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시대에 과거 한 때는 중요한 부품이었지만 지금은 사라지고 있는 전자칩을 소재로 한 색다른 회화 작품이 전시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병호 작가의 7번째 개인전 'METAVERSE'가 이달 12일부터 25일까지 울주군 웅촌면 선갤러리문화관에서 열리고 있다. 캔버스에 전자칩을 붙인 뒤 아크릴 물감을 층층이 쌓아올린 작품 18점을 만날 수 있다.
이 작가는 한때 중요한 부품이었던 전자칩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12년 전부터 전자칩으로 작업하고 있다.
이번에는 가상세계를 주제로 우주에서 본 지구 혹은 압축된 도시의 느낌을 표현했으며, 작품을 가득 채우기보다는 비우고자 노력했다.
이 작가의 작품세계는 AI 시대에 인간이 느끼는 소외감과 맞닿아있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그는 기능을 상실한 전자칩에 새로운 예술적 생명력을 넣음으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디지털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인간이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잊어가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이병호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표면을 덮고 있는 수많은 전자칩들은 복잡한 통신 신호를 위해 태어난 부품들이다. 하지만 작품 속에서 그들은 더이상 정보를 처리하지 않는다"며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느끼는 막연한 경이로움을 작품 속 부품들이 벽에 갇혀 있듯, 우리도 AI라는 기술 아래에서 그 작동 원리보다는 그저 편리한 결과만을 소비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져본다"고 전했다. 문의 267·1556. 권지혜기자 ji1498@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