법을 어떻게 해석하고 운용할 것인가다. 그리고 그 선택은 앞으로 한국 게임산업의 10년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BKL 게임&비즈리포트]에서는 법무법인 태평양 게임&비즈팀 구성원들이 게임 산업 전반에 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확률형 아이템, 등급분류 등 주요 규제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박주성 변호사(변호사시험 5회)는 저작권, 특허권,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을 중심으로 정보보호, 영업비밀 침해, 부정경쟁 분야의 자문 및 소송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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