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만 하지 말고 링에 올라오세요” [사람IN]

나경희 기자 2026. 5. 21.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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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이 주목한 이 주의 사람.  더불어 사는 사람 이야기에서 여운을 음미해보세요.
한국 여성 복서 최초로 WBA, WBO, IBF 3개 복싱기구 통합 챔피언 자리에 도전한 신보미레 선수. ⓒ노사이드 스튜디오

누구에게나 ‘꿈의 무대’가 있다. 운동선수라면 더욱. 권투경기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로 꼽히는 무하마드 알리 대 조 프레이저의 경기가 열린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은 복서에게 꿈의 무대다. 미국 현지 시각으로 4월17일 밤, 라이트급 세계 6위로 국내 여성 선수 가운데 가장 랭킹이 높은 신보미레(32) 선수가 이곳에서 한국 여성 복서 최초로 세계권투협회(WBA)·세계권투기구(WBO)·국제권투연맹(IBF) 통합 슈퍼페더급 챔피언 자리에 도전했다.

여성 경기는 2분씩 10라운드지만 이번 경기는 남성 복싱 룰을 적용해 3분 10라운드로 치러졌다. 맞은편에 선 얼리샤 바움가드너는 슈퍼페더급 세계 1위인 현역 챔피언. “순간적으로 나오는 주먹이 되게 좋더라고요. 예비 동작 없이 툭툭 나오는.” 신 선수는 밀릴지언정 꺾이지 않았다. 대학 때 취미로 시작한 권투에서 찾은 재능이 바로 ‘기세’였다. “시합에서 몇 대 맞으면 스스로 포기하는 선수도 의외로 많아요. 시합을 실제로 포기하지 않더라도 상대는 느끼거든요. 얘 완전히 꺾였구나.” 상대방이 내 주먹을 맞는 순간 눈빛이 ‘겸손해지는’ 찰나가 좋아서 권투를 시작한 그였다.

신보미레 선수(오른쪽)가 상대인 얼리샤 바움가드너 선수와 경기 전 얼굴을 맞대고 서 있다. ⓒ노사이드 스튜디오

결국 경기 중후반에 전세를 뒤집었지만 결과는 판정패였다. 아쉽지는 않았다. “일방적인 경기는 아니었어요. 어느 수준이 되면 ‘죽어도 안 되겠는데’ 이런 느낌보다는 이만큼의 차이로 승패가 왔다 갔다 하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했어요. 이제 약점을 보완해야죠.”

주최 측도 신 선수의 경기력을 높이 샀다. 이번 경기를 연 MVP는, 넷플릭스에서 방송된 마이크 타이슨과의 시합에 나선 유튜버 겸 프로 복서 제이크 폴이 세운 복싱·MMA 프로모션 회사다. 스포츠를 비즈니스로 생각하는 사업가이기도 한 제이크 폴이 여성 프로 복싱 경기에 투자하는 이유는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MVP는 경기가 끝난 뒤 신 선수에게 다음 시합도 곧 잡겠다고 약속했다.

문제는 훈련을 어디서 하느냐다. 국내에는 같은 체급으로 연습할 상대가 많지 않다. “해외에 훈련하러 가보면 운동하는 여성이 굉장히 많은데 한국은 어느 종목이든 여성 팬은 많지만 정작 직접 운동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그게 너무 아쉬워요.” 한편으로는 주저하는 여성들의 마음이 이해되기도 한다. 자신도 중학교 1학년 때 축구를 하는데 전교생이 창문에 붙어 ‘여자애가 축구한다’고 수군거리는 바람에 그 후로 운동장에 들어가지 못한 기억이 있다.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진짜 쟤네들 신경 쓰지 말고 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래도 못하겠다고 하면, 제가 옆에서 같이 뛰어주고 싶어요. 혼자 하는 게 두려울 때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같이 하면 좋겠어요.”

나경희 기자 did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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