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7주년 특집]울산, 청년 머물게 할 ‘AX 생태계’ 조성 서둘러야
(하)산업수도 다음은…AI·창업 도시 전환
동남권 이탈 벤처 10곳 중 6곳 ‘수도권行’
초기 벤처 육성 AC 67% 수도권 집중
울산 창업기업 10년 감소율 전국최고
청년 유출, 미래 일자리·창업 네트워크 탓
제조업+AI 기술 ‘피지컬 AI’ 경쟁력
광역시 승격 30년, 산업 전환에 사활
제조업 AX 전환·글로벌 진출이 해법
정부, 4대 과기원 소재지 창업도시로
미래 산업·정주 환경 결합 전략 필요

울산 동구 전하동 10평 공간에서 시작된 청년들의 고민은 결국 울산의 산업 전환 문제로 이어진다. 청년들이 울산을 떠나는 이유는 집값 때문만은 아니다.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일자리, 산업·창업 투자와 네트워크가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 역시 또 다른 이유다. 산업수도 울산이 청년들에게 '머물 수 있는 터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10년간 창업기업 감소율 가장 높아
울산은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었다. 지금도 국내 최대 제조업 도시로 꼽힌다. 하지만 AI와 창업 중심의 산업 생태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국 벤처기업 3만9077개 가운데 65.1%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가 1만2538개, 서울이 1만1070개였다.
반면 울산 벤처기업 수는 488개에 그쳤다. 인근 부산(1697개)과 경남(1444개), 대전(1537개), 충남(1310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울산은 최근 10년간 전국에서 창업기업 감소율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울산 창업기업 감소율은 3.63%로 세종(2.91%), 제주(2.75%), 경남(2.63%), 부산(2.24%)보다도 높았다.
문제는 창업기업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된다는 점이다. 수도권 창업기업 비중은 2023년 54.8%에서 지난해 55.4%, 올해 57.0%로 3년 연속 증가했다. 기술 기반 업종 창업기업 수도권 비중도 같은 기간 61.0%에서 62.8%로 높아졌다.
가장 큰 이유로는 투자와 네트워크 집중 현상이 지목된다. 우선 초기 창업기업을 육성하는 액셀러레이터(AC)의 수도권 비중이 67%에 달했고, 2017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누적된 권역별 AC 투자 금액도 수도권이 76.6%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광역시 승격 30주년 앞, AI 전환 시험대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울산은 최근 산업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제조 AI와 친환경 모빌리티, 수소 산업 등을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UNIST 등 대학·연구기관 중심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 등도 확대하고 있다. 제조업과 AI 기술을 결합한 이른바 '피지컬 AI' 산업은 울산이 가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라는 평가다.
다만 지역에서는 'AI 산업 전략이 실제 청년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질문도 동시에 나온다. 각종 산업 클러스터와 기업 유치만으로는 청년 유출을 막기 어렵고, 결국 사람이 머물 수 있는 도시 환경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자리를 찾아 동구 전하만주에 입주한 차원종씨는 제조업 기반 도시 울산의 미래에 대해 복합적인 시선을 보였다. "지금 호황기가 지나면 다시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감 등으로 청년들이 미래를 고민할 때 제조업만 바라보고 있기는 어려운 시대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고향을 떠나 전하만주에서 생활 중인 손상혁씨도 "계속 울산에서 살겠다고 생각하면 결국 집 문제와 생활 인프라 문제가 가장 크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서울 안 가도 울산서 창업 성공"
전문가들은 울산이 청년 유출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미래 산업과 정주 환경이 결합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최근 울산은 정부의 창업도시 조성 프로젝트 핵심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어 지역 차원의 대응 전략 수립이 더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4일 정부는 울산(UNIST), 대전(KAIST), 대구(DGIST), 광주(GIST) 등 4대 과학기술원 소재지를 창업도시로 선정해 선도모델을 구축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울산은 '서울이 아니더라도 창업해 성공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첫 발을 떼게 됐다.
울산에서는 창업 휴직이나 겸직 기간을 연장하거나 창업 휴학 기간을 폐지하는 등 교수와 학생의 창업을 저해하는 규정이나 학사제도가 대폭 손질된다. 지역 창업자가 지역에 계속 정착할 수 있게 범부처 거점 조성사업과 연계해 주거·교통·문화 등 정주 여건 개선도 추진될 전망이다.
이상일 울산연구원 박사는 "최근 울산은 스마트도시 관련해 각종 공모사업 추진으로 규제를 해소해 자율주행, 드론 등 첨단기술을 실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한다"며 "이를 위해서 울산은 AI도시로 육성하고 AX 전환을 추진하고 있으며 재정적 지원, 규제해소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육성책은 청년들이 좋아하는 업종"이라며 "지역 제조업의 AX 전환과 타지역 확산 및 글로벌 진출을 통해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다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