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신병원 엄벌하되 투자를…국가는 권한 걸맞은 책임져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오이시디(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20년 넘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을 언급했다. “이렇게 많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망신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5년 내내 자살사망 주원인 1위를 차지한 정신건강 문제(보건복지부의 2016~2020 전국 자살사망 분석 결과보고서)의 치료 기관인 정신병원에서 학대행위가 공공연히 자행된다는 이야기로 나아가진 않았다.
한겨레는 2024년 7월 춘천예현병원을 시작으로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한 울산 반구대병원까지 전국 각지의 정신병원에서 벌어지는 사망사건 등을 집중보도해왔다. 환자가 252시간이나 격리·강박되었다가 사망하거나 5년간 중증 지적장애인 4명을 포함한 5명이 사망한 두 병원 사건은 정신병원의 현주소를 다시 돌아보는 단초가 되었으나, 사회적 관심은 미미하기만 하다. 정신병원과 관련한 몇 가지 쟁점들을 되짚는다.
이 전 원장은 4월17일 인권위 주최로 열린 ‘2026 정신의료기관 시설·환경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토론회'에서도 방청석에서 마이크를 잡고 ‘정신병원에 대한 국가의 책무와 공공투자’에 관해 목소리를 높였던 터였다. 당시 토론회 사회를 맡은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이 행사 종료 직전 그를 지목해 발언을 요청했다. 황 이사장은 “이제 퇴임도 하셨으니 속 시원히 말씀해달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 전 원장은 35년간 정신건강 공공의료의 현장을 지켜왔다. 국립공주병원은 국립정신건강센터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공공 정신의료기관 중 하나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서울대 의대 졸업 뒤 1991년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그의 첫 근무지는 공중보건의 3년 포함해 모두 6년을 근무한 충남 홍성의료원이었다. 이후 1997년부터 19년간 국내 최대규모로 꼽히는 사립 정신의료기관인 용인정신병원에서 일했고, 국립공주병원으로 옮겨 10년간 의료부장 및 병원장을 맡다가 지난해 7월 퇴임했다. 현재는 원진재단부설 녹색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으로 있다.

그는 정신장애 당사자들에게 애정과 존경을 받는 정신과 의사다. 조현병으로 12차례 정신병원에 입원하며 격리·강박 등 온갖 험한 일을 겪은 터라 “한국의 정신병원은 정신장애인의 생산공장”이라고까지 비판해온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는 한겨레에 “이종국 원장님은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의사샘”이라고 말했다. 국립공주병원 재직 때 병원 핵심가치로 ‘당사자 인권’을 맨 앞에 놓았고, 실제 현장에서 그 가치를 실감했다는 게 입원 경험이 있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라고 한다. 지난 1월 법무법인 ‘바른’과 공익사단법인 ‘정’이 이 전 원장에게 제8회 바른 의인상을 수여한 것도 이러한 공로를 인정한 결과로 보인다.
이 전 원장을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중곡동 국립정신건강센터 11층 라운지에서 만났다. 이날 11층 강당에선 ‘제2회 트라우마스트레스 국제협력 공동학술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오랫동안 공공 및 사립 정신병원 현장을 지켜온 원로 의료인에게 현실과 대안에 관한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었다. 사실 정신과 의사들은 이런 문제에 관해 실명을 걸고 말하기 난감해한다. 앞의 토론회 사회자처럼, 한겨레도 이 전 원장에게 “퇴임도 하셨으니 속 시원히 말씀해달라”고 요청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격리·강박과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정한 최소한의 지침조차 지키지 않는 병원이 많다. .
