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돋보기] 경기도 뺀 반도체 정책, 대한민국의 미래 없다

송석준 2026. 5. 2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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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는 이슈가 있다. 바로 세계적인 반도체 랠리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으며, 투자자들 역시 관련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이 흐름의 이면에는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과제가 놓여 있다. 바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심장부인 경기도의 미래다.

대한민국 반도체는 경기도를 중심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현재 경기도에는 수백조 원에 달하는 기업의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천에 본사를 둔 SK하이닉스와 수원의 삼성전자 본사는 한 기업의 거점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경기도 반도체 클러스터는 이천과 원삼의 SK하이닉스, 남사의 삼성전자 국가산단이 연계되면서 세계적인 규모의 반도체 메카로 부상 중이다.

경기도에 반도체 산업이 이토록 깊게 뿌리를 내린 이유는 명확하다. 반도체 산업은 단지 공장 하나 짓는다고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석·박사급 전문 인력의 수급, 방대한 전력과 용수의 원활한 공급, 수많은 소재·부품·장비 기업과의 유기적인 생태계가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돌아간다. 경기도는 이 모든 조건을 갖춘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업들이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이곳을 선택한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바로 '생존을 위한 처절한 경제적 논리'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경기도지사로 출마한 후보들 모두 반도체의 중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양향자 후보는 2030년 '경기 4.0' 시대로의 도약을 구상하며 첨단 산업 도시를 약속했고, 추미애 후보도 경기도를 미래 산업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며 반도체와 AI 육성을 첫 번째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후보가 반도체 중심지 경기도의 경쟁력을 키울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력을 갖추었느냐다. 하지만 현실은 실망스럽다. 한 후보는 경쟁 후보의 반도체·AI 무제한 공개토론 요청에 대해 '이름 알리기 목적'이라며 토론 제의를 일축했다. 도민이 비전의 타당성을 판단할 기회를 거부하는 것은 유권자의 알 권리 침해가 우려되는 지점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반도체 산업을 흔들려는 시도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반도체 벨트 호남 이전론'과 '국민배당금제' 발언이 대표적이다. 최근 정부가 마련한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안)'을 보면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지역으로 수도권을 원천 배제하고 있다. 국가의 성장동력이라는 백년지대계 수립에는 안중에도 없고 지방선거에서 특정 지역의 눈치만 의식한 정부의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1천375만 경기도민을 우롱하고 국가 경제발전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해당 안은 즉시 무효화해야 한다.

청와대 정책실장의 AI 산업의 초과 세수 '국민배당금'을 운운하는 주장도 마찬가지이다. 말은 AI 산업의 과실 환원이라는 그럴싸한 얘기지만 그 이면에는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의 근본을 사회주의 체제로 만들겠다는 허황된 이념이 도사리고 있다. 재계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다고 우려했고, 실제로 코스피가 5% 이상 급락하는 등 정권의 실언 한마디에 한국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정부의 태도에서 책임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다. 반도체 산업은 사이클 산업이다. 호황기에 벌어들인 수익으로 차세대 기술개발에 투자하고 불황기를 견딘다. 정치적 논리로 산업을 강제 이전하고 수익을 징수해 분배하겠다는 것은, 적극적인 지원을 해도 모자랄 마당에, 발목을 잡아 반도체 기업을 억지로 주저앉히고 도태시키는 행태다.

정권이 헛다리를 짚는 사이 반도체 산업은 초격차 무한경쟁 시대를 맞이했다. 미국, 일본, 중국 등 경쟁국들은 천문학적인 보조금을 쏟아부으며 자국 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곳에 클러스터 구축하며 사활을 걸고 있다. 이처럼 엄중한 시기에 대한민국만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알을 더 잘 낳게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그 거위가 맛있어 보이니 당장 잡아먹어 보자는 형국이다.

선거를 앞두고 지방으로 반도체 산업 거점을 이전할 것처럼 지방에 희망 고문을 하며, 표만 얻으면 된다는 근시안적 태도로 국가 백년대계를 망쳐서는 안 된다. 반도체는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생존의 문제다.

우리는 반도체의 심장 경기도에서 반도체 산업이 보다 경쟁력을 갖추고 지방과 상생 발전하는 기회를 모색할 것인지, 아니면 정치 논리의 희생양이 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을 앞두고 있다. 우리는 정치적 논리에서 벗어나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국가적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송석준 국민의힘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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