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우회 송유관 뚫는 UAE… “공정률 50%, 2027년 가동 목표”
3000발 피격 UAE… “분쟁 끝나도 2027년 중반까지 물동량 회복 불능”
OPEC 탈퇴는 생존 전략… “수로 인질극 방치하면 항해 자유 종말”
“AI 전력 소모 과소평가됐다”… 미·UAE ‘에너지·테크 동맹’ 가속

아랍에미리트(UAE)가 중동의 화약고인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기 위해 추진 중인 신설 송유관 건설 공정이 50% 선을 돌파했다.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는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고질적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오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공사 기간을 대폭 앞당기고 있다.
술탄 알 자베르 ADNOC 최고경영자(CEO)는 20일(현지시간) 생중계된 애틀랜틱 카운슬 행사에서 “신설 송유관 공정률은 이미 50%에 육박했으며,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인도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 에너지 중 지나치게 많은 양이 너무 좁은 길목을 통해 이동하고 있다”라며 “이것이 바로 UAE가 10여년 전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인프라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이유”라고 사업 배경을 강조했다.
현재 UAE는 하루 최대 180만배럴의 원유 수송이 가능한 기존 ‘아부다비 원유 송유관’(ADCOP)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바깥의 오만만 해안으로 원유를 수출하며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해 왔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주장하며 선박 공격을 감행해 온 이란이 영해 범위를 UAE의 오만만 해안선까지 확대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미국이 이란 항구 봉쇄 조치와 수로 재개방 작전에 나섰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더구나 미군 기지가 위치한 걸프 국가들은 위태로운 휴전 속에서도 간헐적인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노출되어 있다.
실제로 UAE의 민간 인프라와 석유 시설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알 자베르 CEO는 UAE가 그동안 3000발 이상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의 표적이 되었다고 공개하며 “피해 조사가 진행 중이며, 일부 시설의 경우 완전한 운영 능력을 회복하는 데 수 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지정학적 분쟁이 종식되더라도 물류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는 “설령 내일 당장 분쟁이 끝난다고 해도, 분쟁 이전 수준으로 호르무즈 해협 물동량이 회복되는 것은 2027년 1분기나 2분기 이전에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단일 국가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수로를 인질로 잡는 것을 용인하는 순간, 우리가 알고 있는 항해의 자유는 종말을 고하게 된다”며 “항행의 자유 원칙을 지키지 못하면 향후 10년간 그 후폭풍을 막아내느라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우려했다.
최근 단행한 UAE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에 대해서는 외교적 마찰 가능성을 일축했다. 알 자베르 CEO는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글로벌 수요에 따른 주권적이고 전략적인 결정”이라며 “누군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며 신뢰 관계를 깨뜨리려는 의도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신 그는 글로벌 에너지 부문의 만성적인 투자 부족 문제를 전 세계적인 과제로 제시했다. 현재 연간 약 4000억달러 수준인 업스트림(원유 탐사 및 생산) 투자는 자연적인 생산 감소율을 상쇄하는 유동성 방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현재 약 300만배럴 수준인 전 세계 잉여 생산 능력을 500만배럴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급부상하는 인공지능(AI) 혁명이 전 세계 전력망에 유례없는 과부하를 걸 것이라며, 세계 각국이 AI의 폭발적인 에너지 소모량을 심각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동시에 향후 글로벌 경제 패권을 함께 도모하겠다는 확고한 대미 투자 의지도 피력했다. 알 자베르 CEO는 “UAE와 미국은 단순한 무역 상대가 아니라, 다음 세기 경제를 함께 이끌어갈 공동 투자자”라고 정의하며 양국의 밀접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재확인했다.
권순욱 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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