“춘천의 정신병원에서 벌어진 환자사망 사고가 알려진 이후 병원마다 격리·강박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안다. 격리·강박이 좋아서 일부러 하는 덴 아무도 없다. 개별 병원 오너에게 잘못이 있지만, 도덕적이고 인권적인 문제만 강조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같은 조건과 환경 아래서도 부산 다움병원처럼 시설과 인력 투자에 돈 쓰고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병원이 있는 반면, 열악한 환경 속에서 환자가 죽어 나가는 병원이 있다. 근본적으로는 구조적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국가가 잘못하는 병원은 혼내고, 잘하는 병원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잘하는 병원은 수가를 더 줘야 한다. 아무리 시설과 인력을 많이 투자하고 프로그램을 많이 해도 수가에는 별 차이가 없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엄벌하기 전에 투자해야 한다. 병원들이 인력을 충분히 쓰고 시설을 쾌적하게 쓸 수 있으면 인권에 대한 마인드가 없더라도 인권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 그런데 훌륭한 정신병원으로 평가를 받아온 경기도 이천의 성안드레아병원 같은 곳은 몇 년 전 문 닫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 ‘제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2026~2030)을 발표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권보고서를 2009년과 2021년에 낸 바 있다.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비자의 입원, 장기입원, 격리·강박 등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하고 인권친화적으로 정신병원을 운영할 것과 지역 인프라 구축을 제안했다. 그러나 개선이 잘 되었나? 결국 국가가 투자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겉모습만 바꿔온 거다. 인권위에서 제안한 대책 중 힘들고 돈 드는 건 별로 안 하고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에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을 발표했지만, 그동안 계속 논의되어온 것들에서 크게 달라진 게 별로 없다. 물론 꼭 필요하고 좋은 계획들도 많이 들어 있지만 선언적인 이야기에 그친 것들도 많아 아쉽다. ‘검토 중’이라는 내용도 많다. 예산 등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부족하다. 가령 ‘5년 뒤 인력을 늘리겠다, 자살률 낮추겠다’고 목표를 세우면 5년 뒤까지 결과를 기다릴 게 아니라 1년 단위로라도 점검해서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달성이 안 되고 있으면 왜 안 되는지 분석해서 액션 플랜을 구체화해야 한다. 오답 노트를 써야 한다는 말이다. 틀린 문제를 계속 틀릴 수 없지 않나. 가령 자살예방의 경우 번개탄 등 자살수단 없애기 등 해결방안이 실행된 것도 있지만 여전히 안 되는 것도 많다. 제도와 수가 개선 등 답이 있는데 그거를 실천하면 된다. 사실 에이아이(AI)한테 ‘우리나라 정신병원 문제가 뭐야’라고 물어보면 쫙 알려준다. 제가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답은 있고 그거를 실천하면 되는데, 실행 단계에서 여러 이유로 충분히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용두사미로 끝나면 소용없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이고 ‘부뚜막의 소금도 넣어야 짜다’라는 말처럼 실제로 실행돼야 의미가 있다.
4월17일 인권위가 주최한 토론회에 나온 보건복지부 사무관이 ‘복지부 차원에서 할 수 없다. 국회가 해야 하고, 예산은 기획예산처가 해야 하고 인력은 행정안전부가 해야 한다’고 하더라. 우리가 언제 보건복지부 혼자 다 하라고 했나. 복지부가 나서라는 거다. 주무부처가 나서서 국회와 기획예산처, 행정안전부, 그리고 국민들에게 책임 있게 이야기하고 설득하라는 거다. 그러면 전문가와 당사자, 가족들도 함께 힘을 모아 관계부처에 읍소하고 목소리를 내겠지.”

― 격리·강박 없애기 위해 정부는 여러 차례 연구용역 보고서를 냈다.
“제대로 된 연구용역이 많지만 면피용도 꽤 있다. 또 연구용역 결과를 정부가 취사선택한다. 때로는 정책 방향이 미리 정해진 상태에서 연구 결과가 선택적으로 활용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자기들이 하려고 했던 것만 채택하고, 부담스럽고 껄끄러운 것들은 덮는다. 통계도 불편한 결과는 정책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내부용으로 끝나고 공개되지 않기도 한다. 연구용역 공개 의무화를 해야 한다. 현재 법적으로는 공개 의무가 없다. 비판하면 연구용역 중이라며 빠져나가고, 그러다 보면 이슈가 지나가 버린다.”
