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한 지원에 말뿐인 국가 책임… 해외입양 90% ‘건강이상 아동’ [심층기획-국외입양 실태조사]
건강이상 아동은 국외 쏠림 여전
입양보조금 月 최대 72만원 불과
“제도 보완 않고 입양인 헌신 기대”
2025년 장애인고용률 3.1% 머물러
자립기반 미비도 입양 주저 요소
장애인 친화 생활환경 조성 시급
“지역 사회 일상생활 조직화 필요”
20일 만난 김모(65·여)씨는 예찬이를 처음 입양했을 때 들었던 주변의 차가운 말들을 회상했다. 시각·지적장애를 가진 예찬이는 올해 17살이다. 김씨는 태어난 지 3개월이 조금 지났을 때 예찬이를 처음 만났다.

김씨는 “예찬이가 8군데 장애가 있었다. 치료비가 한두푼이 아닌데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서 다 외부 도움을 스스로 확보해 충당했다”며 “주변에 다른 엄마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작게는 복지관 돌아다니는 기름값부터 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한다”고 호소했다.
경제적 문제 외에도 돌봄 부담과 아동이 성인이 된 이후 자립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크다.
김씨는 “부모가 자신의 삶을 쏟아야 지탱이 되는 구조다. 힘이 들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엄마도 있다”며 “성인이 된 이후 자립은 모든 장애아동 부모의 고민이다. 예찬이도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활동 범위를 넓혀야 되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씨를 아프게 하는 건 장애아동 입양에 대한 색안경이다. 김씨는 “장애아동 기르는 엄마는 드세다고 곁에 두기 싫어하는데 사실 아이를 지키려고 ‘센 척’하는 것”이라며 “보듬어주는 마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말뿐인 국가책임…해외입양 90% 장애아
예찬이 사례처럼 국내에서 장애아동을 입양해 키우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면서 해외 입양에서 건강이상 아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커지고 있다. 정부가 ‘고아 수출국’ 오명을 벗기 위해 해외 입양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있지만 장애아동들은 여전히 국내에서 새 가정을 못 찾고 국외로 밀려나고 있다.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외 입양된 58명 중 건강이상 아동은 52명으로 89.6%에 달한다. 국내 입양의 경우 전체 입양 154건 중 건강이상은 37.6%에 불과했다. 복지부는 저체중과 발달 지연, 심혈관 질환을 겪는 등 장애가 의심되는 아동을 ‘건강이상 아동’으로 분류한다. 어린 나이인 만큼 장애 판정을 받는 데 시간이 걸려서 ‘장애’로 분류하기보다 건강이상으로 보는 것이다.

정부는 장애아동을 입양할 경우 입양축하금과 함께 양육수당을 지원한다. 지난해 기준 입양축하금은 200만원(1회 지급), 양육수당은 월 20만원이었다. 장애아동을 입양했을 경우 양육수당에 더해 보조금이 추가로 지급된다. 중증 장애에 대해서는 월 72만1000원, 경증 장애에 대해서는 월 63만4000원이 제공된다. 의료비는 별도로 연 260만원 내에서 보조된다.
전문가들은 장애아동을 기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고 지적했다.
김지영 전국입양가족연대 사무국장은 “중증 장애아동 입양 시 주어지는 72만원의 보조금도 지난해에 오른 것”이라며 “14년간 동결이었다가 찔끔 올랐다. 제도적으로 보완할 생각은 안 하고 입양·위탁가정의 선의와 헌신에만 기대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정부는 2011년 중증 장애아동 입양에 대한 보조금을 월 62만7000원, 경증 장애는 월 55만1000원으로 올린 후 지난해 처음으로 다시 보조금을 상향했다.

장애아동이 성인이 된 이후의 삶 역시 입양을 망설이게 되는 큰 이유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는 “장애아동을 키우면서 가장 큰 문제는 성인이 돼 자립할 때”라며 “아이가 커서 일자리도 얻고 부모 없이 일상생활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인프라가 없으니 입양도 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의 ‘2025년 장애인 의무고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3.1%였다. 전년보다 0.07%포인트 높아진 수치로 제도 시행 후 역대 가장 높지만 여전히 낮다. 공공부문의 고용률은 3.94%로 1년 전과 견줘 0.04%포인트 높아졌다. 다만 경증 장애인 중심이어서 자립 지원이 절실한 중증·발달장애 성인이 진입할 수 있는 일자리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장애인이 스스로 생계를 꾸리기 어려울수록 부모 부담은 커진다.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된 시우를 키우는 이모(56세·여)씨는 “저희 아이는 발달·뇌병변 장애가 있지만 라면 끓이는 걸 알려주면 혼자 할 수 있는 정도”라며 “성인이 됐을 때 일은 어떻게 하나 막연하게 걱정이 많았다. 그래도 지금 다른 중증 장애 아이들에 비해 혼자서 무언가를 할 수 있으니 커서도 일자리가 있겠지 기대한다. 일단은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도록 사회성을 기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이 혼자서 삶을 일굴 수 있는 사회 전반적인 환경이 마련돼야 국내에서도 장애아동 입양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아동이 태어났을 때 조기 교육·치료부터 시작해 비용이 들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장애인이 사회와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일상생활을 조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예지 기자 sunris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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