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북한 방문 임박…트럼프·푸틴 연달아 맞이하며 '외교 중심축' 부상
평양行 추진…다극 세계질서 주도권 행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르면 다음 주 북한을 국빈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타임지는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나흘 간격으로 베이징에서 연달아 맞이한 직후여서, 강대국 외교의 중심축으로서 시 주석의 위상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타임지에 시 주석의 방북이 공식 발표 전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이번 방문은 일본의 새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가 대중(對中) 강경 노선으로 선회하며 적극적인 지정학적 행보를 보이는 것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중국과 북한은 일본의 새로운 군사주의에 맞서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방북 추진은 숨 가쁘게 이어진 정상외교의 연장선상에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베이징을 방문해 보잉 항공기 200대 판매와 연간 170억 달러 규모의 농산물 수출 계약 등 경제적 성과를 챙겼다. 푸틴 대통령은 나흘 후인 21일 베이징에 도착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약 40개 협력 문서에 서명하는 한편, 47쪽 분량의 공동성명과 "새로운 유형의 국제관계" 수립을 담은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캐나다·한국·베트남·스페인·아일랜드·UAE·영국 정상을 잇따라 만났고, 미·러 정상까지 연달아 맞이한 데 이번 방북까지 성사될 경우 '글로벌 외교 허브'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히게 된다. 뉴사우스웨일스대의 알렉산더 코롤료프 교수는 "강대국 정치는 이제 반드시 베이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시 주석이 공고히 했다"며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현안들이 논의되는 곳이 베이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외교적 행보는 2017년 시 주석이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천명한 "세계 중심 무대 회복" 구상의 실현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자국이 구축한 국제질서에 등을 돌리고 동맹국들과 갈등을 빚는 사이, 중국이 그 공백을 메우며 다극 세계질서의 설계자로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모두 스스로 시작한 전쟁에서 빠져나올 출구를 모색 중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이나 이란산 원유 수입 축소 등을 통해 두 전쟁의 향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나, 시 주석은 지금까지 그 카드를 직접 꺼내는 것을 삼가왔다.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의 저우보 선임연구원은 "러시아 경제는 좋지 않고 인명 피해는 막심하지만, 우크라이나가 '그냥 양보하겠다'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결정적인 도움을 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베이징 런민대 왕이웨이 국제관계연구소장은 "시 주석은 어느 한쪽 편을 드는 대신, 분쟁의 중재자이자 새로운 국제질서의 규범 제시자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방북이 성사될 경우, 시 주석은 미국·러시아·북한이라는 핵심 행위자 모두와 연쇄 정상외교를 펼치는 셈이 된다. 한반도 정세와 동북아 안보 지형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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