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불법축산물·멧돼지…“ASF 방역틀 완전히 다시 짜야”

김보경 기자 2026. 5.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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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전체 역학조사 중간 결과
돼지 혈장단백질 사료 확산 키워
해외 휴대품 감염 가능성 제기
‘야생멧돼지’ 차단 한계 노출도
정부 “전주기 방역계획 만들 것”
농민신문DB

올들어 사상 최다를 기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발생 원인이 돼지 혈장단백질 사료 원료, 불법 축산물 반입·유통, 야생멧돼지를 통한 오염원 유입 세가지라는 정부의 역학조사 중간 결과가 나왔다. 야생멧돼지 차단과 발생농가 처벌에 집중됐던 기존 ASF 방역정책의 틀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받게 됐다.

마지막 발생일 이후 두달 만에 내놓은 전체 역학조사 중간 결과=ASF 중앙사고수습본부(본부장 송미령·농림축산식품부 장관)는 19일 올해 1∼3월 발생한 ASF 24건에 대한 유전자 분석 등 역학조사 중간 결과를 내놨다. 전체 발생사례에 관한 역학조사 중간 결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르면 올해 ASF는 1월16일 시작해 3월16일을 마지막으로 두달간 전국적으로 24건 발생했다. 지역별로는 충북·제주를 제외한 곳에서 모두 발생했다. 특히 전북 2건, 전남 4건, 경남 5건 등 그간 ASF 청정지역으로 분류됐던 곳의 발생은 뼈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전국 동시다발적인 발생 뒤엔 ‘사료'가 핵심적으로 자리했다는 것도 드러났다. 중수본은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전장 유전체 분석 결과 24건 중 21건이 해외 발생 유형(IGR-Ⅰ)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나머지 3건(경기 연천 1건, 포천 2건)은 국내 야생멧돼지 발생 유형이었다. 해외 발생 유형 21건은 지난해 11월24일, 그해 마지막으로 발생했던 충남 당진 양돈장 사례와 유전 형질이 99.6% 이상 일치했다.

중수본은 사료 원료인 돼지 혈장단백질과 이를 원료로 한 배합사료에서 ASF 유전자(IGR-Ⅰ)를 검출했고 발생농가들이 해당 사료를 공급받은 역학적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원인은 ‘사료’…지난해 11월 이전 감염 돼지 출하가 문제 핵심=특히 중수본은 ASF 유전자가 검출된 돼지 혈장단백질과 배합사료를 대상으로 감염력을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돼지 혈장단백질을 접종한 돼지에서는 감염력이 확인됐고, 배합사료를 급이한 실험에선 임상증상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중수본은 이를 토대로 지난해 11월24일 당진 발생농장 확진 이전에 감염 추정 돼지가 출하됐고 해당 도축장에서 수집된 혈액이 사료 원료 제조업체로 공급된 후 해당 원료가 포함된 사료가 농가에 사용되면서 올해 최다 발생으로 이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감염 추정 돼지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것이 실제 막대한 농장 발생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가능한 대목이다. 올해 ASF 피해농가들의 귀책 사유가 전혀 없다는 생산자단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이기홍 대한한돈협회장은 “올해 ASF 사태는 사료를 통해 감염된 것이 드러난 만큼 원인을 제공한 사료회사가 도의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고 정부도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불법 축산물 반입·공유 등으로 인한 농장 내 오염원 유입 가능성도 다시 한번 확인됐다. 중수본은 불법 축산물 유통·판매 단속에서 적발된 미신고 축산물 6개 품목에서 ASF 유전자(IGR-Ⅱ)가 3건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수본은 포천·연천 발생 사례 3건은 기존 국내 야생멧돼지 유전형이 검출된 만큼 야생멧돼지에서 농장 사육돼지로 전파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방역정책 틀 다시 짜야…정부, “ASF 전 주기 방역 강화계획 내놓겠다”=전문가들은 올해 ASF 사태를 계기로 방역정책의 틀을 완전히 다시 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호성 전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그동안은 접경지역의 야생멧돼지 차단방역에 집중했지만 이번에 사료와 불법 축산물의 위험성이 추가됐다”면서 “방역은 조금이라도 타협하면 더 큰 경제적 피해와 국가적 손실을 일으키기 때문에 법적·제도적 빈틈을 메우는 촘촘한 방역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유용 서울대학교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는 “혈분이 새끼돼지(자돈) 성장에 필수적인 원료인 만큼 일률적 사용·유통 금지 대신 도축장 혈액 저장조(탱크) 중심으로 검사해 이상이 있는 물량만 가려내는 세밀한 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정훈 농식품부 식량정책실장은 “생산자단체, 도축장, 단미사료 생산업체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돼지 혈액 유래 사료의 관리 강화방안을 확정하고 이를 포함한 ‘ASF 전 주기 방역관리 강화계획’을 추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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