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공정수당’ 실험, 폭증한 기간제 줄일까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고용이 안정된 사람은 더 많이 받고, 똑같은 일을 하는데 고용이 불안한 사람일수록 덜 받는다.” “불안정성에 대한 보상이 정상적으로 주어진다면 똑같은 조건일 때 비정규직의 보수가 더 많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한 말이다. 4월28일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에 종사하면서 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기간제 노동자에게 일정 금액을 수당으로 지급하는 ‘비정규직 공정수당’을 내년부터 도입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의 약 1.2배 수준인 생활임금의 8.5~10%에 해당하는 금액을, 근무 기간이 짧을수록 더 높은 보상률로 지급한다. 예컨대 계약기간이 1~2개월인 노동자는 생활임금의 10%인 38만2000원, 11~12개월인 노동자는 생활임금의 8.5%인 248만8000원을 월급에 더해 수당으로 받게 된다.
‘비정규직 공정수당’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이던 2021년 도입한 정책이다. 경기도청과 산하 공공기관이 고용한, 계약기간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에게 기본급(생활임금)의 5~10%를 수당으로 주는 제도다. 2026년의 경우 근무 기간이 1~2개월인 기간제 노동자에게 40만1000원, 11~12개월인 노동자에게 153만7000원을 지급한다. 지급 인원은 2021년 3038명에서 지난해 2756명으로 줄었는데, 예산은 2021년 23억2400만원에서 올해 30억9600만원으로 늘었다. 경기도청 노동정책과 관계자는 “기간제 사전심사제를 통해 웬만하면 정규직 채용을 유도하고 있어 기간제 노동자가 줄었다. 반면 최저임금이 오르는 만큼 생활임금도 매년 오르므로 공정수당도 인상돼 예산이 늘어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렇게 임금을 보전한다 해도 정규직보다 ‘더 많은’ 보수를 주는 개념은 아니다. 기간제 노동자의 임금은 공정수당을 더하면 1호봉의 경우 ‘공무직’으로 불리는 무기계약직과 비슷하지만, 정규직 공무원보다는 낮다. 경기도청 노동정책과 관계자는 “공무직은 기본급이 기간제보다 낮지만, 각종 수당을 받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1호봉 월급은 기간제와 비슷하다. 정규직은 기간제나 공무직과 하는 일이 달라서 단순 비교가 어렵다”라고 말했다.
사실 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에게 정규직보다 많은 보수를 주는 경우는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정도를 제외하면 그리 일반적이지 않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그 회사에서 계속 일할 것이라는 확정적 사전 약속이 없는 임시 노동자를 ‘캐주얼 노동자’라고 한다. 이들은 연차휴가나 유급병가 권리가 없고 고용이 불안정하므로, 그러한 불이익과 불안정성을 보상하기 위해 ‘모던 어워드’라고 부르는 산업별·직종별 최저시급에 25%를 추가로 지급한다. 이를 ‘캐주얼 로딩’이라고 한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 노동조합총연맹(ACTU)이 2018년에 낸 보고서에 따르면, 캐주얼 노동자가 정규직에 비해 받는 임금 프리미엄은 캐주얼 노동자 비중이 높은 10개 직종에서 4~5% 수준에 그쳤다. 통상의 캐주얼 로딩으로 규정된 25%에 크게 못 미치는 비율이다. 심지어 3개 직종에서는 오히려 캐주얼 노동자가 정규직보다 시급 3~6%를 덜 받았다. 보고서는 ‘캐주얼 노동자가 정규직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다는 통념은 사실상 신화에 가깝다’고 비판한다.
정규직보다 임금을 더 주지는 않지만 고용 불안정에 대한 보상을 추가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비정규직 공정수당과 더 비슷한 사례는 프랑스의 ‘불안정고용수당’이다. 프랑스에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종료하는 사용자는 해당 노동자에게 지급된 임금 총액의 10%를 추가로 지급하는 게 원칙이다. 프랑스는 1982년 불안정고용수당을 처음 도입했고 2002년 총임금의 10%로 명문화했다. 프랑스 노동법 제L1243-8조는 제도의 성격을 이렇게 규정한다. “기간제 근로계약이 종료된 뒤 근로계약 관계가 무기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 노동자는 자신의 상황의 불안정성을 보상하기 위한 계약 종료 수당을 임금 보충분의 성격으로 받을 권리가 있다.”
다만 이 제도가 프랑스의 기간제 노동자 비중을 뚜렷하게 줄였다는 근거는 부족하다. 2018년 유럽의회 연구보고서는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인용해, 프랑스의 불안정고용수당에 대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예컨대 그 비용이 낮은 임금을 통해 노동자에게 어느 정도 전가되는지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전반적으로 이 수단은 그다지 효과적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데, 노동자들이 보너스를 받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임시 계약 수가 증가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평가했다.

전체 임금노동자 중에서 기간제 등 고용 종료일이 미리 정해진 노동자를 뜻하는 ‘임시직 노동자’의 비중은 OECD 평균이 11.3%, 프랑스는 16.2%이다(2022년 기준). 한국은 27.3%로 최고 수준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기간제 노동자 수는 2020년 8월 393만3000명에서 2025년 533만7000명으로 불과 5년 만에 140만명 넘게 증가했다. 전체 임금노동자의 23.8%, 약 4명 중 1명이 기간제 노동자다.
