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여파로 쏟아진 빌라 경매 물건, 2030 소액 투자처로 부상[집슐랭]
빌라 경매 건수 1년새 63% 증가
30대 이하 매매사업 등록 35%↑
자금 부족한 2030 저가물건 접근
낙찰 빌라 되팔아 수천만원 차익
매물 수개월 안팔려 손해 보기도

“요즘 들어 빌라 시세를 물어보는 사회초년생들이 부쩍 늘었어요. 경매로 낙찰받은 뒤 바로 팔 수 있는지를 묻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전세사기 여파로 다세대·연립주택 경매 물건이 쏟아지면서 이를 단기 차익 수단으로 삼으려는 20~30대 투자 수요가 가시화되고 있다. 부동산 개인 매매사업자 등록자 수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세금 부담 완화 효과는 있지만 실제 차익 실현이 녹록지 않다며 신중한 판단을 당부하고 있다.
20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국 개인 부동산 매매사업자 등록자는 4만3211명으로 1년 전(3만7870명)보다 14.1%(5341명)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30대 증가율이 20.1%로 가장 높았고, 30세 미만도 14.5% 증가해 평균을 웃돌았다. 서울은 8198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2% 늘었는데, 30대(35.3%)와 30세 미만(34.6%)의 증가 폭이 특히 컸다.
다세대·연립주택이 밀집한 서울 강서구·양천구 중개업소에는 저가 빌라를 묻는 젊은 고객 발걸음이 잦아졌다. 양천구 신월동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경매에 참여하려는 20~30대 손님이 이번 주에도 3명 정도 찾아왔다”며 “감정가보다 싸게 낙찰받아 되팔아 수천만 원을 벌겠다는 수요”라고 전했다.
부동산 개인 매매사업자는 반복 매매로 얻는 차익을 사업소득으로 신고하는 구조다. 이 경우 최대 77%에 달하는 단기 양도소득세를 피할 수 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개인이 주택을 1년 미만 보유하다 양도 차익 1000만 원을 거둘 경우 세금은 770만 원에 이른다. 반면 매매사업자로 등록하면 무주택자 66만 원, 2주택자 286만 원, 3주택자 이상은 396만 원으로 세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경매 시장에서는 다세대·연립 물건 증가세가 뚜렷하다. 경·공매 플랫폼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경매 진행건수는 5004건으로 전년 동기(3057건)보다 63.7% 급증했다. 매각건수도 987건에서 1249건으로 불었다.
이 같은 흐름은 자금 여력이 부족한 2030이 가격이 크게 내린 저가 물건에 진입하려는 수요와 맞닿아 있다. 지난해 매매사업자 대출 규제 시행 이후 증가 속도는 다소 꺾였지만, 젊은 층의 유입이 계속되는 것은 소액 투자 수요가 반영된 결과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지난해 9·7 대책으로 수도권 규제지역 내 매매사업자 대출이 사실상 막히자 수요가 빌라 등 저가 매물로 이동한 영향”이라며 “전세사기 물량이 집중된 지역 가운데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 물건 중 대항력을 포기하고 경매로 나온 물건을 중심으로 일부 투자 수요가 들어오는 흐름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런 투자 방식에 경계감을 나타낸다. 낙찰 후 단기간 내 되팔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아 현금 회수 리스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강서구 화곡동 인근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경매로 감정가보다 싸게 낙찰받은 빌라가 6개월간 팔리지 않은 사례도 있다”며 “2억 원에 전세를 끼고 있는 물건도 한 달 넘게 거래가 없자 최근 1000만 원을 내렸다”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자산이 많지 않은 젊은 층 입장에서 주식처럼 저가 물건을 여러 차례 사고팔며 수익을 키우는 방식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면서도 “입지 좋은 자산을 장기 보유함으로써 손실 가능성을 낮추는 부동산 투자의 본질적 강점이 희석되는 만큼 단기 매매형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우 기자 ji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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