― 급성기 환자들의 치료시스템이 취약하다는 평가가 많다.
“급성기 환자들이 입원하기 쉽지 않다.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병실은 충분한데, 그 병실엔 대부분 만성환자가 입원해 있다. 만성환자 중에는 퇴원해도 되는 분들이 많다. 반면 중증 응급환자를 받을 병실은 상대적으로 적다. 현재 수가와 운영 구조에서는 병원 입장에서 고위험 급성기 환자보다 안정적인 장기입원 환자를 선호하게 되는 유인이 생긴다. 대학병원 폐쇄병동도 문을 많이 닫았다. 수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병원은 정신질환과 신체질환이 함께 있는 환자들에겐 최적의 병원이다.
어느 정도 치료를 받고 회복기에 접어든 만성환자들은 퇴원하게 해야 한다. 일반병원에서는 증상 좋아지면 통원치료하지 않나. 정신과는 다르다. 정신병원 환자 보호자들은 환자를 데리고 있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증상이 나빠지면 병실이 없어 입원하기도 힘들다. 정신병원 입장에서는 사고 안 치는 안정적 환자들 데리고 있는 게 편하다. 수가는 그대로 받지, 속은 안 썩이지. 국가도 적은 돈으로 병원에서 데리고 있는 게 좋다. 일반 국민도 정신과 환자들이 병원에서 나오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나오면 행패 부릴까 봐 두려워한다. 환자들도 생각이 다 다르다. 나가고 싶어하는 이들도 많지만, 반면 환영 못 받는 걸 아는 사람들은 나가기 두려워한다.”

― 국가가 무엇을 해야 하나.
“국가는 수가 차별 없이 급여환자를 제대로 대접해줘야 한다. 문제가 된 울산이나 춘천의 정신병원은 민간 단과병원들인데 의료급여 환자들이 많이 간다. 건강보험료보다 수가가 훨씬 싸다. 이게 아주 중대한 정신장애환자 차별이다. 의료급여도 건강보험 급여와 똑같이 해야 한다. 내과는 의료급여 차별이 없다. 정신과는 일당정액(하루 진찰료·입원료·투약료·주사료·검사료 등 대부분의 비용을 묶어서 일정 금액만 받는 일당 정액제 방식)으로 수가를 묶어놓았다. 정신과 환자만 차별하게 만들어놓은 거다. 그나마 몇년 전부터는 약품비·식대·정신요법료 등 일부 수가는 정액제에서 제외해서 다소 나아진 부분은 있지만 여전히 현실에 맞지 않는 저수가 문제는 계속되고 있다.
병원은 수가를 받아 운영한다. 수가를 충분히 줘서 환경도 개선하고 인력을 충분히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격리실에 완충장치 만들고 산책로도 만들고 여건을 충분히 갖출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잘하는 곳은 인센티브를 주되, 이를 어기는 곳은 관리·감독 철저히 해서 엄벌에 처해야 한다. 더불어 만성환자 내보낼 수 있는 지역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 인프라는 어떻게 구축하나.
“주거지의 재활시설들이 인프라다. 집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환자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고 의식주가 가능한 곳이어야 한다. 병원과 집, 둘만 있으면 안 된다. 그러다 보니 병원이 대부분 주거 기능을 한다. 가족이 환자와 함께 살 환경이 아니라면, 사회생활하면서 돌볼 수 있는 하우징 프로그램이나 직업 재활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동료지원센터도 있고, 낮병원도 있다. 현재는 수도권 중심으로만 일부 존재한다. 지방에는 대안 시설이 적다. 그런 곳에 중점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중증 정신장애와 신체질환이 동반된 사람들은 민간 정신병원에서 받기 어렵다. 대학병원 위주로 지정된 권역 정신응급의료센터가 있는데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그런 병원을 지정해서 급한 환자들이 바로 입원할 수 있도록 병실을 늘 비워놓아야 한다. 이런 곳은 병실을 비워놓더라도 돈을 줘야 한다.
