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미답' 60억원을 향한 43세 박상현의 '위대한 여정' [박호윤의 IN&OUT]

박호윤 2026. 5. 2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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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의 꾸준함...통산 상금 1위, 그리고 20승 도전
일본투어 7년 병행에도 압도적 1위
기록보다 값진 것은 흔들림 없는 경쟁력

박상현이 지난해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 국내 투어 통산 14승째를 기록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는 모습./KPGA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박상현(동아제약)은 올해 43세, 투어 22년차다. 그러나 불혹을 훌쩍 넘긴 지금도 여전히 KPGA투어 우승 후보군 한복판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주 막을 내린 KPGA 경북오픈에서도 비록 공동 23위로 대회를 마쳤지만 존재감만큼은 분명했다. 첫날 공동 선두(7언더파), 셋째날 단독 선두(11언더파)에 오르며 리더보드 맨 위를 지켰다. 여전히 우승 경쟁을 이끌 수 있는 선수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사실 지난해만 돌아봐도 그의 경쟁력은 충분히 확인된다. 시즌 최종전 투어챔피언십과 동아회원권그룹오픈을 석권하며 옥태훈(3승), 문도엽(2승)과 함께 단 세 명뿐인 다승자 반열에 올랐다.

#젊은 장타자 시대...43세 베테랑은 여전히 리더보드 상단을 본다

그는 지금, 젊은 장타자들이 압도적 비거리로 코스를 지배하는 시대 속에서 유유자적한 미소와 노련한 경기 운영으로 전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보기 드문 베테랑이다.

현재 박상현은 국내 투어 사상 아무도 밟아보지 못한 ‘생애 통산 상금 60억원’ 고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는 22시즌 동안 243개 대회에 출전해 총 59억1,082만여원의 상금을 획득하며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동갑내기 강경남보다 약 10억원 앞서 있고, 최진호·이태희 등 1년 후배들과는 20억원이 넘는 차이를 보인다. 지금의 국내 투어 구조를 감안하면, 상당 기간 그의 기록을 넘어설 선수는 나오기 어려워 보인다.

-KPGA투어 생애 상금 순위(출전 경기수)

1. 박상현 59억1,082만4,057원(243)

2. 강경남 49억6,822만6,590원(304)

3. 최진호 34억6,176만8,508원(273)

4. 이태희 33억4,622만4,859원(288)

5. 김비오 30억4,177만9,364원(182)

박상현이 경북오픈 1라운드 도중 안정된 자세로 아이언 샷을 하고 있다. 박상현은 이날 공동선두, 3라운드서 단독 선두에 나섰으나 마지막날 부진으로 공동 23위로 마감했다./KPGA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이 기록이 단순히 ‘오래 뛰어서’ 만들어진 숫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박상현은 2005년 투어 데뷔 이후 올해로 22년째 필드를 누비고 있지만, 그 중 7시즌 가량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를 주무대로 활동했다. 통상 해외 투어를 병행하면 국내 누적 상금은 정체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상금랭킹 2위 강경남이 국내 무대 중심으로 커리어를 이어온 반면, 박상현은 일본 진출 이후 한동안 국내 대회 출전 수가 연간 4~7개에 불과했다. 통산 출전 경기 수도 강경남보다 60경기 이상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훨씬 많은 상금을 벌어들였다. 이는 박상현이 국내 투어에 출전했을 때 얼마나 높은 경쟁력과 효율을 보여줬는지를 의미한다.

그는 국내 14승, 일본 2승으로 통산 16승을 기록 중인데, 특히 큰 무대에 강했다.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두차례 우승한 것을 비롯해 SK텔레콤 오픈, 신한동해오픈 등 메이저급 대회와 제네시스챔피언십 같은 최고 상금 대회 우승 등 굵직한 타이틀이 유독 많다.

#35세 이후 9승...자기관리와 노련함으로 완성한 롱런의 역사

이는 결국 큰 무대일수록 더욱 빛나는 멘탈과 노련한 코스 매니지먼트 덕분이다. 핀 위치가 까다롭고 그린 스피드가 빨라 젊은 선수들이 흔들릴 때, 박상현은 오히려 특유의 여유 속에서 끊어갈 때와 승부를 걸 때를 정확히 구분했다. 일본투어 경험을 통해 인내와 코스 공략 능력을 체득했고, 위기 상황을 견디는 운영 능력까지 갖췄다. 그래서 그는 일반 대회보다 오히려 더 어렵게 세팅된 큰 대회에서 경쟁력이 살아나는 유형이다.

그의 가치는 여자 투어와 비교해도 결코 작지 않다. 현재 남녀 투어를 통틀어 박상현보다 더 많은 상금을 획득한 선수는 박민지가 유일하다. 박민지는 투어 10년차인 올해 까지 총 215경기에서 19승을 올리며 이미 65억원을 돌파했지만, 이는 연간 대회 수와 평균 상금 규모에서 KLPGA가 훨씬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박상현의 기록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척박한 환경 속에서 20년 넘게 정상급 경쟁력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특히 그의 롱런은 경이롭다. 26세였던 2009년 SK텔레콤오픈에서 첫 승을 올린 그는 30대를 관통하며 꾸준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더 놀라운 건 남들은 시드 걱정과 은퇴를 얘기해도 자연스러울 35세 이후에만 9승을 추가했다는 점이다. 마흔을 넘긴 이후에도 벌써 3승을 보탰다. 이는 단순한 재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꾸준함, 그리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진화시켜온 결과다.

박상현이 지난해 투어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를 성공시킨 뒤 갤러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KPGA

#시드유지가 아니라 여전히 우승을 말하는 베테랑의 품격

이제 팬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의 마지막 여정을 향한다. 박상현은 최근 필자와의 통화에서 은퇴 시기를 못박지는 않았지만 향후 3~4년 정도가 자신의 ‘마지막 승부처’라고 밝혔다. 여기서 인상적인 건 그의 기준이다. 단순히 시드를 유지하는 수준이 아니라, 후배들과 당당히 우승 경쟁을 펼칠 수 있을 때까지만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스포츠에서 가장 이상적이고 품격 있는 은퇴관이 아닐 수 없다.

그가 말한 앞으로 3~4년은 동시에 그가 공언해온 마지막 목표, ‘통산 20승’을 향한 도전의 시간이기도 하다. 물론 에이징 커브가 찾아올 나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흔들림 없는 기량을 보여온 박상현이기에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그 도전은 이번 주 '코오롱 제68회한국오픈'(5월21~24일, 우정힐스컨트리클럽)에서 다시 이어진다.

박상현은 현재 60억원까지 약 8,900만원만을 남겨두고 있다. 한국오픈에서 준우승 이상을 차지하면 대망의 기록 달성이 가능하다.

최근 10년간 박상현의 한국오픈 성적을 보면 2018년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며, 2016~2021년 사이에는 네 차례 톱10에 들 정도로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최근 몇 년 성적은 다소 주춤했지만, 우정힐스는 거리와 정확성, 코스 매니지먼트와 멘털까지 종합 능력을 요구하는 코스다. 오히려 박상현 같은 베테랑의 경쟁력이 살아날 여지가 충분하다.

설령 이번 한국오픈에서 60억원 돌파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올시즌 대회가 하나하나 열릴 때 마다 달성 가능성이 높은 위치에 있다. 그 기록은 ‘불가능의 영역’이 아닌,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그렇기에 그는 올시즌 내내 한국 남자골프 역사 속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위대하고도 드라마틱한 여정을 팬들에게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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