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주한 미 대사 후보 “한·미·일 3국 간 동맹 수준 협력 필요…쿠팡 등 차별 안 돼”

정유진 기자 2026. 5. 21.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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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미셸 박 스틸 주한미국대사 후보자. 미 연방 의회 영상 캡처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첫 주한 미국 대사 후보로 지명된 미셸 박 스틸 후보자가 20일(현지시간) 인사청문회에서 쿠팡 등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들이 차별받아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인도·태평양 지역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 간 사실상 동맹 수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틸 후보자는 이날 열린 미 연방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한국 속담인 “고생 끝에 낙이 온다”를 한국어로 언급하면서 “수많은 한국계 미국인들처럼 우리의 이야기는 고난 속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실향민 출신인 부모의 사연을 소개하면서 “미국을 희망·자유·번영의 등대로 여긴 아버지는 내게 미국에서 공부하도록 권했다. 아버지의 말은 옳았다”고 말했다.

1955년 서울에서 태어난 스틸 후보자는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서 성장한 후 1975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런 성장 과정 덕에 그는 한국어, 일본어, 영어 등 3개 국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틸 후보자는 제임스 리시 외교위원장(공화·아이다호)이 갈수록 악화하는 남북 관계에 대한 견해를 묻자 “북한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것이 한·미·일 간 강력한 동맹이 필요한 이유”라며 “이는 단순히 한국을 보호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한·미, 미·일 동맹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미·일 간 3국 협력까지 사실상 ‘동맹’ 수준으로 규정한 것으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유지에 있어 3국 안보 협력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쿠팡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우려와 한국의 대미 투자 이행 계획, 미국 농산물에 대한 비관세 장벽 문제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도 이어졌다.

스틸 후보자는 ‘쿠팡 등 미국 기술 기업이 한국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달라’는 빌 해거티 의원(공화·테네시)의 말에 “지난해 한·미 정상 간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서)에는 미국 기업이 차별받아선 안 되며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해서도 안 된다는 점이 매우 분명하게 명시돼 있다”며 “제가 인준을 받는다면 이 사안에 대해 분명하게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농산물에 대한 한국의 비관세 장벽 완화 약속이 지켜지게 해달라는 피트 리게츠 의원(공화·네브래스카)의 당부에는 “제가 인준을 받게 된다면, 이 무역 문제를 관장하는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직접 마주 앉아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스틸 후보자는 또 “팩트시트에 따른 한국의 3500억달러(약 526조원) 대미 투자 자금이 정확히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나오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해 투자 재원과 구체적 이행 방안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500억 달러를 넘는 상황이라며 자신이 인준된다면 미국의 한국 수출을 늘릴 방안에 대해서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서 상원 외교위 위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스틸 후보자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의회 내 최측근인 해거티 의원은 “내 딸들이 방탄소년단(BTS) 콘서트에 가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말해 청문회장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스틸 후보자를 주한 미국대사로 지명했다. 그동안 주한미대사 자리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임명된 필립 골드버그 대사가 지난해 1월 이임한 뒤 1년 넘게 공석이었다. 한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왔지만, 이번 지명을 계기로 외교 소통 채널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틸 후보자는 언제든 백악관에 들어가 직보를 할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남편인 숀 스틸 변호사는 캘리포니아주 공화당 의장을 지내 공화당 주류 세력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그가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성 김 전 대사(2011~2014) 이후 두 번째 한국계 주한 미국대사 기록을 세우게 된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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