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가짜 홍수, 그 속에서 ‘진짜’를 찾는 예술가
AI의 권력 구조 등 사진·영상으로 시각화
“기계적 이미지 생성...부정적 영향 피해야”
“해로운 기술은 사회 전체가 논의할 문제”

미국 뉴욕 맨해튼의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이달 14일(현지 시간) 만난 현대미술가 트레버 페글렌(52)은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이제는 텍스트나 이미지 뒤에 인간 창작자가 반드시 존재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잘못된 정보를 걸러내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모든 정보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전제로 ‘진짜’를 가려내야 하는 시대가 됐다”며 최근 SNS로 이란 전쟁 상황을 파악하려다 사고방식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페글렌은 자율주행차나 공장 자동화 시스템, 공항의 얼굴 인식 기술처럼 기계가 기계를 위해 이미지를 생산하는 환경이 이미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이 보지 않는 이미지를 기계가 만들어내는 현상은 문화·정치·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며 부정적 결과를 피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와 디지털 기술이 구축하는 감시 구조와 권력 관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왔다. 2022년 작품 ‘이미지넷의 얼굴들’은 AI가 학습한 편견이 어떻게 사람을 차별적으로 분류하는지 보여주었고, 그보다 앞서 2019년 ‘이미지넷 룰렛’ 프로젝트에서는 관객이 직접 참여해 AI의 왜곡된 판단을 체감하도록 했다.

이 같은 활동을 인정받아 그는 올해 ‘LG(003550) 구겐하임 어워드’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은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연 예술가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LG와 구겐하임미술관의 대표 협업 프로그램이다. 페글렌은 “누구도 해로운 기술을 만들고 싶어 하진 않지만, 실제로 그런 기술은 존재한다”며 “개발자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기업·사용자·규제기관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상 소감에 대해 그는 “내 작업이 다른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페글렌은 2017년 맥아더 펠로십, 2018년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등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내 작업은 전통적인 회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며 조사 중심으로 진행된다”며 이러한 방식이 사회적 기여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페글렌은 이달 18일 한 대중 강연에서도 그는 AI 시대 이미지의 의미 변화를 강조했다. “사진은 원래 실제 사건과 연결된 ‘지표성’을 갖고 있었지만 이제는 AI 이미지가 진짜인지 판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며 “민주주의적 담론은 공유된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데, AI는 그 현실 자체를 흔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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