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다 똑같여" 민주당 텃밭 전북에서 민심 왜 갈라졌나…김관영 VS 이원택 초접전 [르포]
전통 지지층, 김관영에 "어차피 당 돌아갈 것"
신도심선 도정 냉정 평가…"이원택이 당 후보"
청년 일자리 호소도…"인프라 키우는 쪽 투표"

"둘 다 똑같여."
19일 전북 전주에서 만난 택시기사 양모(66)씨는 6·3 전북지사 선거에 나선 김관영 무소속 후보와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렇게 잘라 말했다. 현직 지사인 김 후보는 지역 청년들에게 대리운전비를 나눠줬다는 혐의로 지난달 민주당에서 제명됐고, 이 후보는 민주당 경선 직전 식사비 대납 의혹이 불거졌다. 의혹만 놓고 보면 누가 낫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게 양씨 평가다.
전북지사 선거는 이달 초 김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하며 이번 지방선거 최고 관심 지역 중 하나로 떠올랐다. 전북은 원래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평가를 받던 '민주당 텃밭'이지만, '민주당 출신' 김 후보와 '민주당 소속' 이 후보 간 맞대결 구도가 되면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북에서 확인된 민심은 여론조사처럼 백중세였다. "민주당이 성급하게 제명했다"며 김 후보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과 "난 죽어도 민주당잉게"라며 이 후보를 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팽팽했다. 정청래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평가 또한 엇갈리는 등 '격전지'라는 평가를 실감케 했다.

"새만금 개발도 하던 사람이 허는 게 낫지"
전북 인구의 약 40%가 거주하는 최대 도시로 전북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전주에선 구도심과 신도심 사이에 표심 온도차가 확연했다. 전주는 다른 호남 지역처럼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지만, 필요할 땐 매서운 회초리를 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정치 현안과 도정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다. 20대 총선 당시 정운천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주을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되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전주 대표 전통시장인 덕진구 모래내알짜시장과 중앙동 등 구도심에선 김 후보를 다시 한번 밀어줘야 한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새만금 개발도 허던 사람이 허는 게 낫지 않냐"는 것이다. "김관영이도 민주당인디. 어차피 도로 돌아갈 거 아니여?"라고 반문하며 당보다는 후보 경쟁력을 보고 뽑겠다고 했다.

시장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이민안(60)씨는 "김 지사가 전주·완주 통합도 강하게 말했다. 따져보면 문제 없는 사람 없고 해봤던 사람이 하는 게 (낫다)"라며 "(김 후보가) 현장에서 많이 돌아다니는 스타일이다. 사무실에서 이론적으로 일하는 분과는 틀리다(다르다)"고 말했다. 중앙동에 거주한다는 택시 기사 김모(65)씨는 "구관이 명관 아닌가"라며 "이원택을 뽑아서 모든 게 순조롭게 된다면 모르겠는디 새만금에 드는 예산이 쉽게 내려올까. 민주당 아무리 찍어대도 발전이 안 되니까 동등하게 (지지율) 나오는 거 같어"라고 했다.

김 후보에 대한 '동정론'도 감지됐다. 한옥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62)씨는 "정 대표가 자기 사람을 밀어붙이고 김 후보를 매도한 것이 아닌가"라며 "좋게 이해하자면 아랫사람들에게 음주운전하지 말라고 쥐여준 거고, 이해할 수도 있는 정도의 금액"이라고 했다. 옷가게 사장인 임모(77)씨는 "학생들 용돈줬다 생각해야지 그걸 파면(제명)을 시켜버려"라며 당의 결정이 성급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이니까 찍지... 공당이 한 결정 믿어야"
전북도청과 금융기관 등이 밀집한 전주 신시가지와 전북대 인근 시민들 사이에선 "김관영은 일한 거에 비해 홍보만 많이 한다"며 도정 운영에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적잖았다. 전주 시내 직장에 근무하는 이모(35)씨와 박모(30)씨는 "김 후보는 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것도 솔직히 아닌데 일한 거에 비해 홍보만 한 것 같다"며 "이원택이 그래도 민주당이니까 믿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공천 파동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당의 뜻이 그렇다면 (이 후보를 뽑겠다)"이라며 공당인 민주당의 결정을 일단 믿고 봐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김정권(55)씨는 "그래도 이쪽은 민주당이다. 이원택이 될 것"이라며 "김관영을 좋아했던 건 민주당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무소속이지 않나"라고 했다. 정 대표에 대한 호감이 이 후보 지지로 연결되는 분위기도 읽혔다. 제약회사를 운영하는 임금숙(66)씨는 "정 대표가 자기가 욕 먹겠다고 하고 대통령 방패막이가 됐다. 전사가 있어야 된다"고 말했고, 전주 토박이 양재식(76)씨는 "정청래는 다음에 대선 나왔으면 쓰겄어(좋겠어)"라고도 했다.
다만 이 후보의 경우 낮은 인지도가 지지세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듯했다. 이 후보는 군산김제부안을 지역구에서 재선 의원을 지냈다. 양씨는 "이원택이는 들어보지도 모댔어(못했어)"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유권자 들을 중심으로 "둘 다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하는 이들 또한 적지 않았다. 선거철마다 그럴듯한 청사진을 내놓지만, 새만금 개발도 진척이 없고 해양수산부와 HMM 본사의 부산 이전처럼 일자리를 유치하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많았다. 아직 누구를 뽑을지 정하지 못했다는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생인 김모(27)씨는 "청년 만원 임대주택이나 청년을 위한 몰을 확장해줬으면 한다"며 "인프라를 키워 청년들을 많이 데려온다면 그 쪽에 투표하겠다"고 했다.
전주= 최서진 기자 standjin@hankookilbo.com
전주= 김지현 인턴기자 bem236@naver.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삼성전자 노사, 파업 전날 밤 극적 합의… 노조 "총파업 유보"-사회ㅣ한국일보
- '탱크 텀블러' 든 전두환이 모델?… 스타벅스, '극우의 상징' 되나-경제ㅣ한국일보
- "반도체만 삼성전자냐"... '하나의 삼성' 속 갈라진 노동자들-경제ㅣ한국일보
- "쥴리의 '쥴' 자도 안 써… 사람들이 제니라 해" 김건희, 의혹 전면 부인-사회ㅣ한국일보
- "홍준표=이완용" 친한계 박정훈에… 洪 "얼치기, 본인 걱정이나 하라"-정치ㅣ한국일보
- 이 대통령, '박종철 열사 조롱' 무신사 광고 직격… "돈이 마귀라지만"-정치ㅣ한국일보
- 故 최진실 딸 최준희, 유재석 축의금 공개… 초대 없이 조용히 전달-문화ㅣ한국일보
- 손훈모 순천시장 후보, 성범죄 가해자 변호 논란... 유족 "재판 직후 딸 목숨 끊어"-지역ㅣ한국일
- '탱크데이' 도대체 누가 기획했나...스벅 사태에 정용진 '멸공'까지 재소환-경제ㅣ한국일보
- '재혼' 강성연, 남편 알고보니… '아침마당' 신경과 전문의 장민욱-문화ㅣ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