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나이에 기량 폭발? 탬파베이 질주 이끄는 ‘ML ERA 2위’ 닉 마르티네즈[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마르티네즈가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탬파베이 레이스는 5월 20일(한국시간)까지 시즌 32승 15패, 승률 0.681을 기록했다. 승패 마진이 무려 +17인 탬파베이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고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도 질주하고 있다.
탬파베이는 탄탄한 투타 조화를 바탕으로 선전 중이다. 투타 어느쪽도 리그 최고는 아니지만 모두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팀 OPS 전체 8위인 타선에서는 얀디 디아즈, 챈들러 심슨, 주니오르 카미네로, 조나단 아란다 등이 안정적인 활약을 하고 있다. 팀 평균자책점 6위인 마운드는 돌아온 에이스 셰인 맥클라나한, 드류 라스무센 등이 지키는 중이다.
올시즌 탬파베이 마운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선수가 있다. 누구나 기대한 검증된 에이스도, 특급 유망주도 아닌 35세 베테랑 우완투수 닉 마르티네즈다.
마르티네즈는 20일까지 시즌 9경기에 선발등판해 4승 1패, 평균자책점 1.51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1.51은 캠 슐리틀러(NYY, ERA 1.35)에 이은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2위의 기록이다(이하 기록 5/20 기준).
팀의 에이스 듀오인 좌완 맥클라나한(9G, 5-2, ERA 2.82), 우완 라스무센(9G, 4-1, ERA 3.19)보다 더 안정적인 피칭을 선보이고 있는 마르티네즈다. 탬파베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투수도 바로 마르티네즈다.
마르티네즈는 올시즌에 앞서 탬파베이와 1년 1,300만 달러 단년 계약을 맺었다. 2027년 상호동의 옵션이 있지만 상호동의 옵션이라는 것은 원래 실행 가능성이 거의 없는 유명무실한 것. 탬파베이에 단 1년을 머물기 위해 온 선수다. 크지 않은 규모의 단년 계약으로 영입한 노장 투수지만 대형 FA가 부럽지 않은 성적을 시즌 초반 쓰고 있다.
1990년생 우완 마르티네즈는 2014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데뷔했고 아시아 무대를 거쳐 메이저리그로 돌아온 선수다. 텍사스에서 2017년까지 4년 동안 88경기 415.1이닝, 17승 30패, 평균자책점 4.77의 그저 그런 성적을 기록했고 2018시즌에 앞서 태평양을 건너 일본 프로야구 무대로 향했다. 일본에서 니혼햄 파이터스, 소프트뱅크 호크스 소속으로 4년을 뛴 마르티네즈는 2022시즌에 앞서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무대로 돌아왔다.
샌디에이고(2022-2023)와 신시내티(2024-2025)에서 지난 4년을 보낸 마르티네즈는 해당기간 준수하게 활약했다. 하지만 풀타임 선발투수로 뛴 적은 없었고 선발과 불펜을 매 시즌 오갔다. 4년간 기록한 성적은 192경기(61GS) 524.2이닝, 31승 29패 35홀드 9세이브, 평균자책점 3.67. 지난 2년 연속 10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선발 10승은 지난해 단 한 번 뿐이었다. 그마저도 선발 성적은 26경기 10승 10패, 평균자책점 4.72로 그리 좋지 못했다. 통산 규정이닝을 소화한 것도 지난해(165.2이닝) 한 번 밖에 없었다.
탬파베이의 기대치도 그정도였다. 로테이션을 크게 거르지 않고 140이닝 정도를 투구하며 4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 정도만 기록할 수 있어도 대체로 만족할 수준이었다. 하지만 초반 마르티네즈는 완전히 다른 투수처럼 성적을 쓰고 있다.
35세 나이에 갑자기 공의 위력이 급증했을리는 없다. 공 자체는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에 비해 강한 타구를 조금 덜 허용하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세이버 매트릭스 지표도 큰 차이가 없다. 구속도 지난해와 거의 같다.
다만 투구 패턴은 달라졌다. 마르티네즈는 포심과 싱커, 커터 등 변형 패스트볼을 비슷하게 섞어 던지며 체인지업과 커브, 슬라이더까지 구사하는 투수였다. 하지만 올해는 싱커와 체인지업의 비중을 크게 늘리고 포심은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30%가 넘는 공을 싱커로 던지며 체인지업 구사율도 28% 이상으로 높였다. 지난해 가장 좋았던 두 구종에 집중한 것. 평균 시속 92-93마일 수준의 빠르지 않은 포심을 내려놓은 대신 거의 같은 구속의 하이 싱커와 낮은 체인지업 조합이 훨씬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물론 운도 따르고 있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마르티네즈의 올시즌 기대 평균자책점은 3.87로 실제 평균자책점보다 훨씬 높다. 성적이 하락할 위험이 크다는 것. 싱커가 주무기로 사용해 탈삼진 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투수임에도 땅볼 비율이 낮다는 것도 아쉽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어쨌든 마르티네즈는 타자들을 잘 막아내고 있다.
마르티네즈는 20일까지 bWAR 2.3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2.2)의 기록을 넘어섰다. 이 페이스라면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드는 것을 넘어 생애 첫 올스타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텍사스 시절 마르티네즈와 함께 유망주로 기대를 받았던 마틴 페레즈(현 ATL)도 지난 2022년 30대 나이에 깜짝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적이 있다. 상당한 기대주였지만 데뷔 첫 10년간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했던 페레즈는 2022년 32경기 196.1이닝, 12승 8패, 평균자책점 2.89를 기록하며 올스타에 선정된 바 있다. 당시 페레즈보다 지금 마르티네즈의 나이가 더 많기는 하지만 마르티네즈 역시 전 동료처럼 화려하게 날아오를 수도 있다.
30대 중반 나이에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마르티네즈가 과연 지금의 성적을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올시즌 마르티네즈는 어떤 최종 성적표를 받아들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닉 마르티네즈)
뉴스엔 안형준 marka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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