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나빠진 YTN을 위한 마지막 변명

정준희 전 MBC 백분토론 진행자·한국언론정보학회 공공서비스 미디어 위원회 위원장 2026. 5. 2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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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정상화를 위한 기획 칼럼 ④]

[미디어오늘 정준희 전 MBC 백분토론 진행자·한국언론정보학회 공공서비스 미디어 위원회 위원장]

▲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사진=정철운 기자

YTN은 한때 공적 소유구조에 기초를 둔 보도전문채널이었으며, 종사자의 오랜 투쟁에 걸쳐 보도와 제작 부문의 자율성을 확보해온 역사를 가진 방송사였다. 물론 공적 소유구조를 지닌 모든 공기업이 그러하듯, 정권이 움직일 때마다 출렁이는 제도적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저널리즘을 다루는 미디어 기업이기 때문에 친정권적인 사장을 앉혀 보도 내용을 정치적으로 통제하려는 시도가 시시때때로 (특히 소위 보수계열 정권의 집권기에 더욱 노골적으로) 발생했다. 하지만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직업적 자율성을 사수하려는 강력한 투쟁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모르긴 몰라도 가장 자주, 가장 굳세게 저항을 해온 방송사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위의 문단은 거의 모두 과거형 시제로 쓰였다. 윤석열 정부가 대뜸 YTN을 유진그룹에게 팔아넘긴 이후로 YTN의 그런 특성이 대부분 과거의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단 하나만 현재진행형이다. YTN 노동조합은 지금도 투쟁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할 때에도, 그 표본 사례로 YTN이 지정되었을 때에도, 공기업 소유 지분을 묶어 '최대지분'을 만들어서 매각하기로 하는 희대의 결정이 내려질 때에도, 그 우선 협상 대상자로 난데없이 유진그룹의 목적회사인 유진이엔티가 선정되었을 때에도, 그리고 방통위(방송통신위원회)가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을 속전속결로 해냈을 때에도 싸웠다. 유진그룹이 경영권을 장악한 뒤에도 싸웠고, 그들이 노골적으로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하는 보도 통제를 행할 때에도 싸웠다. 파업만 한 게 아니라 소송 투쟁도 했다. 그 결과로 방통위의 승인 결정이 무효라는 판결까지 얻어냈다.

▲ 2024년 2월 한국전력 자회사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소유한 YTN 지분 30.95%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 유진그룹은 2025년 4월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39.17%로 확대했다. 자산총액 10조 원 이하 기업은 방송사업자 지분을 최대 40%까지 보유할 수 있다. 그래픽=안혜나 기자

나는 이 현재진행형의 투쟁만이 이제는 과거형이 된 YTN을 제대로 된 미래형 보도전문 방송사로 다시 탈바꿈시켜낼 수 있는 최후의 보루로 남아 있다고 믿는다. 물론 이 투쟁만으로는 '더 나빠지지 않게 하는 것'만 가능할 뿐, 더 나아지게 하는 힘이 생기지는 않는다. 과거형 YTN에는 자랑스러운 것도 있었고 부끄러운 것도 있었다. 자랑스러웠던 것은 물론 부끄러웠던 것의 많은 부분이 공적 소유구조에서부터 나왔다. 그 공적 소유구조를 허물자 자랑스러웠던 것은 영원한 과거형이 되어버렸고 부끄러운 것들만 고스란히 현재형이 되었다. 이 상태로 놔두면 부끄럽지 짝이 없는 방송사가 되어 미래의 방송 저널리즘 시장을 한층 더 더럽게 만들 것이다.

