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보선 르포] 이번엔 박형룡이냐, 그래도 이진숙이냐…달성군 표심 안갯속

서민지 2026. 5. 2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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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결집·변화론·정치냉소 뒤섞인 대구 달성군
두 후보 오차범위 안 접전양상 보여 초미의 관심
전통시장과 신도시 아파트단지서 감지된 온도차
세 번째 도전 박형룡, 중도보수 이탈표 흡수할까
20일 오전 10시쯤 찾은 대구 달성군 현풍백년도깨비시장. 6월3일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이곳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쏠린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누가 뭐래도 달성군은 국민의힘이죠. 박근혜 전 대통령도 여기 사는데…. 그래도 민주당 후보가 워낙 익숙한 사람이라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6·3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접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초 국민의힘 이진숙 후보의 낙승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형룡 후보가 의외로 선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MBC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7~18일 달성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RS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응답률 5.9%.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 박 후보가 41.7%의 지지율을 보이면서 이 후보(48.5%)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적극 투표층'에서는 박 후보 46.8%, 이 후보 49.3%로 초박빙이었다.

달성군은 대표적 도농복합지역이다. 군민 평균연령이 44세로 전국 82개 군 단위 기초지자체 가운데 가장 젊은 축에 속하지만, 박 전 대통령의 사저가 위치해 있을 만큼 보수색 짙은 곳이기도 하다. 표심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실제 지난해 대선 득표율을 보면, 신도시인 테크노폴리스가 위치한 유가읍에서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가 32.4%를 득표했다. 이는 대구 평균(23.3%)을 웃도는 수치다. 반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가창면에서 78.6%를 득표하며 대구 평균 득표율(67.2%)을 상회했다.

20일 오전 11시쯤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 전경. 비가 내리는 가운데 장을 보러온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20일 영남일보가 찾은 달성군 일대에서는 "그래도 국민의힘"이라는 보수 결집론과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변화론이 동시에 감지됐다. 이날 오전 10시쯤 현풍시장에서 만난 한 60대 상인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대해 "대구 시내는 어떨지 몰라도 달성은 국민의힘"이라며 "박 전 대통령이 있는 곳이고, 나이 많은 주민도 많다"고 했다. 다만 보궐선거에서 이진숙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는 잠시 망설였다. 그는 "민주당 후보가 워낙 익숙한 사람이라서 그건 잘 모르겠다"며 "아무래도 달성군을 잘 아는 분이 국회의원을 해야지"라고 했다. 민주당 박형룡 후보는 이번이 세 번째 달성군 국회의원 도전이다.

시장 안에서는 여전히 강한 보수 정서가 느껴졌다. 국밥집에서 파를 썰고 있던 70대 사장은 "젊은 사람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며 "나는 추경호도 믿고 이진숙도 믿는다. 지금의 우리나라는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라, '반(半)독재체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인들과 식사를 하던 김외진(70)씨는 "달성군은 원래 보수다. 민주당은 안 된다. 미우나 고우나 국민의힘"이라며 "박형룡 후보가 추격한다는 여론조사가 나오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10% 이상 차이가 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반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47년째 달성군에 살고 있다는 국숫집 주인 임춘옥(여·68)씨는 "대구도 한 번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기회가 왔을 때 김부겸도 시장이 되고 박형룡도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진숙 후보는 별로 호감이 가지 않는다"며 "(자신의) 남편도 비슷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표심에 균열이 일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듯 시민들 사이에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장 구경을 나왔다는 임모(65)씨가 "나는 민주당을 지지한다. 국민의힘은 다 '파이다'"라고 하자, 옆에 있던 다른 주민은 "나는 영원한 보수다. 후보를 잘 몰라도 국민의힘을 찍겠다"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임씨는 다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비상계엄 이후 국민의힘이 갈라지고 있다"며 "결국 국민의힘은 쪼개지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20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테크노폴리스 아파트 단지 전경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20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테크노폴리스 주변 상가 전경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젊은층과 외부 유입 인구가 많이 사는 지역에서는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현풍읍 테크노폴리스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박모(45)씨는 "국민의힘이 터줏대감처럼 대구에 있으면서 이룬 발전이 무엇이 있느냐"며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이진숙 후보가 선거에 나오는 것을 두고, 타지에 사는 지인에게 놀림의 대상이 됐다"며 "박형룡 후보가 여러 차례 선거에 도전하며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달성군의 젊은 부모들이 (국민의힘으로부터) 많이 돌아섰다"고 주장했다.

다사읍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여·28)씨는 "최근 동네 분위기를 보면 상대 후보가 이진숙 후보라서 박형룡 후보를 지지하려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며 "중도보수 성향의 주민들은 이 후보를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런 행태로는 달성군을 위한 실질적 성과를 이루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를 향해서도 "이런 시기에 좀더 가열차게 선거운동을 해주고, 달성군민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제안을 눈에 띄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치권 전반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도 있었다. 현풍시장 생선가게 주인은 "딱히 지지하는 후보도 없고, 투표할 생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장 좌판에서도 한 상인이 "추경호가 대구시장 나왔으니 이진숙이 국회의원 해야 한다"고 말하자, 이를 듣던 한 시민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된다"며 "누가 하든 다 똑같다. 평소에는 아무것도 안 해주다가 선거에 나오니까 공수표만 날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