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경유 가스관 사업 “큰 틀 합의”…에너지·안보 더 ‘밀착’

박은하·전현진 기자 2026. 5. 2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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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트럼프 만난 지 6일 만에…중·러 정상회담서 ‘결속’ 과시
레드카펫 걸으며 인사 중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2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걸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155분 회담, 양해각서 40건 서명…‘다극 질서 구축’ 공동성명 채택
미국 미사일 방어 구상·나토의 아태 지역 관여 등엔 반대 뜻 모아
타임지 “시 주석 이르면 다음주 북한 방문…일본 우경화에 대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새로운 세계 질서 구축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시 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린 지 엿새 만에 이뤄졌다. 양국은 에너지·극동 관광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총 40건의 협력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며 더욱 밀착된 관계를 과시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러시아 타스통신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쯤 베이징 인민대회당 동문광장에 도착해 환영행사에 참석한 뒤 시 주석과 회담했다. 회담은 두 정상과 양국 외교장관, 소수 참모 등만 배석한 소인수 회담과 경제·에너지 분야 각료들이 참석한 확대 회담을 합쳐 2시간35분가량 진행됐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2001년 체결한 중·러 선린우호조약을 연장하고, ‘세계 다극화와 새로운 국제관계 제창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크렘린궁이 공개한 러시아어 공동성명에 따르면 양국은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 시스템인 ‘골든 돔’ 구상이 국제 안보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관여 확대, 북한에 대한 압박,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승인을 거치지 않은 일방적 제재에도 반대한다고 밝혔다. 유럽의 군사화와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에 대해서도 지역 평화에 대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문제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공동성명은 무역에 대한 방해를 중단해야 한다며 국제 해운을 방해하고 글로벌 공급망 및 해상 무역 전반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일방적인 조치에 대해 공동으로 우려를 표명했다.

시 주석은 회담을 마치고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패권주의와 일방주의가 세계를 ‘정글의 법칙’으로 되돌릴 위험이 있다”며 “오늘날 세계가 평화롭지 않기 때문에 양국이 국제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을 겨냥한 메시지도 던졌다. 시 주석은 “중·러는 주요 강대국으로서 유엔의 권위와 국제적 공정성 및 정의를 수호하고 모든 형태의 일방적 압박과 역사를 되돌리려는 시도에 반대한다”며 “이는 제2차 세계대전 결과를 부정하거나 파시즘과 군국주의를 부활시키려는 모든 움직임에 반대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대만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미·중이 충돌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시 주석은 비공개 회담에서 “중동 지역 전쟁이 조속히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을 “친애하는 친구”라고 불렀으며 중국 측의 따뜻한 환대에 감사를 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중관계가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러·중관계는 자족적(self-sufficient)이며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중국에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준비가 돼 있으며 루블화와 위안화로 결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두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20개의 협력 각서 체결식이 진행됐다. 크렘린궁은 이외에도 20개의 추가 협력 각서가 별도로 체결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중국과 자동차 제조와 우주 탐사 등의 분야에서도 협력을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는 회담에서 몽골을 경유해 중·러를 잇는 천연가스관 사업인 ‘시베리아의 힘-2’ 프로젝트를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오늘 회담에서 노선과 건설 방식 등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프로젝트와 관련한 전반적인 합의가 이뤄졌다”며 “아직 해결해야 할 세부 사항이 몇가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양국은 지난해 9월 ‘시베리아의 힘-2’ 프로젝트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 15일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 이후 시 주석의 외교적 위상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 속에 성사됐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 문제를 ‘레드라인’으로 제시하고, 미·중관계의 동등성을 강조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여론 악화와 대중국 경제 의존 심화 등 상대적으로 ‘약자’가 된 상황에서 시 주석과 만났다고 뉴욕타임스는 19일 보도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이르면 다음주 북한을 국빈방문할 예정”이라며 “이번 방문은 (재군사화 행보를 보이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전현진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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