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아니라고 안심?... 국민 41% 빠진 '당뇨병 전단계', 위기일까 기회일까 ③ [당뇨병 체크아웃]

당뇨병 전단계는 당뇨병과 정상 혈당 사이에 있는 일종의 '회색 지대'다. 우리나라에서 이 회색 지대에 있는 사람은 어느덧 약 1,400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 30세 이상 성인의 약 41%이며, 65세 이상에서는 그 비율이 50%에 가까워진다. 대한당뇨병학회 학술이사 권혁상 교수(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는 "2010년 국내 당뇨병 인구가 약 320만 명일 때 대한당뇨병학회는 2050년에 약 두 배인 600만 명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었다"며, "그러나 불과 10년이 지난 2020년, 이미 그 수치를 초과해 '30년 빨라진 당뇨병 대란 시계!'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된 적도 있다"고 전했다. 권 교수는 당뇨병 전단계 인구가 많은 것을 주요한 원인으로 꼽으며 "당뇨병 전단계 인구가 많을수록 당뇨병 환자 급증화 추세는 더 가속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말 그대로 '전단계'이니 괜찮다고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위험한 생각이다. 당뇨병 전단계는 당뇨병 진행과 건강 회복 사이의 마지막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뇨병 전단계의 한 형태인 '공복혈당장애'가 있는 사람의 약 37%가 약 4년 안에 당뇨병으로 진행한다는 연구 통계가 있는 반면, 체중의 5~10%만 감량해도 당뇨병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통계도 있다. 즉, 당뇨병 전단계에서 방심하면 당뇨병으로 금세 진행할 수 있고, 잘만 관리하면 건강 회복도 비교적 수월하다는 것이다. '위기이자 기회'인 셈이다. 당뇨병 전단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정확한 진단 기준부터 적극적 관리의 필요성까지 권 교수 도움말로 하나씩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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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전조증상 없다…나타나면 이미 위험" 당뇨병 제대로 알기 ② [당뇨병 체크아웃]
정상 혈당∙당뇨병 사이의 '당뇨병 전단계', 정확히 어떤 상태일까
당뇨병 전단계는 정상 혈당과 당뇨병 사이를 가리키는 것으로, 혈당이 당뇨병 진단 기준에 미치지는 않지만 정상 혈당보다는 높아지면서 당뇨병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당뇨병 전단계는 혈당 측정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형태로 나뉜다. 8시간 이상 금식 후 측정한 공복혈장포도당 수치를 기준으로 한 '공복혈당장애'와 75g 경구포도당부하 2시간 후 혈장포도당 수치를 기준으로 한 '내당능장애'다. 쉽게 말해 '공복 혈당'과 '식후 혈당'을 측정해서 공복 혈당이 높으면 '공복혈당장애', 식후 혈당이 높으면 '내당능장애'로 본다. 검사 결과에 따라 두 형태를 모두 가지기도 하며, 기준은 다음과 같다.

이외에 지난 2~3개월 혈당의 평균을 알 수 있는 당화혈색소 수치가 5.7~6.4%인 경우에도 당뇨병 전단계로 감별할 수 있다. 권혁상 교수는 "당화혈색소는 혈당 검사보다 비용은 다소 비싸지만 검사 전 공복이 필요하지 않다는 편리함이 있다"며, "다만 공복혈당장애가 있거나, 60세 이상이거나, 검사 결과가 모호한 경우에는 경구포도당부하검사를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경우 공복혈당 수치만으로는 당뇨병 진단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실제 국내 연구에 따르면 공복혈당이 110~125mg/dL으로 당뇨병 전단계인 사람 중 43.5%는 당부하 후 2시간 혈당이 200mg/dL 이상으로 나오며 이미 당뇨병에 해당했다"고 강조했다. 공복혈당장애 단계에서도 정밀 검사를 통해 숨은 당뇨를 가려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당뇨병 전단계, 효과적인 건강 관리의 '기회'
당뇨병 전단계를 건강 관리의 기회로 삼아 '골든타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미 당뇨병으로 진행한 뒤에 관리를 하는 것과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혈당 조절에 핵심으로 작용하는 '체중 관리'를 예로 들어볼 수 있다.
