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카모 노리는 공룡 우버… “한국 잔혹사 끊나”

이용상,이택현 2026. 5. 21.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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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경제]
차량공유는 택시업계 반발로 실패
우버이츠도 국내경쟁서 밀려 종료
배민 모회사 DH 최대주주로 등극
“규제 민감도 높아 성공 미지수”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 우버가 한국에서 펼치는 핵심 사업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택시 호출과 배달 서비스가 그것이다. 택시 호출 시장은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배달 시장은 배달의민족(배민)의 우아한형제들이 가장 강력한 플랫폼 사업자다. 우버가 이 둘을 동시에 삼키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13년 전 처음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번번히 국내 기업의 벽에 가로막혔던 우버가 1위 사업자를 인수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버는 2013년에 처음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고급차량 호출 서비스 우버블랙으로 시작했다. 일반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엑스로 사업을 확대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을 빠르게 점령하던 우버의 성공 방정식은 한국에선 통하지 않았다. 택시업계 반발에 부닥쳤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논란이 겹치면서 결국 2015년 우버엑스 서비스를 종료했다.

전열을 가다듬고 2021년 재도전에 나섰다. 시장에 직접 뛰어들었다가 실패의 쓴 맛을 봤던 우버는 제휴 카드를 꺼내들었다. SK텔레콤 자회사 티맵모빌리티와 택시 호출 서비스 합작법인 우티를 세웠다. 2024년 서비스명을 우버택시로 바꾼 뒤 티맵모빌리티가 갖고 있던 지분을 모두 인수했다. 그러나 카카오T라는 철옹성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국내 택시 호출 시장에서 카카오T의 점유율은 90%를 넘는다.

배달 서비스 분야에서도 우버는 2017년 한국에서 우버이츠를 출시하며 한국에 뛰어들었었다. 하지만 배민과 요기요 등 국내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밀려 2019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직접 진출과 제휴 전략 모두 실패한 우버에게 남은 카드는 플랫폼 인수다. 우버는 배달 서비스 영역에서 최대 플랫폼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인수 작업에 돌입했다. 우버는 최근 우아한형제들의 모회사인 딜리버리히어로(DH)의 지분을 추가 인수해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다만 우버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하더라도 당장 우버 브랜드를 내걸고 배달 플랫폼 시장에 큰 변화를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한국 배달 플랫폼 시장의 규제 환경 등을 충분히 지켜본 후 전면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민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운영에도 간섭하지 않은 채 단순 투자자로 배후에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국 배당 플랫폼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배민은 쿠팡이츠와의 출혈 경쟁으로 인해 매년 매출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영업이익은 2023년 6998억원, 2024년 6408억원, 지난해 5928억원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배달 플랫폼 시장의 다음 먹거리인 퀵커머스(즉시배송)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국내 식료품 부문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31억9000만 달러(약 4조7000억원)에서 2030년 43억 달러(약 6조4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퀵커머스 시장은 배민 서비스인 B마트가 앞서 있지만, 쿠팡이츠가 최근 24시간 배달 체제를 구축하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 다이소와 올리브영 등 전통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경쟁 대상이다.

우버는 실제로 터키에서 유사한 모델을 구축했다. 지난해 터키의 배달 플랫폼 트렌디올고와 배달 기업 게티르(Getir)를 잇달아 인수했다. 게티르는 도심 물류 거점을 중심으로 퀵커머스에 장점이 있는 업체다. 게티르를 거친 물품을 트렌디올고에서 배송하는 협력이 가능하다.

업계에선 또 우버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카카오모빌리티 인수에 나섰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2대 주주인 글로벌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 주요 주주의 보유 지분 일부를 확보해 경영권을 가져가는 방안이 거론된다. 우버는 경영권 인수 확약서(LOC)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사도 진행됐다고 한다.

우버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현지 사업자를 인수해 단숨에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을 자주 쓰고 있다. 지난해 5월엔 덴마크 1위 택시 업체 단택시(Dantaxi)를 사모펀드(PEF)로부터 인수했다. 지난달에는 독일 고급차량 호출 기업 블랙레인 인수에 합의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우버의 카카오모빌리티 인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호출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고 우버도 글로벌 사업자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승인이 쉽게 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버가 우아한형제들과 카카오모빌리티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엔 결국 플랫폼 시장에서 우위에 서려면 데이터 확보가 관건이라는 판단이 자리한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민을 통해 음식배달 시장의 이용자 트래픽, 음식점 가맹망, 주문 데이터, 라이더 운영 경험 등을 확보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내비게이션, 대리운전, 주차 등 각종 이동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단기간에 직접 구축하기 어려운 데이터 자산이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은 한 기업이 데이터를 독점하면 신규 사업자가 결코 이길 수 없는 시장”이라며 “우버는 새로 시장을 개척하는 것보다 독점적 사업자와 손잡는 게 현실적이라는 사실을 그동안 한국 시장의 실패 경험을 통해 터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택시와 배달 모두 규제 민감도가 높은 영역인 만큼 우버가 한국 공략을 위해 꺼낸 ‘인수’라는 새 카드로 그동안의 잔혹사를 끊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용상 이택현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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