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자’와 ‘더 가진 자’의 전쟁...외신이 본 삼성전자 파업은

외신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파업 위기를 “기술에 밀려난 노동자와 기업의 충돌이 아니라 가진 자와 더 가지려는 자의 이익 분배 충돌”이라고 진단했다.
20일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한국 인터넷에서 ‘소개팅 최고 복장은 낡은 SK하이닉스 점퍼’라는 현실을 풍자하는 개그 에피소드가 큰 인기를 끌었다”고 전하며 삼성전자의 파업 상황을 두고 “가진 자와 더 가진 자 사이의 충돌”이라고 평가했다.
삼성 노조의 요구가 나온 배경에는 경쟁사 SK하이닉스의 선례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언급했다. SK하이닉스는 노조 압박 속에서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직원 보너스 재원으로 배정하기로 했다.
블룸버그는 “노동 행동은 서로를 자극한다”며 “삼성 직원들이 더 많은 몫을 요구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파업에 대해 국민 70%가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는데 이는 “한국인들이 재벌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국가 산업경쟁력과 거시 경제에 미칠 충격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칼럼니스트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블룸버그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언급했다. 칼럼은 “한국 경제가 최고의 단일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며 “산업 구조가 더 다변화했더라면 정부가 삼성전자 노사 갈등에 이렇게까지 취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이번 충돌은 AI 공급망이 얼마나 좁고 취약한 구조 위에 세워져 있는지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AI 모델 구축 경쟁에 뛰어든 기업들은 전력 부족이나 지정학 리스크뿐 아니라 소수의 고숙련 핵심 노동자들에게도 의존한다”며 “AI 붐에 미래를 건 세계의 모든 기업 경영진과 정책당국을 불안하게 만들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칼럼은 반도체 산업 특성상 노동 갈등이 특히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도체 산업은 수년 뒤 수요를 예측하며 막대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비용을 선제적으로 집행해야 하는 산업인데, 호황기 이익 배분 요구가 커질수록 산업 운영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특히 AI 시대 노동 갈등이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봤다.
칼럼은 “AI 혁명의 도구를 만드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협상력을 깨닫기 시작했다”며 “이번 사태는 AI 시대가 우려해온 K자형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국이 현재 노동 갈등을 진화하려 애쓰는 동안 세계 각국 정부는 다음 충돌을 준비해야 한다”며 “AI 승자들의 반란이 이 정도라면 패자들의 반란은 훨씬 더 거셀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윤정 AX콘텐츠랩 기자 yjna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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