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숙의 공통감각]수학여행 실종 사태를 바라보며
최근 교육계에서는 소풍이나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학습을 둘러싸고 몇주째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이 사라지고 있는 풍조에 대해 “구더기 생기지 않을까 싶어서 장독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며 대책 마련을 당부한 것이 본격 공론화의 발단이 됐다. 지난 7일 교육부는 ‘안전한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교육공동체 간담회’를 열었고, 이후 의견 수렴과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황은 심각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2026 현장체험학습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숙박형 체험학습을 보냈다는 전국 초중고교는 53.4%에 불과했다. 서울의 경우 초등학교의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은 6.45%로 거의 자취를 감췄고, 소풍(1일형 체험학습) 가는 학교조차 2023년 98.8%에서 2025년 51.1%로, 2026년엔 20%대로 반의 반 토막이 나고 있다(서울시교육청).
교육 활동 중 사고로 법적 책임
방패 되지 못한 국가와 교육당국
학부모들의 지나친 민원도 부담
교사들 불안 해소해야 복원 가능
체험학습 위축엔 2022년 강원 속초 현장체험학습 중 학생이 버스에 치여 숨진 사고에 대해 담임교사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는 게 교사들의 중론이다. 교사들은 교육활동 중의 사고가 법적 책임으로, 또 교직 하차 상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있다. 국가와 교육당국은 아무 방패가 되지 못했다. 개인이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며, 교사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아무 일도 하지 말자’는 무력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학교안전법’을 개정해 ‘주의의무를 다한 교사는 면책한다’는 규정을 신설했지만, 교사들은 타이어 마모 확인 등 200쪽이 넘는 안전조치 매뉴얼 준수를 확인하며 무고함을 증명해야 한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이 불안을 잠재우지 않고 현장학습을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학부모들의 지나친 민원도 큰 부담이다.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의 발언을 담은 ‘교사들이 현장체험학습을 꺼리는 진짜 이유’라는 제목의 쇼츠 영상은 20일 현재 조회수 1100만회를 넘어 큰 공감을 얻고 있다. 현장학습 전날엔 왜 멀리 가서 우리 애 멀미하게 만드느냐는 민원이, 학생들 사진 200장을 찍은 날엔 ‘왜 우리 애는 5장만 나왔나요?’ ‘왜 우리 애 표정이 안 좋습니까?’ 등의 민원이 올라온다고 했다. 1년에 8번씩 현장학습을 가던 그는 현장학습을 강제하지 말고, 교사들이 스스로 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최근의 논란을 보며 7~8년 전 아이가 스웨덴 9학년(한국 학년 중3) 학생으로 다녀온 졸업여행이 떠올랐다. 9월 학기 초부터, 다음해 6월 학기 말 여행에 대해 학급 전체가 함께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고, 여행지와 동선, 경비 모금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했다. 학교에선 각 가정의 경비 부담을 금지하고, 학생들이 경비를 조달해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프랑스 여행의 꿈에 부푼 아이들은 학급별 바자회를 열심히 준비했고, 또 물건을 싸게 구입해 주말마다 시내 번화가에 나가 팔며 경비 모금에 매달렸다. 돈이 생각만큼 모이지 않으면서 여행지는 스톡홀름에서 페리로 3~4시간 거리인 고틀란드로 변경됐다. 출발 몇주 전, 한 학부모로부터 자원봉사자를 구한다는 단체 e메일을 받았고, 참석을 고민하는 사이 이미 5~6명이 자원했다며 모집 종료 공지가 왔다.
아이는 모든 것을 친구들과 함께한 4박5일을 지금도 즐겁게 회상한다. 15세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여행을 스스로 계획·준비·결정하며 어엿한 시민으로 성장하는 모습, 가정 형편이 우월감·열등감으로 작동 않도록 배려하는 교육 원칙, 맞벌이로 바쁜 부모들이지만 기꺼이 휴가를 내고 자원봉사로 내 아이 아닌, 우리의 아이를 함께 키우는 것이 당연한 문화… 사회 전체의 신뢰와 지원 속에서 아이들이 낙오 없이 함께 자라고 있는 모습은 보기에도 흐뭇했다.
친구들이 불행하고, 교사가 불안한데 내 아이만 잘 클 순 없다. 정부는 국제적 상식에 맞춰 현장학습에 대한 입법·행정 지원을 아끼지 말고, 학부모들은 일부 악성 민원이 교육을 해치지 않도록 자정 능력을 발휘했으면 한다. 지금 시급한 건 서로에 대한 불신을 거두고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품 넓은 어른들의 모습, 교육공동체의 회복이다.

송현숙 커뮤니케이션실장 s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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