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계 최고 ‘정제’ 능력 보유…일본, 원유 확보 ‘수급’ 역량 강점
한·일 정상 에너지 협력서 성과
일, 지진 위험에 정제시설 분산
울산 석유제품 수입이 더 경제적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유사시 원유·석유제품 스와프 거래를 추진하기로 하자 산업계에선 ‘윈윈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원유 정제에, 일본은 원유 수급에 각각 강점이 있어 중동 사태로 촉발된 에너지 대란에 공동 대응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20일 정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일본은 국토가 섬으로 분절돼 있고 지진 위험에 노출돼 있어 원유 정제시설이 전역에 흩어져 있다. 대량 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고 운송에도 한계가 있다.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일본은 원유를 정제해 만든 석유제품을 전국에 공급하기 어려운 한계를 지니고 있다”며 “오히려 울산에서 석유제품을 수입해 사용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비산유국이지만 세계 5대 석유제품 수출국 타이틀을 유지하는 이유다. 정유사와 석유화학사가 울산과 충남 서산, 전남 여수 등 국가산업단지에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발발 이후인 지난 3~4월 석유제품 수출입 통계를 보면 일본이 한국에 의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3~4월 한국은 일본에 36만7680t의 휘발유를 수출했다. 수입은 14만7998t이었다.
경유는 수출 18만6622t, 수입 344t으로 집계됐고, 윤활유는 수출 7만2387t, 수입 4만7643t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 일본에 8만7867t의 나프타를 수출한 반면 수입은 1만3040t에 그쳤다. 주요 석유제품에서 수입보다 수출이 많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중동 사태 이전부터 석유제품만큼은 한국산에 의존해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에도 원유 수급에서 역량을 과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3월 이후 중동산 원유를 싣고 일본에 들어온 유조선 33척의 항로를 분석한 결과, 15척이 말레이시아와 인도 인근 해안에서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물량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는 일본이 환적 방식으로 수급한 중동산 원유는 2470만배럴로, 중동 사태 이후 일본이 조달한 원유의 20% 이상이라고 전했다. 닛케이는 “아시아 해역에서 일본 선박이 외국 선박으로부터 원유를 넘겨받은 것은 위험한 중동 해역 항해를 피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해상에서 원유를 옮겨 싣기는 물리적으로도 어렵지만 외교력이 뒷받침 안 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미국 제재가 일시적으로 풀린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원유를 원활하게 수입할 수 있는 평시엔 일본과의 협력이 그렇게 크게 필요하진 않다”며 “하지만 중동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유사시 한국은 일본에서 원유를 가져오고, 일본은 한국이 정제한 석유제품을 가져가는 협력이 이뤄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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