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노르웨이 꿈
보편적 복지국가 전범으로 본받아 마땅

중동 하늘에 포탄이 날아다니거나 말거나 지칠 줄 모르고 오르던 코스피 지수가 7900에서 갑자기 7400으로 떨어진 지난 12일. 오랜 시간 '재래 언론'이 떠받들며 끌어다 써 온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가 그 급락 원인을 청와대 김용범 정책실장의 발언 탓이라 지목했다. 김 실장의 글 중 '초과 이익 환수'가 표적이 됐다. 으레 그랬듯 <조선일보>가 그걸 끌어와 나발 불기를 "올해 수백조 원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을 놓고 노조와 협력업체, 농어민 단체에 이어 정치권까지 가세해 뜯어먹기 경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정부 차원에서도 더 뜯어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라 했다. 야당의 스피커들이 마이크마다 출동해 "공산주의·베네수엘라·포퓰리즘"등의 단어를 버물러 외고 펴고를 거듭하니 세상은 이내 시끄러워졌다.
대체 무슨 소릴 했기에 그러는가 싶어 김용범 실장의 페이스북에 들어가 봤다. 200자 원고지 40장 분량이니 손바닥에서 들여다보기엔 다소 긴 글이다. 우리에게 당도한 현안을 조곤조곤 쉽고 간결하게 전달하려는 필자의 세심함이 느껴지는 문장이다. 열심히 들여다본 나름의 깜냥으로는 '시방 우리에게 떨어진 행운을 온전히 살려 온 국민이 두고두고 잘 먹고 잘살려면 어찌해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놓고 숙고한 관리의 진중한 제언이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세계 유일의 '풀스택 제조 역량'을 통해 기술 독점적 경제 구조로 도약해 막대한 초과이윤을 얻을 기회를 맞이한 우리나라가 이 과실을 창업·문화 시스템 혁신 및 '국민 배당금' 제도를 통해 인간의 삶으로 환원하는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 시대 국가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들먹인 것이 '노르웨이의 국부펀드'다. 노르웨이가 석유 자금을 장기적 사회 자산(국부펀드)으로 전환했듯 한국도 AI 인프라 시대의 막대한 초과세수를 사회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노르웨이. 참으로 놀라운 나라다. 알바를 포함한 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실제 노동시간이 약 27시간인 널널한 별천지다. 2025년 6월 기준 임금 구조를 뜯어보면 더 흥미롭고 부럽다. 건설 및 숙련 노동자가 시간당 3만 3000원 (시간당 한화 환산) 일반 미숙련 노동자 3만 원, 청소 대행업 종사자 2만 9500원 호텔 및 외식업 종사자 2만 5500원이다. 노동자 권리는 철저히 법으로 보호받고 육아휴직 시스템은 완비됐다. 노르웨이의 복지는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 가고 공부를 못 하고 길거리에 나앉는 일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 것이 국가적 신조다. 그것만인가. 국가가 석유 판 돈을 슬기롭게 관리해 2025년 한 해에만 300조 원 이상의 투자 이익을 얻어 국민 1인당 약 5억 원 상당의 자산이 적립되어 있단다. 별안간 석유가 쏟아진 나라가 여럿 있지만 노르웨이와 베네수엘라의 극단적 대비는 그 자원을 관리하는 정치세력의 자질과 자세로 말미암아 천당·지옥의 격차를 만들었다.
어느 날 뜻밖의 신기술이 한반도를 휘감아 엄청난 초과 세수의 기대가 생기고 그걸 슬기롭게 사용할 용처의 본보기로 저 노르웨이를 들먹이는 날이 오다니. 그것만으로도 꿈만 같다.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자들이 몽니 부리느라 읊어대는 빨갱이 타령 따위는 가소로우니 귓등으로 흘려도 된다. 노르웨이는 석유가 솟기 이전의 척박한 조건에서도 보편적 복지의 기틀을 다진 여문 정부와 억강부약의 정서가 사회 전반에 녹아있는 나라였단다. 본받아 마땅하다.
/홍창신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