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몫부터” 삼성노조…노동운동 시험대에 세웠다

양종곤 고용노동전문기자 2026. 5. 21.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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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에서 작업자들이 물놀이장을 청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양대 노총이 주도해온 기존 노동운동 질서와 다른 독자 노선을 걸었다. 노동계 내부에서는 이를 세대교체에 따른 불가피한 변화로 봐야 한다는 주장과 노동시장에 이어 노동운동마저 대기업 정규직 중심으로 양극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서고 있다.

20일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는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에 가입하지 않고 현재와 같은 기업형 노조 형태를 유지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계열사 노조를 더 모아 조합원을 확대하고 삼성그룹 전체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으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처럼 여러 대기업 노조가 참여하는 제3 노총 성격의 단체를 직접 만들거나 이 같은 조직에 참여할 계획도 현재로서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노조는 이번 노사 갈등 과정에서 철저히 조합원의 이익을 앞세우는 조직이라는 인식을 남겼다. 정부가 “삼성전자의 성과는 근로자 개인만의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냈지만 삼성전자 노조는 지역사회나 하청업체 근로자와의 상생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강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원청 정규직 노조가 더 많은 성과 배분을 가져갈수록 하청 노동자에게 돌아갈 몫은 줄어들 수 있다며 우려한다.

삼성전자 노조의 노선은 국내 노동운동을 양분해온 양대 노총의 지향점과도 차이가 크다. 양대 노총은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임금 격차 완화, 외국인 노동자 인권 보호 등을 주요 정책 목표로 내세워왔다. 이를 위해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소속 노조들이 연대 집회와 연대 파업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노동운동의 외연을 넓혀왔다.

반면 삼성전자 노조는 조합원 보상 확대라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목표에 집중하고 있다.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은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로 인해 평등과 연대 가치를 옹호해온 노동운동이 혼란에 빠진 상황”이라며 “‘우리끼리 잘 지내면 된다’는 식의 노조 운동 확산에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특히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하라’는 요구를 핵심 쟁점으로 끌어올리면서 노동운동의 목표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삼성전자 노조를 시작으로 여러 대기업 노조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라는 요구를 제기하고 있다. 하청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추진된 개정 노조법이 오히려 대기업 원청 노조의 성과급 확대 카드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한 해 수억 원을 성과급으로 받으려는 대기업 노동자를 보면서 시급 몇 천 원을 올리려는 대학 청소 노동자가 어떤 상실감을 느낄지 상상하기 어렵다”며 “이들이 똑같은 ‘노조원’이라는 사실을 노동운동이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삼성전자 노조의 독자노선을 단순히 이기주의로만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기존 노동운동이 대기업 정규직, 플랫폼 노동자, 청년 전문직 등 새롭게 조직화되는 노동자들의 이해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면서 기업별·직군별 이해를 앞세우는 노조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연대의 재구성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노동운동 내부의 격차를 더 키우는 방향으로 굳어질지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현재 노동 지형에서는 같은 산업 노동자가 함께 이익을 나누는 산별 노조를 만들어내기 어렵다”며 “삼성전자 노조에 대한 토론은 공급망의 비용은 아래, 즉 하청에 떠넘기고 이익은 위, 즉 원청에 쌓이는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종곤 고용노동전문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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