한국 기간제 사용 규제의 특징
2001년부터 한국의 비정규직 규모를 연구해온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경제학 박사)은 “2019년부터 (통계청이 고용 기간의 정함이 없다고 답한 노동자에게 ‘고용 예상 기간’을 추가로 묻는 방식으로) 설문 문항을 변경해서 기간제 규모가 추가 포착된 영향도 있을 수 있겠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의 고용형태 공시에서도 기간제 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통계 개편의 효과보다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앞날이 불확실한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기피했고, 윤석열 정부하에서 규제가 별로 없으리라 예상하고 기간제 고용을 늘리는 패턴이 고착화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현행 법체계가 사업주의 편의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현행 법체계가 사업주의 편의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는 건 기간제 노동 사용에 별다른 장벽이 없다는 뜻이다. 유럽연합(EU)은 1999년 체결한 ‘기간제 근로계약에 관한 기본협약’과 이 협약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한 지침(Council Directive 1999/70/EC)으로 기간제 노동을 규율한다. 이에 따르면 회원국은 기간제 사용의 ⒜객관적 사유, ⒝총 사용기간, ⒞갱신 횟수 중 하나 이상을 규율함으로써 기간제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 이는 최소 기준이고, 나라마다 적용 방식은 다르다.
독일은 기본적으로 ‘객관적 사유’가 있어야 기간제 노동을 사용할 수 있다. 예외로 최대 2년·3회 갱신의 범위에서 무사유 기간제를 허용하되, 이전에 동일한 사용자와 근로관계가 있었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프랑스는 기간제 사용이 ‘기업의 정상적·상시적 활동과 결부된 직무를 지속적으로 충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거나 그러한 효과를 가질 수 없다’고 천명하고, 5개 사유(①결원 대체 ②일시적 업무 증가 ③계절적 업무 ④관행 산업 ⑤고용정책 목적)로만 기간제 사용을 허용한다. 최대 18개월, 2회 갱신을 원칙으로 하며, 한 번 기간제를 사용한 일자리에 곧바로 기간제 노동자를 또 고용할 수 없다. 이전 계약기간이 종료된 후 그 계약기간의 3분의 1(또는 2분의 1) 이상을 ‘냉각기간’으로 두어야 한다. 같은 직무를 기간제로 ‘돌려 막기’ 하는 걸 방지하기 위한 조항이다.
즉 유럽 국가들은 기간제 사용의 ⒜객관적 사유, ⒝총 사용기간, ⒞갱신 횟수를 종합해서 규제하고 있다.이와 비교하면, 한국은 오직 ‘⒝총 사용기간’만을 2년으로 제한하면서 2년이 지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할 뿐이다. 2년 이내 기간제의 사용 사유에 대해서는 어떠한 제한도 없으며, 갱신 횟수 제한도 없다. 동일 사용자의 동일 직무에 대한 기간제 반복 사용을 제재할 장치도 없다. 그나마 있는 2년 제한도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55세 이상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 등에는 광범위한 예외가 허용된다.

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노동법)는 “기간제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가 큰 한국에서 프랑스식 사용 사유 제한을 전면 도입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사유 기간제를 전면 인정하는 현행 체계 또한 비교법적으로 더는 정당화되기 어렵다. 이탈리아처럼 1년 이하는 무사유 기간제를 인정하되, 1년 초과 기간제는 객관적 사유 요건을 도입하는 2원적 모델을 고려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기간제 2년 제한의 예외 영역에 어떠한 보호장치도 없는 것은 큰 문제다. 갱신 횟수 제한(4회), 누적 사용기간 제한(4년)과 함께 불안정고용수당 도입도 필요하다. 지금은 기간제 사용에 따른 경제적 비용이 사실상 전혀 없다. 이 비용을 사용자에게 내부화한다면, 기간제 남용을 경제적으로 억지하는 핵심 메커니즘이 될 수 있다.”
기간제 월 임금, 정규직의 55%에 불과
비정규직 공정수당을 적용받을 공공부문의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는 7만3000명으로 전체 기간제 노동자 숫자(533만7000명) 대비 미미하다. 법률로 정하지 않는 이상 민간으로 확산시킬 기제가 마땅치 않다. 무엇보다 기간제든 정규직이든, 하청이든 원청이든 ‘동일한 노동을 하면 동일한 임금을 받는다’는 기준 자체가 한국 사회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연차에 따라 오르는 정규직 임금과의 격차를 해소하기에 공정수당은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 수립에 관여한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공정수당이라고 하니까 정규직보다 돈을 더 주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퇴직금 개념이다. 현재 1년 미만 일한 노동자는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데, 법을 개정해서 1년 미만 계약직에게도 퇴직금을 주려 하니 영세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공공부문이 모범 사용자로서 1년 미만 계약직에게 퇴직금 격의 수당을 주면, 민간까지 아우르는 법 개정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상시·지속 업무, 생명·안전 업무 등 필수 업무에 대한 정규직 고용 원칙 명시’, ‘공공부문 상시·지속 업무, 생명·안전 업무 등 정규직 채용 및 고용원칙 확립 후 민간 확산 추진’. 각각 2022년 대선과 2025년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공약이다. 두 공약집에는 ‘1년 미만 근속 노동자 퇴직급여 보장’과 더불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도 나란히 들어 있다. 모두 아직 실현되지 않은 과제다.
고령층의 59.4%, 여성의 28.9%, 청년층의 26.1%가 기간제로 일한다. 기간제의 월 임금은 정규직의 55%, 시간당 임금은 67.5% 수준에 머물고 있다. 노조 조직률은 정규직이 19.7%, 기간제가 3.6%에 불과하다(김유선, ‘기간제 534만 시대의 경고: ‘사용사유 제한’ 입법이 시급하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슈페이퍼 2026-3호〉).
이재명 정부는 기간제 실태조사와 전문가 논의를 바탕으로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법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 중 하나인 ‘기간제 노동’에 대한 사회적 통제가 이번에는 이뤄질 수 있을까.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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