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대형 단백질 구조체까지 설계…자유자재로 인공단백질 만든다
바이러스 구조 원리를 AI로 재현...차세대 약물 전달체 등 활용

국내 연구자가 지난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와 함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대형 인공 바이러스 단백질 구조체를 자유자재로 설계하는 원리를 제시했다.
앞으로 표적 약물과 유전물질 전달체, 백신 항원 플랫폼 등 바이오·의학 분야에 활용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상민 포항공대 화학공학과 교수가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 교수와 공동으로 AI로 단일 인공 단백질을 설계해 바이러스와 유사 구조로 자기조립되는 원리를 규명한 연구 성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했다고 21일 밝혔다..
최근 바이오·의학 분야에서 차세대 약물 전달 기술의 핵심 소재로 ‘단백질 나노케이지’가 주목받고 있다.
단백질 나노케이지는 여러 단백질이 스스로 결합해 만든 나노미터 크기의 속이 비어있는 구조체다. 내부 공간에 약물, 유전물질, 효소 등을 안정적으로 탑재할 수 있고, 껍질에는 항원을 부착할 수 있어 생체 친화적인 초소형 운반체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의 단백질로 구현할 수 있는 구조체 크기가 매우 제한적이고 형태가 단순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반해 자연계의 바이러스는 하나의 단백질을 수백 번에서 수천 번 반복 사용하면서 각 단백질의 위치와 환경을 미세하게 조절해 거대한 껍질을 만들어 낸다. 이런 원리를 ‘준대칭성’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바이러스 껍질이 커지는 이유가 단백질 블록 사이의 각도와 휘어짐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단백질이 너무 평평하게 배열되면 바이러스 껍질이 닫히지 않고, 반대로 너무 많이 휘면 구조가 작아진다.
연구팀은 단백질 3개가 뭉친 ‘삼량체 단위’를 기본 블록으로 설정하고, AI 기반 단백질 구조 생성 도구인 ‘알에프디퓨전’을 활용해 같은 단백질이 어떤 위치에서는 오각형, 다른 위치에서는 육각형 환경을 만드는 새로운 연결구조를 설계했다.
마치 조립식 블록을 쌓는 것처럼 하나의 단백질을 서로 다른 각도로 맞물리도록 설계해 평평한 판이 아닌 거대한 돔 형태의 껍질로 구현한 것이다.
연구팀은 설계된 인공 단백질을 미생물(대장균)에서 생산·정제한 뒤 첨단 극저온 전자현미경으로 형태를 관찰했다. 그 결과, 이 구조들은 180∼2160개의 단백질 소단위체로 이뤄져 있고, 단백질들이 스스로 뭉쳐 최소 70㎚에서 최대 220㎚에 이르는 다양한 크기의 둥근 껍질들을 만드는 것을 확인했다.
가장 작은 구조는 약 70㎚ 크기의 축구공 형태를 띠었고, 이보다 큰 구조는 120∼220㎚의 케이지를 형성했다.
연구팀은 같은 단백질이 오각형 주변과 육각형 주변에서 서로 다른 국소 구조를 띤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상민 포항공대 교수는 “단백질 설계가 작은 대칭 구조를 넘어 바이러스 크기 수준의 복잡한 나노소재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라며 “연구팀은 내부 지지 단백질이나 핵산 등을 활용해 단백질 구조체 크기를 더욱 균일하게 제어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베이커 교수가 주도하고 이 교수가 공저자로 참여한 인공 단백질 구조체 연구 성과가 ‘네이처’ 21일자에 나란히 실려 이 교수는 교신저자와 공저자로 같은 날 세계 최고 학술지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