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장’ 北 감독 “수원도 능력갖춘 팀, 관중 관심도 매우 높아”

양준호 기자 2026. 5. 21.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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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땅서 사상 첫 女축구 남북클럽 대결
리유일 감독 “결승전서 더 훌륭한 경기”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리유일 감독이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 여자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 여자축구 맞대결을 승리로 장식한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리유일 감독은 “격렬한 경기였다”며 승리를 일군 선수들을 치켜세웠다.

리 감독은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FC 위민과의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준결승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비가 많이 오고 상대팀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는) 조건 속에서도 선수들이 높은 집중력을 보였다”며 “경기를 잘 운영해준 것을 감독으로서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내고향은 수원FC에 2대1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 내내 주도권을 내주고 끌려다니던 내고향은 후반 들어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후반 시작 4분 만에 수원FC 하루히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며 리드를 내줬으나 6분 만에 리유정의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을 최금옥이 헤더로 연결해 동점골을 터뜨리며 반격에 나섰다. 이어 후반 22분에는 상대의 결정적인 실책을 놓치지 않고 뒤집기까지 성공했다.

수원FC 수비진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공을 김경영이 헤더 슈팅으로 연결해 역전골을 뽑아냈고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승리를 지켜냈다.

리 감독은 수원FC에 대해 “4강전에 올라온 팀은 누구나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강팀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원 역시 많은 선수가 풍부한 경기 경험과 뛰어난 능력을 갖췄다”고 상대를 예우했다. 그러면서 “우리팀은 경험이 조금 부족하고 나이도 어리다. 하지만 이번 대회가 우리팀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경기는 오랜만에 성사된 남북 대결로 큰 관심을 모았다. 북한 선수가 한국 땅을 밟고 스포츠 대회에 출전한 것은 2018년 12월 인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 투어 그랜드파이널스 당시 차효심이 장우진과 짝을 이뤄 혼합복식에 나선 이후 8년 만이다.

축구 종목으로만 한정하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의 방남이다. 국가대표팀이 아닌 북한 여자축구 클럽팀이 남측을 방문해 경기를 치른 것은 최초다.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들이 20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아시아 여자 챔피언스리그 4강전 승리 뒤 환호하며 그라운드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굵은 빗줄기가 끊이지 않은 악천후 속에서도 경기장에는 매진된 7087매 중 5763명의 관중이 입장해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리 감독은 팬들의 응원에 대해 “경기에 집중하느라 의식하지 못했다”면서도 “관중의 축구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고 느꼈다”고 답했다.

내고향은 도쿄 베르디 벨레자(일본)와 23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AWCL은 아시아 지역 최상위 여자 클럽 축구 대회로 이번 시즌이 두 번째다. 우승팀에는 100만 달러(약 14억 원), 준우승팀에는 50만 달러의 상금을 준다.

리 감독은 “전술적으로 보면 대회 첫 경기는 항상 어렵고 문제점도 많았다”며 “남은 기간 훈련을 통해 결승전에서 더 훌륭한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역전골의 주인공 김경영도 “오늘 경기는 힘든 경기였다”면서도 “하지만 선수들이 승리를 위해 하나가 돼 열심히 달렸기 때문에 오늘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고 짧은 소감을 밝혔다.

한편 경기를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모습을 드러낸 북한 선수단은 굳은 표정으로 말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경기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바닥만 바라보며 서둘러 버스에 올라탔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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