권혁상 교수는 "최근 비만치료제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는 인크레틴 기반 약물이 비교적 많이 사용되면서 체중 감량과 당뇨병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며, "연구에 따르면 이미 진단된 당뇨병 환자의 경우 당뇨병 전단계로의 회귀를 위해서 최소 10~15%의 체중 감량이 필요한 반면, 당뇨병 전단계에서 당뇨병 발병을 지연하는 데 필요한 체중 감량은 5~1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즉 당뇨병 전단계에서 개입해 조절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당뇨병 전단계, 합병증 위험 공존하는 '위기'
그러나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당뇨병 전단계는 '위기'가 된다. 당뇨병 전단계에서도 다양한 혈관 합병증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권혁상 교수는 "대표적 것이 망막병증이다.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 등 당뇨병 진단 기준 수치도 망막병증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시점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같은 당뇨병 전단계라고 할지라도 수치가 높을수록 합병증 발생 위험도 높아지게 된다. 당뇨병에 진단된 것이 아니라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실제로 2형 당뇨병의 진단 기준이 과거에는 공복혈당 140mg/dL 이상이었다가 현재는 126mg/dL로 낮아졌는데, 이런 합병증의 위험성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당뇨병 전단계는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심뇌혈관 합병증의 위험인자이기도 하다. 권 교수는 "전단계로 진단된 시점부터 혈당뿐 아니라 고지혈증, 고혈압 관리, 금연 등 심뇌혈관 질환 예방을 위한 노력이 함께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지어는 '정상 혈당' 범위에서도 합병증 위험은 차이를 보인다. 실제로 국내 연구에 따르면 공복혈당이 100mg/dL 미만으로 정상 범위라 하더라도, 80mg/dL 미만인 그룹과 95~99mg/dL인 그룹 사이에서는 4년 후 당뇨병 발생 위험이 최대 7배까지 차이가 났다.
권 교수는 "정상, 당뇨병 전단계, 당뇨병이라는 진단 기준은 있지만, 혈당이 높으면 높을수록 당뇨병 위험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며 "공복혈당이 정상 이상으로 높다면 최대한 정상 범위 이내, 그리고 가능하면 낮게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전단계에서도 약물 치료 필요할까… 진단 기준 더 낮추지 않는 이유는
따라서 당뇨병 전단계에서부터 약물 치료를 고려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효과가 충분하지 않거나, 전단계라 할지라도 합병증에 대한 여러 위험인자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다. 권혁상 교수는 "다양한 약물을 통한 당뇨병 예방 연구가 진행되어 왔지만, 대부분의 진료지침에서는 비용 효과적인 약물로 '메트포민(Metformin)'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뇨병 전단계에서의 약물 치료는 어디까지나 생활습관 교정을 보조하는 수단이다. 권 교수는 "특히 당뇨병 전단계에서의 약물 사용을 통한 당뇨병 예방 효과를 입증한 한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 발생 위험 감소 효과가 생활습관 교정을 한 그룹은 58%, 메트포민을 사용한 그룹은 31%로 나오며 오히려 생활 습관 교정의 예방 효과가 더 높았다"며, "당뇨병 예방의 핵심은 생활습관 교정이며, 그중에서도 체중 감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단 기준을 더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혈당 수치가 높아서 문제가 생긴다는 뜻의 '고혈당(hyperglycemia)' 대신 비교적 낮은 수치부터라도 위험이 시작된다는 의미에서 '이상혈당(dysglycemia)'이라는 용어를 쓰자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 다만 권 교수는 "진단 기준을 더 낮추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임상적 증거가 추가로 필요한데, 현재로서는 기준을 낮출 만큼 충분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의사로서는 진단 기준이 낮아져 많은 환자들의 당뇨병 이행을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으면 좋지만, 역시 국가 의료 보험 재정과 명확한 기준점 확립을 위한 연구 등 조율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위기이자 기회"... 매일의 생활 패턴 바꾸면 위기는 기회로
당뇨병 전단계 진단은 결코 '실패의 통보'가 아니다. 오히려 당뇨병으로 진행하기 전 받는 마지막 경고이자 동시에 분명한 기회다. 권혁상 교수도 "'위기이자 기회'라는 표현이 당뇨병 전단계에 대해 매우 정확하게 묘사했고, 핵심을 잘 말해준다"며 "전단계 수준에서 당뇨병 예방을 위해 생활습관을 바꾸고 위험 요인들을 관리한다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당뇨병 전단계가 많은 사람들에게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되기를 바라면서 권 교수가 꼽은 핵심은 단 하나, '체중 감량'이다. 그는 "가능하다면 정상 체중 범위를 목표로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건강검진표의 수치가 '위기'로 느껴졌다면, 그것을 '기회'로 바꾸는 일은 결국 매일의 생활 패턴에서 시작된다. 당뇨병 전단계, 위기가 될지 기회가 될지는 바로 오늘의 행동에 달렸다.
국내 당뇨병 환자가 550만 명을 넘어선 지금, 당뇨병은 더 이상 일부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현실이 됐다. 이에 하이닥은 대한당뇨병학회와 함께 심층 기획 시리즈 〈당뇨병 체크아웃〉을 마련했다. 질환에 대한 올바른 이해부터 효과적인 관리 전략까지, 당뇨병을 제대로 관리하고 벗어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을 담았다. 이 시리즈가 당뇨병과 씨름하는 이들에게 일상을 지키는 길잡이가 되어, 언젠가 당당히 '체크아웃'할 수 있기를 바란다.
권태원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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