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봉기 칼럼]이재명정부는 AI 게이트인가

최미화 기자 2026. 5. 21.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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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정권의 위기는 우연히 오지 않는다. 권력이 가장 자신있어 하던 영역에서, 가장 방심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개발을 내세운 정부는 개발 의혹에서, 도덕성을 내세운 정부는 도덕성 붕괴에서, 공정을 내세운 정부는 가족과 측근 문제에서 치명상을 입었다. 권력, 돈, 정보, 정책이 한 지점에서 만날 때 국민은 그것을 '게이트'라고 불렀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논란 등 개발정치의 그림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는 최순실 게이트로 무너졌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으로 도덕적 치명상을 입었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의겸 전 대변인의 흑석동 상가 매입 논란, 그리고 강남 2주택을 둘러싼 논란 끝에 '직보다 집'을 택했다는 비판 속에 물러난 김조원 전 민정수석의 사례는 그 정권의 부동산 민낯을 압축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여러 게이트성 사건으로 흔들렸고, 그 중심에는 김건희 게이트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재명 정부는 어디에서 흔들릴 것인가. 지금 가장 위험한 지점은 AI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대통령실에 AI미래기획수석을 신설했고, AI 3대 강국, 대규모 AI 투자, GPU 확보, 인재 양성, 국가 AI 전략을 핵심 브랜드로 내세웠다. 특정 산업이 국가전략으로 격상되면, 그곳에는 정책 정보, 예산 정보, 시장 정보가 빠르게 집중된다. 그 한복판에 대통령실 수석이 들어가면 이해충돌 위험은 구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하정우 전 AI미래기획수석의 업스테이지 주식 100원 매각 논란은 단순한 선거판 공방으로 넘길 일이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하 전 수석은 대통령실 AI수석 임명 뒤 보유하던 업스테이지 주식 일부를 주당 100원에 매각했다. 의혹 제기 쪽은 이를 '주식 파킹' 가능성으로 보고, 하 전 수석 측은 스타트업 베스팅 계약에 따른 정상적인 액면가 매각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공직윤리의 질문은 형사처벌보다 앞선다. 그 처분은 실질적 매각인가, 경제적 이해관계를 남겨둔 우회 보유인가.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의혹이 하정우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AI수석 한 명이 대통령실에 들어가 AI 정책의 흐름, 시장의 방향, 관련 주식 문제를 모두 독자적으로 정리했겠는가. 대통령실, 여권 핵심부, 정책 설계자, 관련 기업, 투자자 네트워크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은 없었는가. AI 예산의 흐름, 수혜 기업군, 인프라 투자 정보가 권력 주변에서 사적으로 공유된 일은 없었는가.

최근 주식시장의 과열 분위기도 의혹을 키운다. 코스피 8천, 나아가 1만 시대까지 거론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AI 반도체, 데이터센터, GPU, 클라우드, AI 소프트웨어가 시장의 모든 이야깃거리를 덮고 있다. 물론 시장 기대 자체를 의혹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주가가 오를수록 질문도 커진다. 이것이 순수한 시장의 기대인가, 권력과 정책과 자본이 함께 만든 인위적 기대인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문제를 떠올려 보라. 처음에는 '집값 안정'과 '투기와의 전쟁'을 말했다. 그러나 정작 권력 주변 인사들은 서울 핵심지 부동산을 놓지 않았다. 국민은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정책의 피해자가 아니라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목도했다.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도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AI를 국가 미래전략으로 포장하면서, 권력 주변 인사들이 관련 주식과 투자 이익을 사적으로 챙긴 것은 아닌지 의혹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국정조사다. 하정우 전 수석의 주식 취득·보유·매각 경위, 베스팅 계약 내용, 매수자와 매도자의 관계, 실제 경제적 이익의 귀속, 대통령실 임명 전후 이해충돌 심사, AI 예산과 정책 결정 과정, 관련 기업 접촉 내역까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실 고위직과 여권 핵심 인사들이 AI 관련 종목을 언제 사고팔았는지, 정책 발표 전후 수상한 거래는 없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더 근본적인 구멍도 있다. 아직도 청와대 특별감찰관 임명은 요원하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친인척과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의 비위를 감찰하기 위한 제도적 통제 장치다. 그가 있어야 이런 의혹의 뿌리를 제도적으로 파헤칠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AI 강국을 말하려면 먼저 AI 권력의 이해충돌을 감시할 장치를 세워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AI 낙관론이 아니라 AI 권력에 대한 감찰과 국정조사다.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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