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긴급 출동' 차량으로 출퇴근…서장님의 '꼼수' (풀영상)
<앵커>
중동 전쟁의 여파로 지난달부터 공공기관에선 차량 2부제가 시행됐는데요. 누구보다 규칙과 제도에 솔선수범해야 할 경찰서장이, 2부제 시행 첫날부터 꼼수를 써온 정황이 저희 취재진에 포착됐습니다. 기존 지휘관 차량 대신, 2부제 적용을 받지 않는 전기차를 출퇴근 등에 사용한 겁니다.
먼저 임지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임지현 기자>
지난 14일 아침, 서울 성동경찰서로 검정색 EV9 전기차가 들어섭니다 잠시 뒤 차량 뒷좌석에서 내린 여성, 성동경찰서장 권미예 총경입니다.
저녁 6시가 되자 한 직원이 뛰어나와 차량에 시동을 걸고, 곧 권 서장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또 다른 경찰관이 나와 차량 문까지 닫아줍니다.
18일 오후 6시에 경찰서를 출발한 차량이 10분 거리의 한 음식점으로 향하는 등, 취재진이 지난 14, 15, 18일 권 서장의 출퇴근길을 취재했는데, 모두 같은 차량을 이용했습니다.
문 바로 옆에 이렇게 세워져 있던 차량은 권 서장이 경찰서를 오갈 때마다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이 EV9 전기차는 경찰서장에게 배정된 지휘관 차량이 아니었습니다.
SBS 취재 결과 권 서장이 지휘관 차량인 21년식 소나타 대신 해당 전기차를 쓰기 시작한 건 지난달 8일로 확인됐습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공공기관 2부제가 도입된 바로 그날입니다.
당시 2부제 시행을 앞두고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공공기관의 솔선수범을 당부했는데, 2부제 적용이 제외된 관용 전기차를 자신의 출퇴근 등에 사용하기 시작한 겁니다.
SBS 취재진이 출퇴근 용도로 관용 전기차를 타고 다닌 이유를 묻자, 권 서장은 "더 이상 해당 차량을 사용하지 않겠다"며 "2부제 실시로 타기관 방문 등이 어려워 내부 논의를 거쳐 전기차 사용을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공진구, 영상편집 : 최혜영, VJ : 이준영, 디자인 : 석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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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더 큰 문제는 이 전기차가 출퇴근용이 아니라 경찰관들이 긴급 출동 때 타야 하는, 이른바 '5분 대기 차량'이라는 겁니다. 경찰서 내부에서도 문제 제기가 이뤄졌고, 경찰청은 감찰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서 안희재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안희재 기자>
문제의 EV9 전기차는 2025년식 7인승 승합차로, 각종 업무에 활용되는 낮 시간과 달리, 야간 용도는 따로 있습니다.
일과 이후,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는 긴급 상황이나 사건 발생 시, 당직 경찰관 7명으로 구성된 초동대응팀이 이 차량을 이용해 신속히 출동하라고 내부 지침으로 정해둔 거라 해당 시간에 경찰서에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 달 넘게 경찰서장 전용 차량처럼 쓰이면서 적어도 권 서장의 출퇴근 시간대를 포함해 일부 공백이 발생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미니버스 한 대도 긴급출동차량으로 지정돼 있지만, 1종 대형 면허 소지자만 운전할 수 있어 해당 전기차가 더 많이 쓰인다는 게 성동경찰서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성동경찰서 전·현직 관계자들은 "군대로 치면 5분 대기조가 타야 할 차량을 타고 나가면 유사시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며, "직원들이 권 서장에게 여러 차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만류했지만 통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웅혁/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 긴급용으로 여러 기능에서 차량을 사용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 서장의 출퇴근 편의를 위한 것은 아닌 거죠. 상당히 편의 위주의 경찰 행정을 한 것으로….]
이에 대해 권 서장은 "초동 대응팀 차량인 줄 알지 못했고 문제 제기를 받은 기억도 없다"며, "업무 연속성 확보를 위해 사용 가능하다는 내부 보고에 따라 이용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섬세하게 챙겨보지 못한 내 불찰"이라며 "앞으로 규정과 원칙에 입각해 근무하겠다"고 밝혔습니다.
SBS 취재가 시작되자 서울경찰청 감찰계는 어제(19일)와 오늘 성동경찰서를 방문해 권 서장을 면담하고 해당 전기차의 배차 기록을 확보하는 등 사실 관계 파악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청 관계자는 SBS에 이번 사건을 무겁게 바라보고 있다며, 기초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권 서장에 대한 정식 감찰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이상민, 디자인 : 서승현·이예솔, VJ : 이준영)
임지현 기자 imfact@sbs.co.kr
안희재 기자 an.heeja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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