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양파 보관 어쩌라고...지난해산 비축분 폐기 ‘세월아 네월아’
수출 추진하다가 폐기 늦어져
올해산 햇양파 보관공간 부족
제때 저장못해 가격하락 우려


“정부가 수매해 비축해둔 2025년산 저장양파가 아직도 남아 있어요. 폐기업체가 정해지고 나서도 실제 작업에 들어가기까지 4∼5일 걸리더군요. 우리 사업소 말고 다른 곳은 아직 폐기업체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네요. 무슨 이유로 이렇게 늦어지나 모르겠어요.”
19일 전남 무안에서 만난 전남서남부채소농협 관계자는 창고 몇곳을 보여주며 말했다. 창고 안을 살펴보니 바닥부터 천장까지 양파 망포장품으로 그득했다.
정부가 수매비축한 2025년산 저장양파 창고 정리가 예년보다 두달 가까이 늦어지면서 이를 우려하는 산지 목소리가 높다. 올해산 중만생종이 6월초 출하를 시작하면 곧장 수매해 입고해야 하는데 5월 중순 기준 아직 창고가 비워지지 않아서다. 이러다 올해산 햇양파를 보관할 공간이 부족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과 함께, 저장 공간 부족이 중만생종 가격 하락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 추진하다 폐기 시기도 하세월=앞서 정부는 2월 양파 경락값 약세가 지속됨에 따라 수매비축한 양파 2만5000t 중 1만5000t을 베트남·대만·일본 등지로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4월 중순까지 수출 거래처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고, 그 사이 양파값 약세는 계속됐다. 4월 상순 서울 가락시장 양파 경락값은 1㎏ 상품 기준 800원대였지만 이후 줄곧 하락해 28일엔 479원으로 내렸다. 전·평년 4월엔 1369원·1112원이었다.
정부는 4월 중순 ‘양파 긴급 수급점검 회의’를 열고 정부 수매비축물량을 폐기하기로 했다.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정부 수매비축 양파 폐기 위탁처리 용역 입찰 공고를 올린 것도 그 즈음이다.
공고문에 따르면 폐기 대상 산지는 충남 서산 부석농협, 전북 부안 변산농협,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전남 신안 임자농협, 해남 문내농협, 무안농협, 경북 김천 대산농협, 경남 의령농협, 함양 지곡농협, 창녕 남지농협 등이다.
◆창고 소독에 1주 걸리는데…수매할 햇양파는 어디로?=그런데 용역 기한이 6월15일로 5일 더 늦춰진 입찰 공고가 4월24일 또 올라왔다. 시장에선 정부가 창고 안 물량을 폐기할 의지가 과연 있는지 의구심이 퍼졌다. 용역업체가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물량에 한계가 있다면 업체를 더 늘리면 되는 상황에서 용역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남권 양파출하조직 관계자 A씨는 “예년 같으면 4월10일께 저장양파 창고 정리는 모두 끝났어야 한다”며 “aT 공고대로라면 저장양파 폐기는 두달 넘게 지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가들에 따르면 중만생종 햇양파는 6월초 출하를 시작한다. 산지농협을 포함한 전국의 양파출하조직은 6월초부터 중만생종 양파를 매입해 창고에 들인다. aT 공고 기한(6월15일)은 자칫 햇양파를 제때 들일 수 없음을 의미한다.
산지 관계자 B씨는 “저장양파를 창고에서 빼낸 뒤 내부 청소·소독 등 정비 작업이 평균 1주일 걸린다”면서 “아무리 늦어도 이달 20일까지는 창고 정비 작업을 마무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아 있는 저장물량 때문에 햇양파 가격이 못 오르는 건 아니지만, 이 물건이 남아 있어 산지와 시장에선 불안 심리를 떨칠 수 없는 만큼 저장양파 폐기가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5월 양념채소 관측’에 따르면 막바지 기상 여건 호조로 중만생종 햇양파 생육은 2∼3월보다 개선됐다. 단수(10a당 생산량)는 전년보다 1.2∼5.0% 늘어날 것으로 농경연은 예상했다.
정부의 양파 수급대책이 계속해서 졸속으로 추진되는데 아무도 제동을 걸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산지 관계자 C씨는 “정부가 2025년산 수출 계획을 내놓은 2월 당시만 해도 저장양파는 중국산 양파에 뒤질 만큼 품위가 많이 떨어져 내수시장에서도 외면받는 상황이었다”면서 “그런데도 수출하겠다고 하니 시장에선 한국산 양파에 대한 국제적 이미지만 깎이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수출은 못하고 폐기하기로 했는데, 폐기 또한 차일피일 늦어지는 상황에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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