응급환자에 대한 이송체계도 중요하다. 누가 실어가는가. 119가 해야 하는데 민간사설구급대가 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한다. 응급이송체계 문제도 인권위가 계속 권고해왔다. 거기도 돈을 써야 한다. 국가가 답을 모르지 않는다. 실천할 의지나 실행력이 없는 것이다. 제가 지적한 여러 문제는 우선순위가 있는 게 아니다. 동시다발로 해야 한다.”
― 의료진은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돌보는 의료진들의 수고를 기억하고 응원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의료진들도 반성하고 노력해야 할 점들이 있다. 피고용인으로 월급을 받는 의사들을 비롯한 의료진들은 병원을 운영하는 경영진과 껄끄러운 관계가 돼 불편해지면 떠나기도 한다. 의료진이 경영진에게 필요한 개선을 요구하고, 환자 안전과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직 윤리의 관점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의료진들에겐 윤리 강화, 그리고 용기가 필요하다. 때로는 공익제보, 내부자 고발도 해야 한다. 정신병원의 여러 인권침해 사실들이 공익제보와 내부 고발로 알려진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를 의료진 개인의 선의에만 맡기면 안 된다. 소신껏 최적의 치료를 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먼저 만들어주어야 한다.”

― 가족의 책임을 지적하기도 한다.
“환자를 정신병원에 방치하는 가족이 있다. 왜 방치하는지를 봐야 한다. 먼저 보호입원제를 폐지해야 한다. 가족 책임 묻기 전에 가족이 힘들다는 걸 인정해줘야 한다. 가족도 피해자다. 가족도 처음부터 무책임하게 대하거나 학대하지 않았다. 짐이 크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본다. 국가가 가족의 부양 부담을 덜어주고 거들어줬다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가족이 너무 크게 부담을 지지 않도록 국가가 주거시설과 같은 지역사회 내 재활시설과 다양한 정신건강복지 서비스 및 프로그램을 충분히 만들어서 지원해주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가족은 최소한의 역할만 하도록 해야 한다. 세월호 가족, 이태원 참사 가족도 재난 트라우마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지 않나. 이게 다 사회 시스템 속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 보호입원제는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 아래 서로 다른 정신의료기관에 소속된 정신의학과 전문의 2명의 진단 결과 환자의 치료와 보호·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면 가능하다. 이 제도를 폐지할 수 있을까.
“보호입원제를 없애고, 자의입원과 비자의 입원으로 나눠 행정입원이나 사법입원처럼 공적입원 제도로만 가도 큰 문제 없다고 본다. 보호입원 제도의 문제점은 일차적으로 보호자 부담이 너무 크다는 거다. 가족을 자기 손으로 강제입원시키는 셈이기 때문에 원망을 받는다. 환자 입장에선 보호의무자랑 갈등이 발생해 입원했다고 여긴다. 자의-비자의 입원으로 나누어 판단을 국가가 하게 해야 한다. 법원에서 비자의입원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가는 사법입원제 등이 꾸준히 논의되고 있다. 이렇게 모든 비자의입원을 국가책임 체계로 전환하면, 장기입원을 줄이려는 공적 관리 동기도 함께 생길 수 있어 입원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논란과 장기입원의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부분은 당사자와 가족들의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 정신장애 환자는 위험하다는 낙인이 있다.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 2018년 12월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임세원 교수가 정신과 환자에게 살해됐고, 2019년 4월에는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안인득이라는 환자가 불을 지르고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왜 그렇게 됐을까. 그들이 꾸준히 관리받고 치료받았으면 달랐을 것이다. 사회 시스템 안에서 관리받고 치료받는 이들은 괜찮은데, 안전망 밖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제법 있다. 치료에서도 누락돼 있고, 지역사회에서도 모니터가 되지 않는다. 그들이 왜 치료에서 벗어났을까, 왜 재발했을까. 치료가 중단된 사람과 이유를 찾아내서 약을 먹도록 하는 등 도와주는 체계들이 필요하다. 그렇게 국가와 전문가, 가족, 동료지원가들이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여 돌볼 수 있었다면 끔찍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결국 국가 몫이다.”
