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서 ‘내고향’이 웃었다

수원FC 1 대 2 상황서 지소연 PK 실축…잇단 골대 불운에 역전패 당해
지소연 ‘인생 경기’ 아쉬움에 눈물…내고향, 23일 베르디 벨레자와 결승
1-2로 뒤진 후반 34분. 수원FC 위민은 천금 같은 페널티킥 찬스를 얻었다.
골을 넣어 동점이 되면 승리까지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키커는 베테랑 중 베테랑, 간판 중 간판인 주장 지소연이었다. 지소연은 심호흡을 한 뒤 볼을 찼다. 골키퍼는 반대로 뛰었다. 그런데 킥이 너무 휘어졌고 결국 포스트를 맞히지도 못한 채 밖으로 나가버렸다. 지소연은 유니폼으로 얼굴을 가리며 괴로워했다.
수원FC 선수들은 끝까지 뛰고 또 뛰었다. 반면 북한 내고향축구단 선수들은 막고 또 막았다. 거센 비바람 속에서 진행된 치열한 경기가 끝나고, 지소연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쥔 채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었다. 누구보다 이기고 싶었는데, 하필 하늘은 그에게 크나큰 ‘시련’을 안겼다. 한국 여자축구의 전설 지소연의 축구 인생에 있어 사상 최초로 한국에서 열린 여자 클럽팀 간 남북 대결은 ‘악몽’으로 끝이 났다. 수원FC는 그렇게 내고향에 1-2로 역전패했다.
지소연은 유니폼 상의로 얼굴을 감쌌다. 동료들로부터 위로를 받았지만 흐느끼는 몸짓은 아쉬움, 괴로움을 표현하고 있었다. 수원종합운동장을 뒤덮은 폭우 속에서 수원FC 선수들의 얼굴을 타고 흐른 것은 빗물만이 아니었다. 눈물도 함께 섞여 있었다.
전반전 많은 찬스에서 골을 넣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웠다. 한국은 전반에 거의 일방적으로 내고향을 밀어붙였다. 슈팅도 무려 10개를 퍼부었다. 전반 21분 하루히의 헤딩슛, 30분 밀레니냐의 오른발 슈팅이 모두 골대를 때렸다. 38분 윤수정의 헤더가 내고향 골키퍼 박주경에게 막힌 것도 너무 아쉬웠다. 골문을 살짝 벗어난 지소연의 프리킥, 골대 위를 조금 넘어간 김혜리의 중거리슛도 그랬다.
균형은 후반 초반 깨졌다. 후반 4분 혼전 상황에서 흐른 공을 하루히가 오른발로 밀어넣으며 수원FC가 앞서갔다. 하지만 내고향은 흔들리지 않았다. 후반 10분 리유정의 프리킥을 최금옥이 헤더로 마무리하며 동점을 만들었고, 후반 22분에는 김경영이 문전 혼전 상황에서 헤더 역전골까지 터뜨렸다. 이후 수원FC가 후반 34분 전민지가 페널티킥을 얻어냈지만 지소연이 실축하고 말았다.
수원FC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뛰었다. 홈에서 하는 경기였지만 관심은 온통 내고향에 쏠렸다. 심지어 당초 내고향과 같은 숙소를 배정받은 수원FC는 내고향 측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층의 위층과 아래층을 모두 비워줄 것을 요구하자 결국 숙소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억울함도 겪었다. 홈에서 열리는 대회임에도 홈팀 같지 않은 분위기는 수원FC 선수들에게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결연한 의지를 심었다. 지소연도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상대가 욕하면 우리도 욕하고, 발로 차면 같이 발로 차면서 대응할 것”이라고 강한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내고향은 오는 23일 같은 장소에서 도쿄 베르디 벨레자와 우승을 다툰다. 반면 수원FC의 도전은 또 한 번 준결승에서 멈춰 섰다. 비 내린 수원의 밤, 수원FC 선수들에게 남은 것은 아쉬움과 눈물이었다.
수원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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