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새우등 터진 '하청의 하청'…9조원대 샤힌 프로젝트 민낯

이상엽 기자 2026. 5. 2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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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하청 책임공방 속 재하청은 '도산 위기'


[앵커]

국내 최대 석유화학 투자 사업인 샤힌 프로젝트, 하지만 여기에 참여했던 영세 업체들은 폐업 위기에 몰려있습니다. 원청과 하청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서, 재하청 업체들이 돈을 받지 못한 것인데요. 영세 업체들은 당장 생사가 오가는데, 원청에서는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확인해보겠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재고 물품을 만지고 먼지를 닦지만 다시 장사를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사람, 철물점으로 시작해 작은 종합상사를 일궜습니다.

[권시현/자재업체 대표 : 이쑤시개부터 비행기 날개까지 할 수 있는… 현장에 안전용품부터 시작해서 라면까지도 저희들이 납품을 했죠.]

지난 30년 동안 굵직한 산업 현장에 온갖 자재를 팔았습니다.

지금은 직원들이 모두 떠났습니다.

대금 1억 4천만원을 돌려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권시현/자재업체 대표 : 가족은…제가 사업을 하면서…조금 이따 할까요? {가족을 떠올리면 뭐가 가장 슬프세요?} 미안하죠. 자식들한테 짐이 될까봐.]

울산 '샤힌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재하청 업체 상황입니다.

9조 2천억원 규모의 샤힌 프로젝트. 발주사는 에스오일, 시공사는 현대건설입니다.

원청인 현대건설은 A업체에 하도급을 줬고 A업체는 다시 업체 20여 곳에 재하도급을 줬습니다.

권씨 업체는 그 20여 곳 중 하나였습니다.

[권시현/자재업체 대표 : 울산 상인들은 너무나 기뻤죠. 처음에는 다 꿈에 부풀어서…]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난해부터 원청은 하청의 시공 지연 등을 문제삼았고 하청은 대기업의 횡포라고 다퉜습니다.

결국 지난 3월 계약이 해지됐고 재하청 업체들은 40억원 대금을 못 받았습니다.

[권시현/자재업체 대표 : 책임을 안 지려고 그래요. 영세한 업체들은 뭐 어디서 받을 데가 없으니까 그대로 도산할 수밖에 없는 거죠.]

하소연할 곳이 없습니다.

이 주유소는 샤힌 프로젝트 중장비에 기름을 대왔습니다. 기름값 5900만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어떻게든 사업을 유지하려면 소액 손님에게 의지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서인석/주유소 대표 : 바로 나와서 반갑게 맞이해야…점심시간이 별도로 없어요. 여기는 좀 식당도 멀고. 지금 그럴 여력도 없고.]

장부를 살펴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서인석/주유소 대표 : 이거는 3천원. 1.4L. 오토바이가 넣은 거죠. 점점 희망이 없어지고 절망으로 다가오는 거죠.]

20여 곳 재하청 업체들, 공사 현장으로 갔습니다.

내가 세운 공장과 설비가 번듯해서 마음이 더 아픕니다.

[김용환/시공업체 대표 : 저희들이 184m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플레어 스택'(가스연소 굴뚝)을 시공했는데도 불구하고 동료들이 같이 올라가서 고생했는데…]

크레인 위에 오르고 아래에 모인 이 사람들. 노동자들이 먹을 도시락을 만들었고, 구조물을 연결하는 볼트를 골랐습니다.

[송재한/도시락납품업체 대표 : (도시락 1개당) 6500원입니다. 밥하고 국하고 반찬 뭐 여섯 일곱 가지. 된장국, 김칫국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얼마를 못 받으신 거예요?} 7천만원.]

[신융붕/볼트업체 대표 : (볼트는) 모든 제품의 연결고리도 되고요. 100원짜리도 있고. 20원짜리도 있고. 저는 (체불 금액이) 얼마 안 됩니다. 260만원이요.]

액수와 상황은 다르지만 당장 힘든 처지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현대건설은 "협력업체의 체불 해소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송재한/도시락납품업체 대표 : 제 업에 대해서만 충실하면 모든 게 다 잘 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식대를 받지 못해서 이 자리에 와있다는 것 자체가 참담합니다.]

9조원짜리 프로젝트 이름 뒤에는 언제 문 닫을지 모르는 작은 업체들이 있습니다.

살기 위해 크레인 위로 향하는 이들의 절박함을 더는 외면할 수 없습니다.

[영상편집 류효정 VJ 김동규 작가 유승민 취재지원 이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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