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삼전 노사 협상… 노동계선 "극적 타결 위한 과정"
노동계, 협상 결렬도 "대화 과정"
노조 투쟁 전략에는 평가 엇갈려
"삼성전자 노조, 예측불가 성향 강해"

삼성전자 노사가 대화 재개와 협상 결렬 선언을 반복하는 롤러코스터식 임금협상을 벌인 끝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하자 이를 보는 노동계는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노사가 파국으로 치닫는 치킨게임을 벌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협상 전략을 잘 아는 이들은 "극적 타결을 위한 과정"으로 봤다. 다만 역사가 길지 않은 삼성전자 노조의 투쟁 전략은 여러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노사협상에 관여한 경험이 있는 노동계 인사 A씨는 20일 열린 삼성전자 노사의 2차 사후조정 결렬 직후 본보와 통화에서 "결렬은 노사가 서로 더 얻어내기 위한 중요한 협상 전략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양쪽이 치열하게 자신의 요구를 주장하는 모습을 보여야 잠정 합의안이 타결된 뒤 이를 각자의 조직에 가져갔을 때 지지를 얻을 수 있다는 이유다. 그는 "보통 파업을 선언한 노조와 사측이 대화하는 패턴을 보면 막마지까지 온탕과 냉탕을 오간다"며 "삼성전자 노사도 파업 직전까지 대화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 정도의 국민적 관심을 받은 교섭이 빈손으로 끝나는 건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동계에 오래 몸담은 B씨도 비슷한 설명을 했다. 그는 "삼성전자 협상 과정은 마치 최저임금위원회를 보는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정 위원이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기구로 임금을 많이 올리려는 노동계와 인상폭을 최소화하려는 경영계가 매년 격렬하게 충돌한다. B씨는 "최임위 안에선 큰 이견이 없거나 의견차가 좁혀졌어도 밖으로는 이를 드러내지 않고 오히려 격렬한 대화가 오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며 "그래야 협상 과정과 결과물에 설득력을 더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전자 노사는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파업을 불과 1시간 15분 남겨둔 이날 오후 10시44분 잠정합의안에 서명했다. 이처럼 노사가 벼랑 끝까지 대립하다 극적으로 합의한 사례는 많다. 지난해 12월 전국철도노조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파업을 불과 2시간 앞두고 노사 합의가 이뤄졌고, 포스코와 서울교통공사도 파업 직전 노사 합의가 이뤄진 바 있다. 삼성전자 노사도 파업 개시(21일 0시)를 불과 8시간 앞두고 이날 대화를 재개했다.
삼성전자 노조의 투쟁 전략에 대해선 노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삼성전자 노조 특유의 '우리끼리' 정서와 이익주의, 투쟁 경험이 부족한 신생 노조 특징이 약점이자 강점이라는 해석이다. 이 회사는 무노조 경영 원칙을 오랫동안 유지했기에 노조들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다. 이 때문에 노조 지도부가 구설에 오르는 등 조직 장악력에 문제를 드러내기도 했다. 노조 내부에서도 반도체부문(DS)과 비반도체부문(DX) 조합원 간 갈등이 표면화하기도 했다. 노조위원장을 중심으로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기존 노조와는 다른 모습이다.
또 파업을 코앞에 두고 진행된 2차 사후조정이 성과 없이 끝날 때까지도 업무를 유지할 최소 인력조차 지정하지 않았고, 파업 예고일 하루 전까지 정확한 파업 돌입 시간을 조합원들에게 제대로 전파하지 못하는 등 혼란스러워하는 모습도 있었다.
반면 공격적인 성과급 인상 요구로 초과이익 배분이라는 새로운 쟁점을 부상시켰다. 기존 노조가 대부분 기본급 인상에 역량을 집중했다면 삼성전자 노조는 반도체 대호황속 역대급 영업이익이라는 흐름을 이용해 초과이익 배분이라는 정돈되지 않았지만 새로운 논쟁 거리를 던졌고 회사로부터 합의를 이끌어 냈다.
또 노조는 성과급 재원 확대, 성과급 상한제 폐지, 성과급 지급 제도화 등 기존 요구 사안 대부분에서 사측과 접점을 찾기도 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노조는 기존 노조 문법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예측불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며 "그 방식이 '왜 이렇게 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반도체 대호황기에 제대로 목소리를 냈다는 평가도 있다"고 말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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