그나마 자랑스러움을 만들어냈던 종사자들의 투쟁은 이 구조에서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그런 자제력과 견제력이 조만간 사라지게 될 거라는 건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하는 뻔뻔한 미디어 기업이 우리 미디어 생태계에 하나 더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로써 한국 미디어 역사 속에서 YTN은 건설기업의 한낱 자기방어 수단이자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해갈 것이다. 여러 지역민방이 그랬고, 그 숱한 신문기업이 그랬듯이 말이다. 버스 터미널에, 기차역에, 공항에, 호텔에, 사람들이 모이는 공개적인 장소에 24시간 틀어놓는 뉴스 채널이 '정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와 오물을 뿌려대는 장면을 방치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걸 막는 길은 과거의 부끄러움 뿐만이 아니라 자랑스러움 역시 가능하게 했던 기반인 공적 소유구조를 되돌리는 것에서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경험해봤듯 그 구조의 취약성은 여전히 부끄러움을 만들어내는 원천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 없이 자랑스러움을 형성해내는 것은 완벽한 불가능에 가깝다. 어떻게 하면 그 공적 소유구조의 나쁜 점과 취약한 점을 방지하고 그로부터 좋은 점과 강한 점을 만들어내도록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방미통위와 국회라는 제도설계자의 몫이다. 요컨대 단순히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재구성'해야 할 책무가 이들 행정기구와 입법기구에게 주어져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재설계된 공적 소유구조의 토대 위에서 과거의 자랑스러움을 복구하는 것을 넘어, 이 더럽고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저널리즘 생태계에 나름의 신선하면서도 신뢰할 만한 공공적 대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지금도 싸우고 있는 종사자들의 몫이자 책임이다.

▲ 90여개 시민사회·노동단체가 모인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20255년 6월25일 서울 여의도 유진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진그룹의 유경선 회장 일가 소유 기업에 대한 부당지원 의혹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사진=김예리 기자

솔직히 말해 예전의 YTN이라고 해서 딱히 자랑스러웠던 적도 없고, 유진그룹에게 넘어가고 난 다음의 YTN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부끄러운 것도 아니라는 생각, 여러 시민들이 품음직하다. 그것은 정확하거나 온당하지 않은 평가이며, 상당 부분 무관심과 정치적 편향에 의해서 갖게 되는 거라고 반론을 펼 수도 있다. 그러나 소용없는 일이다. 대중적 노출을 '업'으로 하는 미디어 기업이 자신들에게 들씌워진 오해와 편견을 억울해 하는 것만큼 무용한 일도 없다.정보와 함께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을 팔아먹고, 그것으로 생존하며, 그것으로 영향력을 얻는 기업이 자신에 대한 정보와 이미지를 잘못 관리했다면 그것은 스스로의 책임이 먼저다. 대중의 그릇된 인식을 탓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돌이킬 수 없이 부끄러워지고 있는 YTN을 되돌리고 새롭게 할 결정적이고 종국적인 힘은 시민적 지지로부터 나온다 해도, 지금 당장은 그것에 의존할 수는 없다. 방미통위와 같은 행정기관이 '먼저' 올바른 일을 해야 하고, 국회와 같은 입법기관이 바람직한 미래의 토대를 '우선' 설계해줘야 한다. 그리고 학계와 시민사회가 그것이 좋은 일이라고 '나서서' 말해줘야 한다. 내가 YTN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발언해온 이유가 거기에 있다. YTN 종사자, 방미통위 위원들, 국회의원들이 필경 느끼고 있을 무력감 이상으로, 나 역시 돌아선 시민의 마음을 되돌릴 담론적 힘의 태부족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말하는 것이 옳고 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하기에 말한다. 어쩌면 앞으로는 다시 찾아오지 않을 '마지막 기회'를 우리가 그냥 놓쳐버릴 수는 없다고 믿기에 그렇다.

[YTN 정상화를 위한 기획 칼럼]

졸속과 위법의 YTN 매각 사태 해결을 위하여
YTN 정상화가 '내란 종식'이다
방미통위, YTN 직권취소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

미디어오늘이 'YTN 정상화'를 위한 연속 기고를 싣습니다. 이번 기고는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의 제안으로 이뤄졌으며 매주 한 차례 미디어오늘에 실릴 예정입니다. 보도전문채널을 둘러싼 생산적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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