― 최근에 문제 된 반구대병원 사건에서는 지적장애인의 정신병원 입원 문제가 드러났다.
“조현병과 조울증은 약을 먹으면 좋아지는 게 보인다. 치료와 회복이 필요한 거다. 발달장애인들의 경우 치료보다 돌봄이 필요하다. 더불어 사회에 적응해 살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 발달장애인이 폭력적이거나 행동장애가 심할 때는 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 지적장애인의 지능지수가 50인데 약을 쓴다고 100이 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그들이 좋은 시설로 가야 한다. 중증발달장애의 경우 그분들이 학대당하지 않는 환경 속에서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돌보는 게 필요하다.”

― 지금 우리나라 정신병원은 어디쯤 와 있나.
“우리나라 정신병원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어느 선진국 못지않게 좋은 병원들도 있고 어느 후진국 못지않은 문제 병원들도 있다. 국공립병원과 대학병원, 소수의 정신의료기관을 제외한 민간정신병원들의 치료적 환경은 열악한 곳들이 많다.
최근에 문제된 정신병원 사건이 새삼스럽지 않다. 1983년 케이비스(KBS) ‘추적60분’에서 기도원 내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인권침해 실태를 보도했다. 1997년 에스비에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충남 서천군 장항읍 유부도의 수심원이라는 정신질환자 수용시설 문제를 다뤘다. 보도의 파장이 커서 시설이 폐쇄되기도 했다. 그런 일들이 계속 있어왔고 이슈화되면서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인권문제가 가시화됐으며, 정신보건법 제정(1995년)의 계기가 됐다.
얼마 전 지적장애인 사망 사건이 계속 드러난 울산의 정신병원처럼 반복적으로 중대한 문제가 제기된 기관은, 개선 의지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강력한 행정처분까지 검토해야 한다. 지자체와 국가가 모두 방치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터져 나온 거다. 이런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지자체에서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중대한 인권침해에는 기관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명한 경고 신호를 주어야 한다. 시설 기준을 높이고, 상설감시해야 한다. 정기·비정기 가리지 않고 감시해야 한다. 당연히 현실에 맞는 수가 인상 등 필요한 지원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10년만 그렇게 하면 달라질 거다. 사회적으로 이슈화될 때마다 ‘소나기 피해간다’는 식으로 대해온 거다. 반복되는 인권침해 구조는 일시적 대응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사고 안 난 병원이라고 다 좋은 병원은 아니다. 이제는 국가가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회피하지 말고 철저히 고쳐나가기 바란다.”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정신병원에서 많이 쓰는 아티반(일동제약)이라는 주사제가 있다. 정신과뿐 아니라 여러 진료과에서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기본 중에 기본인 약이다. 알코올 금단 섬망이나 불안초조가 심한 환자, 간질중첩 상태 환자들에게 주로 아티반 주사를 놔준다. 그런데 지금은 생산이 중단돼 재고만 쓰고 있다고 한다. 아티반 주사제는 4㎎짜리 한 앰플 수가가 780원이다. 커피 반의반 잔 값도 안 된다. 국가가 빨리 대책 세워야 한다. 수가를 올려주거나, 그게 안 되면 그 약을 만들 업체를 세워야 한다. 국가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필수의약품들은 수급이 불안정할 때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체계를 만들어줘야 한다. 코로나 때 백신 공급한 것처럼 말이다. 필수의약품의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 균형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통제만 할 게 아니라 지원해야 한다. 국가는 막강한 권한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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